대표팀 새 감독에 고교 감독 앉힌 배구협회

김승재 기자 2016. 8. 25.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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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능한 분 모셔와도 모자랄 판에 모집 공고 고작 4일 올린 뒤 지원자 없다면서 그냥 뽑아

대한배구협회(회장 서병문)가 편법과 꼼수를 동원해 차기 여자 배구 대표팀 감독을 내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협회는 전임인 올림픽 대표팀 감독(이정철·IBK기업은행 감독)의 사퇴 사실도 공지하지 않았고, 고작 4일간 홈페이지에 신임 감독 지원자 모집 공고를 올린 뒤 '지원자가 없다'면서 고교 배구 감독을 차기 감독으로 내정했다. 올림픽 대표팀에 대한 열악한 지원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는 와중에 벌인 일이다.

협회는 대표팀이 네덜란드전 패배로 4강 진출이 좌절되고 이틀이 지난 18일 '차기 감독 모집' 공고를 홈페이지에 올렸다. 지금껏 감독을 선발할 때는 통상 열흘 이상 지원서를 받았지만 이번에는 기간이 단 5일(17~21일)에 불과했다. 더구나 공지를 올린 시각은 18일 오전 11시 58분이었다. 17일부터 뽑는다고 해 놓고, 공지는 하루 늦게 올린 것이다. 실제 지원 기간은 주말(20·21일)을 포함해 4일도 안 됐다.

협회는 감독 선임 절차에 대한 본지 취재가 시작되자 24일 홈페이지의 모집 기간을 '17~21일'에서 '18~21일'로 살짝 바꿔놓았다. 이 때문에 차기 감독 지원자는 한 명도 없었다.

국가대표 감독 선발 과정을 총괄하는 김찬호 대한배구협회 경기력향상위원장(수원 경희대 배구부 감독)은 "내달 14 ~20일 베트남에서 열리는 AVC(아시아배구연맹)컵 대회 출전을 위해 다음 달 12일 출국해야 해서 시간이 촉박했다"며 "지원자가 없어 지난달까지 청소년대표팀을 이끌었던 박기주 수원전산여고 배구부 감독에게 부탁했다"고 말했다.

고교 감독이 국가대표를 지휘하는 것도 극히 이례적이다. 올해 5회째인 AVC컵 여자배구대회는 1~4회 모두 전·현직 프로팀 감독이 대표팀을 이끌었다.

한 배구계 인사는 "AVC컵에는 통상 프로 1~2년 차와 고교 유망주가 출전하는데, 이들은 차기 도쿄올림픽의 주축이 될 선수들"이라면서 "어느 때보다 유능한 지도자가 필요한 시점에 무슨 짓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배구계 일각에선 "김찬호 위원장과 박기주 감독이 수원을 연고로 활동하며 쌓인 친분이 작용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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