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망한 뒤에 대장 노릇하면 무슨 소용 있나?"

2015. 9. 15.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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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새정치 연쇄 인터뷰 | 안철수 의원

"내 제안은 함께 살자는 거다. 다 망한 뒤에 대장 노릇해 봐야 무슨 소용 있나?"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15일 자신이 문재인 대표에게 제안한 '중앙위 연기, 재신임 철회' 요구가 "당의 공멸을 피하기 위한 유일한 길"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안 의원은 이날 저녁 문재인 대표와 만나기 앞서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강경한 어투로 "혁신안이 부족하다고 인정했으면, 지금이라도 제대로 된 혁신을 위해 논쟁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인터뷰 뒤 문 대표와 만나 이런 의견을 전했고, 회동 결과에 대해 "썩 만족스럽진 않지만, 각자 생각을 충분히 들을 수 있었다"며 의미를 부여했다고 안 의원 쪽 관계자가 전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중앙위원회 연기를 요구했지만, 문 대표는 거부했다. 처음부터 수용불가능한 요구 아니었나.

"중앙위는 대표의 의지에 따라 얼마든지 연기가 가능하다. 이게 수용불가능한 요구였으면 당 생활 오래 한 중진들이 왜 지난주 문재인 대표를 만났을 때 연기를 요구했겠나. 혁신안이 중앙위를 통과한다고 당이 혁신적으로 바뀌지 않을 뿐더러 총선 승리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도 아니다. 혁신안이 통과되면 오히려 분란과 갈등만 더 심해질 게 뻔하다. 본질을 벗어난 혁신안을 통과시키는데 왜 대표직까지 걸려고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

-내일 중앙위 참석하나? 나와서 발언하라는 주문도 있다.

"고민해보겠지만, 내가 중앙위에 참석한다고 무슨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다. 일단 문 대표한테 만나자고 했으니, 답이 오길 기다리겠다."

-'혁신 실패' 발언으로 지금의 재신임 국면을 촉발했다는 진단에 동의하나.

"재신임 국면은 문 대표가 촉발한 거다. 나는 혁신 논쟁을 하자고 했는데, 문 대표가 엉뚱하게 재신임을 거는 바람에 권력투쟁으로 바뀐 것 아닌가? 내가 처음 '국민 눈높이에서 봤을 때 혁신은 실패한 것'이라고 했을 때, 문 대표가 '어떻게 하면 제대로 된 혁신이 가능할지 함께 머리 맞대고 풀어보자' 했으면 건강한 논쟁과 혁신 경쟁이 됐을 거다. 그런데 '무례하다' '탈당하라'는 반응이 나왔다. 그런 건 문 대표가 제지했어야 한다."

"혁신안이 중앙위 통과한다고총선 승리 가능성이높아지는 것도 아닌데왜 혁신안 통과에대표직까지 걸려는지 이해 안돼"

-'반문재인 깃발'을 들기 위한 명분 쌓기라는 관측도 있다.

"공멸에 대한 위기감 때문에 얘기한 거다. 혁신위가 열심히 노력한 것은 안다. 하지만 정치는 결과로 말하는 거다. 의도의 선함을 강조할 게 아니라 결과에 책임지는 게 정치다."

-국감이 끝나면 사실상 총선 국면으로 들어간다. 혁신의 방향을 두고 논쟁하고 토론할 여유가 있을까?

"시간은 충분하다. 2012년 총선 때를 떠올려보자. 1월에 전당대회 치러 지도부를 뽑고 4월에 총선 치러 120석 넘게 얻지 않았나."

-문 대표가 재신임 투표를 강행할 땐 어떻게 할 것인가?

"오늘 일단 문 대표를 만나 얘기를 들어보겠다. 여기까지만 하자."

-문재인 대표에게 '육참골단의 진정성'을 보여달라고 했다. 무슨 뜻인가?

"육참골단은 문 대표 스스로 쓴 말이다. 초심을 다시 한번 상기하시고, 용기있게 결단 내려주십사 하는 거다. '사퇴'나 '2선 후퇴' 요구라는 건 과한 해석이다. 난 한번도 문 대표에게 사퇴하라고 요구한 바 없다. 그건 권력투쟁 프레임에 빠지는 거다. 내가 원하는 건 함께 살자는 거다. 다 망한 뒤에 대장 노릇해 봐야 무슨 소용있나?"

-결과적으로 당내 권력투쟁이 돼버렸다.

"내가 혁신 논쟁을 제안한 것은, 내가 정치를 시작한 근본 이유와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우리 정치를 제대로 바꿔달라는 국민들의 열망이 '안철수 현상'으로 나타났던 것 아닌가. 야당의 정치가 바뀌지 않는데, 내가 침묵한다면 정치를 그만둬야 하는 거다."

-한명숙 전 총리 유죄판결에 문 대표와 혁신위가 보인 태도가 '거사'를 결심한 계기였나?

"최근 인터뷰를 보면 문 대표는 한 전 총리 건에 대해 여전히 생각이 안 바뀐 것 같다. 게다가 그 한 건만이 아니다. 내가 이 당에 들어오고 1년반동안 수많은 일이 있었는데, 당사자 입장에선 다 설명이 된다. 그럼에도 법적 한도 뿐 아니라, 그것을 넘어서는 도덕적·정치적 책임까지 다 져야하는 게 정치다. 그래야 국민들이 마음을 준다. 집권을 위해선 국민 눈높이에 맞춰 더 엄격해져야 하는데, 지금 우리 당은 새누리당보다 못하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당 일각에선 문 대표 체제로는 총선에서 필패한다며 '2선 후퇴'를 요구한다.

"앞으로 문 대표가 하기에 달렸다. 국민 눈높이에서 지금까지 혁신의 성과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이걸 리더십을 발휘해 풀어내는 모습을 보여주느냐가 관건이다. 대표직을 계속 유지하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중앙위에서 무리하게 혁신안 통과시키고 최고위원 다수가 반대하는 재신임 투표를 밀어붙일 게 아니라, 지지부진한 당의 혁신을 제대로 만들어나가는 데 힘을 쏟는 게 맞다. 정당은 행정기구가 아니라, 정치조직이다. 갈등이 있으면 정치적으로 풀어야 한다."

-정풍운동을 예고했다. 언제 어떻게 시작할 것인가?

"당의 혁신이 실패했다고 이야기한 시점부터 정풍운동은 이미 시작된 거다. 지금 첨예한 갈등도 정풍운동의 과정이다. 국정감사가 끝나면 3대 혁신방향(낡은 진보 청산, 부패척결, 인재영입) 각각에 대해 하나하나 말씀드리려고 한다."

-문 대표는 당의 혁신 의지를 보여주는 차원에서 일단 혁신안 통과시킨 뒤 보완해 가자고 한다.

"보완 수준으로 안 된다. 혁신의 방향부터 새로 잡아야 한다. 통과된다한들 당내 갈등과 분열이 지속될 게 뻔한데, 왜 그리 혁신안 통과에만 집착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문 대표와 만나고 나면 결과가 좋지 않다. 서로 말도 엇갈린다.

"문 대표하고만 그런다. 다른 분들하고는 그런 일 없다. 그런데 문 대표는 다른 정치인들과 만나도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나."

-문재인 대표와'불신의 골'이 깊어 보인다. '2012년 단일화 트라우마'인가?

"내게 가장 큰 트라우마는 2012년에 정권교체가 안 된 거다. 문 대표와의 관계는 제대로 이야기를 나누고 목표를 공유하면 풀릴 수 있다고 본다. 내 목표는 당의 혁신을 통한 총선 승리다. 그러려면 (나뿐 아니라 문 대표도) 그 목표를 위해 희생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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