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간] 사자성어로 본 청와대의 메르스 대응

CBS 박재홍의 뉴스쇼 2015. 6. 9.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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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김성완 (시사평론가)

◇ 박재홍> 김성완의 행간, 시사평론가 김성완 씨 나와계십니다. 어서 오십시오.

◆ 김성완> 네, 안녕하세요.

◇ 박재홍> 오늘 행간 주제 들어볼까요?

◆ 김성완> 전국민이 메르스 공포에 휩싸인 요즘 청와대와 박근혜 대통령을 보면 참 답답하다,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민심이반이 심각해지니까 뒤늦게 나타나서 사태 수습을 시도하고 있지만 이마저 혼선을 빚고 있습니다. 사자성어로 본 청와대의 메르스 대응, 그 행간을 좀 살펴볼까 합니다.

◇ 박재홍> 사자성어, 어떤 사자성어로 청와대의 대응을 풀어 볼 수 있을까요?

◆ 김성완> 네 가지를 꼽아봤는데요. ‘호질기의’, ‘지록위마’, ‘당동벌이’, ‘군귀민경’. 이 네 가지입니다. 어디에서 많이 들어볼 사자성어다..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을 것 같은데요. 교수신문이 선정한 올해의 사자성어 중에 제가 추려봤습니다. 최근 10년 내의 사자성어 중에서 제가 골라본 건데요. 제 설명을 들으시면 아마 권력의 속성이 이런 것인가, 대한민국 정치가 한치 앞으로도 나가지 못하고 있구나, 이런 생각을 하시게 될 것 같습니다.

◇ 박재홍> 딱 봐서 의미가 떠오르는 단어가 몇 개 안 돼요.(웃음) 먼저 첫번째 사자성어부터 짚어보죠. ‘호질기의’.(護疾忌醫)

◆ 김성완> 교수신문이 2008년 선정한 사자성어인데요. 병을 숨기면서 의사에게 보이지 않는다, 이런 말입니다. 좀 의역을 해드리면 잘못이 있어도 다른 사람이 바로 잡아주는 걸 기피한다, 충고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런 뜻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08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건이 있죠. 가장 강렬하게 기억에 남는 사건이 있으실 겁니다. 바로 광우병 사태가 있었던 해입니다. 그때도 메르스 사태처럼 국민들이 공포에 시달렸거든요. 청와대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등한시하다가 전국민적 저항을 불러오기도 했었습니다. 지금 상황도 똑같습니다, 사실 비교를 해보면. 박근혜 대통령이 조금 더 리더십 있게 행동했더라면, 청와대가 조금 더 빨리 대처했더라면 사태가 아마 이 지경까지는 오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 박재홍> 아직까지도 컨트롤타워가 누구냐, 어디냐에 대해서 대답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 아니겠습니까? 국민 입장에서는 이해가 안 될 것 같아요. 재난 발생할 때마다 이런 논란이 나오니까.

◆ 김성완> 계속 똑같이 반복되는 문제이기도 한데요. ‘호질기의’에 전형적인 증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국민의 충고나 조언을 귀담아 듣지 않는 건데요. 첫 환자가 발생한 지 20일이 다 돼서야, 또 정부가 얘기하기로는 메르스 사태의 끝이 보인다, 이렇게 얘기하는 시점에 와서야 컨트롤타워가 청와대냐, 아니냐를 두고 논란을 벌이는 것 자체가 사실 우스운 얘기죠. 어제 오전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이 청와대가 컨트롤타워가 아니라는 식의 발언을 했었거든요. 그런데 일구이언, 조변석개라고 오후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매일 서너 차례 가까이 상황을 점검한다, 이렇게 강변을 했습니다. 그런데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어제 국회에 나가서 뭐라고 했느냐. 메르스 사태가 발생한 지 엿새 만에 그것도 국무회의 자리에서 대통령에게 첫 대면보고를 했다, 이렇게 실토를 했습니다.

◇ 박재홍> 그래요. 굉장히 충격적이네요. 그 전까지는 대면보고를 안 받는 건가요, 대통령이?

◆ 김성완> 대면보고 받는 것을 기피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사태가 이 지경까지 오는 동안에 대통령이 그러면 뭘 했느냐, 이런 얘기가 당연히 나올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러면 대통령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지 않는다면 국무총리가 해야 하잖아요. 그런데 국무총리가 공석이니까 국무총리 대행이 해야 되는데 국무총리 대행, 최경환 국무총리 대행은 외국 출타 중이었잖아요. 그러다 뒤늦게 들어와서 엉뚱한 병원명 공개를 해서 또 망신을 당하기도 했었죠.

◇ 박재홍> 그렇군요.

◆ 김성완> 그러면서 컨트롤타워는 또 복지부 장관이다, 이런 얘기를 했고요. 대책본부를 만들었다고 하는데 이게 4개를 만들었는데 지금 어디가 컨트롤타워인지 제대로 알기 힘든, 그런 상황이 되어 버렸습니다.

◇ 박재홍> 이어서 ‘지록위마’(指鹿爲馬) 이건 세월호 참사 터진 작년에 선정된 사자성어잖아요.

◆ 김성완> 맞습니다.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한다, 이렇게 해서 뽑은 사자성어인데요. 세월호 사태의 본질은 국민의 생명을 지키지 못한 국가의 실패다, 이게 국민들이 생각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청와대는 끝까지 사슴을 말이라고 우겼습니다. 단순 사고일 뿐이다, 그러면서 진실규명을 외면했는데요. 메르스 사태도 똑같습니다. 사실 이건 바이러스 공습이 아니라 대한민국 공중보건의 실패이자 국가의 실패입니다. 에볼라, 신종플루, 조류인플루엔자, 우리는 늘 전염병 위험에 노출이 되어 있거든요. 이런 전염병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통제하느냐. 국가가 과연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느냐, 없느냐 이게 중요한 것이지 그 바이러스가 어쨌다 저쨌다 얘기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거든요. 메르스 발생지인 중동에서조차 ‘한국에 여행가지 말라.’ 이렇게 얘기하고, 해외 언론은 한국 정부를 보면서 능력이 없다, 이렇게 지금 얘기하고 있는 상황에 직면해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도 정부는 실패는 아니다, 조금 있으면 괜찮아질 거다, 이런 얘기만 반복하고 있습니다. 이게 바로 세월호 사태 때 얘기했던 얘기하고 똑같은 말 아니겠습니까?

◇ 박재홍> 이런 정부의 해명, 국민들은 납득하기 어렵고 공감하기 어려운 건데요. 세번째, 네번째 사자성어도 살펴보죠. 일단 ‘당동벌이’.(黨同伐異)

◆ 김성완> ‘당동벌이’. 한 무리에 속한 사람들이 다른 무리를 배격한다, 이런 뜻인데요. 교수신문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꼽은, 제일 먼저 꼽은 것 중에 하나입니다. 흔히 정치권에서 파벌싸움을 벌일 때 이 얘기를 쓰게 되잖아요.

◇ 박재홍> 계파싸움도 있고요.

◆ 김성완> 맞아요. 전국민이 메르스 공포에 떨고 있는 이 시각에 청와대는 뭐하고 있었느냐. 국력을 모아도 모자랄 판에 국회법 거부할지 말지 흔들면서 여당 내 갈등 조장했다, 이런 비판을 받았지 않습니까? 그리고 야당 지도부를 공개적으로 공격하기도 했었습니다. 더 심각한 것은 리더십이 실종하면서 나타난 현상인데요. 이것도 세월호 때랑 똑같은데, 국민들끼리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놓고 갑론을박을 벌인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국론이 분열된다는 거예요. 국민들이 서로 이념싸움까지 하는 상황 아닙니까? 정부가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하니까 국민들끼리 서로 내 편, 네 편 갈려서 서로 싸우는 현상을 만들고 있다는 겁니다. 이건 정말 엄청난 국력낭비입니다, 손실이자.

◇ 박재홍> 그러니까요.

◆ 김성완> 박원순 서울시장이 한밤 중에 긴급 기자회견을 열여서 정보를 공개하라, 이렇게 하니까 청와대는 국민불안 조장한다고 반박을 했었잖아요. 그래놓고 며칠 뒤에 병원명 다 공개를 하고. 이것도 모자랐는지 박 시장이 기자회견 하기 며칠 전에 이미 박 대통령이 정보를 공개하라고 지시했다, 이 사실을 또 뒤늦게 얘기해서 이거 궤변 아니냐, 이런 얘기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 박재홍> 네번째 사자성어, ‘군귀민경’ 이건 뭡니까?

◆ 김성완> 사자성어 중에서 제가 유일하게 변형을 한 건데요. 원래는 ‘민귀군경’(民貴君輕)입니다. 백성은 귀하고 임금은 덜 중하다, 이런 건데요. 이게 2011년 교수신문에서 새해 희망을 담아 발표했던 사자성어입니다. 그런데 말을 바뀌서 ‘군귀민경’은 임금은 귀하고 백성은 덜 중하다, 이런 얘기가 되지 않겠습니까? 즉 청와대 모습을 보면 백성이 중한 게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이 훨씬 더 중한 거 아닌가, 그러니까 대통령을 옹호하기에 급급한 거 아닌가, 이런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올해는 청와대가 ‘민귀군경’의 자세를 좀 지켜나갔으면 좋겠습니다.

◇ 박재홍> 국민을 귀하게 생각해달라는 지적입니다. ‘행간’, 시사평론가 김성완 씨였습니다. 고맙습니다.

◆ 김성완> 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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