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 20년 대구시장 '경북고 독식' 깨지나
(대구=연합뉴스) 김용민 기자 = 민선 자치단체장 선거가 다시 실시된 지난 1995년 이후 경북고 출신이 독식해 온 대구시장 자리가 20년 만에 다른 학교 출신에게 돌아갈지 주목된다.
1995년 선거에서 문희갑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대구시장에 당선돼 28, 29대 시장을 지낸 이후 조해녕 전 내무부장관이 바통을 이어받아 30대 시장으로 일했으며 김범일 전 산림청장이 31대 시장으로 당선돼 지금까지 8년간 일해 오고 있다.
민선 이후 대구시장이 된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경북고 출신이라는 점이다.
관선 시대는 물론이고 서울 등 다른 대도시에서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특정 고교의 독식이 두드러졌다.
그러나 오는 6.4 지방선거에서 민선 이후 최초로 경북고가 아닌 고교 출신 인사가 시장이 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대구가 아성인 새누리당의 권영진, 서상기, 이재만, 조원진 등 예비후보 4명이 모두 비(非) 경북고 출신이기 때문이다.
당초 김범일 현 시장을 비롯해 주성영, 배영식 전 의원 등 다수의 경북고 출신 인사들이 대구시장 후보로 나설 것으로 기대됐으나 김 시장은 불출마를 선언했고 다른 두 전직 의원은 컷오프를 통과하지 못했다.
결국 이번 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가 누가 되든 민선 이후 처음으로 시장의 출신고교가 바뀔 가능성이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부겸 예비후보가 시장에 당선되면 경북고 출신 시장의 전통이 이어질 수 있다.
대구에서 고교를 나온 박모(49·회사원)씨는 "특정 고교 출신들이 20년간 시장을 독식했다는 건 그만큼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웠다는 얘기가 아니겠느냐"면서 "시대에 맞지 않는 학연을 버리고 새로운 시각으로 지역을 살찌울 수 있는 사람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공직자들과 시민들의 의식이 더 중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40대의 한 구청 공무원은 "시장만 특정 고교가 독식했을 뿐 실질적으로 지역에서 일하는 허리층은 다양한 학교 출신으로 구성돼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지역이 발전하려면 시장 한 사람의 학연이 아니라 구성원 각자의 의식과 자세가 바뀌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yongm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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