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오석, 예금 10억 두고 "집 사려 저축은행 돈 인출"

박철응 기자 2013. 2. 18.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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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총리 내정자.. 당시 뱅크런 상황, 정부 정책에 역행공직 떠나 있던 최근 9년 사이 재산 27억원 증가 논란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인 현오석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63)은 솔로몬저축은행과 그 자회사인 경기 솔로몬저축은행에 4개 계좌, 2억원의 예금을 갖고 있었다. 계좌당 5000만원씩이었다.

현 내정자는 저축은행 사태가 악화되던 2011년 4월, 7월, 10월 세 차례에 걸쳐 예금 2억원을 모두 인출했다. 한국개발연구원은 18일 이에 대해 "예금 만기 도래와 아파트 구매 자금 충당 목적으로 인출했다"고 밝혔다. 경향신문이 정부와 고위 당국자들이 저축은행 대량인출(뱅크런) 사태를 막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시점에 경제 정책의 한 축을 담당하는 한국개발연구원 원장 신분으로 예금을 전액 빼낸 사실을 보도하자 해명에 나선 것이다.

연구원 측은 5000만원짜리 4개의 계좌 중 2개는 2011년 4월이 만기였고, 1개는 같은 해 10월에 만기가 돼 예금을 찾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7월에는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파트 구매를 위해 나머지 1개 계좌에 들어 있던 5000만원을 인출했다고 덧붙였다.

저축은행 영업정지가 잇따르는 상황에서 만기가 된 저축은행 예금을 찾은 것은 정상적인 판단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당시는 2011년 1월 삼화저축은행이, 2월에 부산저축은행 등이 잇따라 영업정지되면서 저축은행 업계의 위기감이 연중 이어지고 있었다. 업계 최대사인 솔로몬저축은행도 2011년 9월 금융위원회 심사를 거쳐 영업정지 유예를 받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그런데 2011년 말 기준으로 신고한 2012년 현 내정자의 재산공개 내용을 보면, 본인과 배우자의 예금 총액은 9억8000만원에 이르는 점이 눈에 띈다. 반포동 아파트를 사고도 10억원가량 남을 만큼 경제적 여유가 있었던 것이다. 아파트 구매를 위해 이자손실을 감수하며 5000만원을 굳이 중도인출해야 할 이유가 없었다는 게 일반적 인식이다. 당시는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내정된 허태열 전 의원도 방송에 출연해 "일시적인 인출 사태만 없으면 저축은행 문제는 급한 불을 끌 수 있다"고 말할 정도로 정부와 정치권은 대량인출 사태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던 때였다.

현 내정자는 또 마지막 공직인 세무대학장 자리에서 물러난 2000년 당시 8억6000만원이었던 재산이 한국개발연구원 원장을 맡은 2009년에는 35억4000만원으로 급증했다. 공직에서 떠나 있던 9년 동안 27억원가량, 매년 3억원꼴로 재산을 불린 것이다.

2002년부터 2008년까지 현 내정자는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원장으로 재임했다. 당시 연봉은 1억6000만원가량으로 알려졌는데, 이 돈을 한 푼도 안 쓰고 모아도 11억원가량이다. 우리금융과 증권예탁원 사외이사, 대학원 객원교수 등을 맡았던 점을 감안하더라도 매년 3억원씩 재산이 늘어난 배경에 의구심이 간다.

현 내정자의 부인이 2001년 정·관계 인사들에 대한 특혜 분양 논란이 일었던 경기 성남시 정자동 파크뷰 아파트를 매입한 것도 입길에 오르고 있다. 당시 청약경쟁률이 수십 대 1에 이를 정도로 인기를 모았던 아파트인데 현 내정자는 "프리미엄을 주고 미분양 물량을 분양받았다"고 해명했다.

2008년에는 현 내정자가 외국계 자본인 매쿼리의 인천국제공항 매입 추진에 관여했다는 의혹도 제기된 바 있다. 당시 홍희덕 민주노동당 의원은 "현오석 고려대 겸임교수와 매쿼리 ㄱ이사가 국제개발협력위원회에서 함께 활동한 사이였다"며 "현 교수가 공공기관평가단장을 맡고 있던 중 인천공항을 최하위 그룹에 선정해 민영화를 위한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당시 현 내정자의 사위는 매쿼리의 법률 자문을 담당하는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변호사로 근무하고 있었다.

<박철응 기자 h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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