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독일 연설, 이명박과 똑같았다

2014. 3. 28.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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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이승훈,황방열 기자]

독일을 국빈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28일 평화통일 기반조성을 위한 대북 3대 제안을 발표했다. 장소는 통일 독일의 성공 사례로 상징성이 높은 드레스덴이었다.

박 대통령은 이날 드레스덴 공대에서 정치법률 분야 명예박사학위 받고 수락 연설을 통해 ▲ 남북 주민의 인도적 문제 우선 해결 ▲ 남북 공동번영을 위한 민생 인프라 구축 ▲ 남북 주민간 동질성 회복 등 3가지 구상을 북측에 제안했다. 또 3대 제안 실현을 위해 서울~평양 '남북교류협력사무소 설치도 제안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통일된 나라에서 같이 살아갈 남북한 주민이 서로를 이해하고 한데 어울릴 수 있어야 한반도가 진정 새로운 하나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며 "이제 남북한은 교류협력을 확대해가야 한다. 일회성이나 이벤트식 교류가 아니라 남북한 주민들이 서로에게 도움을 주면서 동질성을 회복할 수 있는 교류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상징성 높은 드레스덴, '통일 독트린' 기대했으나

박 대통령의 이날 연설을 앞두고, 지난 1월 6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밝힌 '통일 대박론'을 구체화할 세부 실행 계획이 담길 것인지가 관심이었다. 특히 연설 장소가 독일 통일 이후 유럽에서 가장 앞선 첨단산업기지로 탈바꿈한 드레스덴이라는 점에서 한반도 통일의 구체적 청사진과 실행 방안에 대한 획기적인 제안을 담은 '드레스덴 통일 독트린'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이날 박 대통령이 내놓은 구상은 '독트린'이라고 평가 받기엔 내용이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남북 관계를 진전시킬 새로운 선언이 아니라 기존 발표 내용의 종합판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특히 남북교류협력 확대를 추진하겠다고 하면서도 그 발목을 잡고 있는 '5·24조치'에 대한 진전된 해법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이명박 정부가 천안함 사건 이후 개성공단과 일부 인도적 지원을 제외한 거의 모든 남북관계를 단절하도록 한 5·24 조치는 남북교류확대에 여전한 걸림돌이다.

청와대는 연설 직후 배포한 설명자료를 통해 "5·24조치는 우리 국민이 납득할 만한 북한의 책임 있는 조치가 있을 때까지 유지돼야 한다는 정부의 기본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며 박 대통령의 제안이 5·24조치와 관계없이 추진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다만 "분단이 길어짐에 따라 민족적 이질감이 커지고 있는 만큼 이를 해소하기 위한 교류협력과 북한 주민에게 도움이 되는 협력 등은 국민적 공감대를 기초로 단계적으로 검토해 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김창수 코리아연구원 연구실장은 "박 대통령이 세 가지 제안을 했지만 '통일 대박'을 크게 강조하고 선전한 것에 비하면 설계도와 각론은 약하다"며 "박정희 전 대통령은 독일을 학습해서 경제 대통령이 됐고 박 대통령은 독일을 학습해서 통일 대통령이 되겠다고 의지를 분명히 했지만 독트린이라고 하기에는 비전이 추상적이고 철학적 방법론이 약하다"고 말했다.

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현재까지 정부는 5·24 조치를 해제하지 않겠다는 입장인데 이 상태가 유지된다면 이런 저런 교류협력 이야기는 하나마나"라고 지적했다.

5·24 조치에 변화가 없는 한 '모자패키지 사업'(임신부터 2세까지 북한의 산모와 유아에게 영양과 보건을 지원하는 사업)같은 북한 주민들에 대한 인도적 지원 확대를 제외한 남북 공동 개발·투자 성격의 '남북 공동번영을 위한 민생 인프라 구축'이 실효성을 갖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남북교류협력사무소 설치? 과연 가능할까

남북 간 갈등을 해소 및 교류의 확대를 위한 남북교류협력사무소 설치 제안도 실효성 있는 내용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박 대통령의 이날 제안과 비슷한 남북연락사무소 설치는 노무현 정부 때 4차례를 포함해 1990년 이후 북한에 7차례 제의했다가 번번이 거부당했다.

이명박 정부에서도 5·24 조치가 나오기 전인 지난 2008년 제안했지만 북한은 "북남관계 악화 책임을 회피하려는 앝은 수"라며 거부했다. 그럼에도 박 대통령의 이날 제안에는 북한의 맘을 되돌릴 구체적인 방안은 없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박 대통령이 대북 인도적 지원 확대와 남북 주민 간 동질성 회복을 위한 사업을 장려하겠다고 밝힌 부분에 대해서는 북한이 긍정적으로 평가했을 것"이라며 "반면 이런 제안을 실현하기 위해 남북교류협력사무소 설치를 제안했을 때에는 크게 실망했을 것으로 판단된다, 북한은 서울과 평양 사무소를 통한 실무적인 대화가 아니라 남북 간의 고위급 접촉이나 회담을 원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이날 북한의 핵 포기를 전제로 경제개발 지원 원칙을 밝힌 것도 제자리 걸음이라는 평가다. 이명박 정부의 선 핵포기 후 지원이라는 '비핵·개방 3000'에서 한 발도 나가지 못했다는 것이다.

"MB 비핵·개방 3000과 같은 것... 안타깝다"

청와대는 설명자료를 통해 "정부는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안 등 국제규범과 국제사회의 합의를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단계적인 협력과 지원을 검토해 나갈 것"이라며 "북한 비핵화의 확실한 진전이 있으면 보다 본격적으로 추진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류협력과 대규모 경제지원의 전제 조건으로 비핵화를 내건 기존 입장을 다시 한 번 확인한 셈이다.

김연철 교수는 "비핵화를 전제로 했다는 점에서 이명박 정부의 비핵·개방 3000과 같은 것"이라며 "연설 앞부분에 북한 아이들이 처한 현실과 탈북자에 대해 말했는데 이는 북한을 자극하는 내용이다, 이번 연설이 북한 들으라고 하는 게 아니라 국내용임을 보여주는데 앞에서는 비판해 놓고 뒤로 제안하는 게 효과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도 "북한에 대한 지원과 교류협력에 대한 전제조건으로 북한의 비핵화를 걸어놨고, 또 비핵화를 위한 6자회담 재개의 전제조건으로 '북한의 진정성 있는 선 조치'를 제시했다"며 "방안에 잔뜩 상을 차려놓았지만 대문과 방문에 2중으로 자물쇠를 채워놓은 격"이라고 지적했다.

정 전 장관은 또 "박 대통령이 서독이 통일을 이뤄낸 과정에 대해 많은 조언을 받았을 것이기 때문에 '드레스덴 독트린'에 대해 많은 기대를 했는데 사실상 이명박 정부의 비핵·개방·3000과 같은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안타깝다"고 말했다.스마트하게 오마이뉴스를 이용하는 방법!☞ 오마이뉴스 공식 SNS [ 페이스북] [ 트위터]☞ 오마이뉴스 모바일 앱 [ 아이폰] [ 안드로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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