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문재인 "싸울 줄 아는 강력한 야당 본모습 되찾겠다"

김용출 2015. 9. 23.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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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평등한 세상 추구..노 비서실장이란 말로 날 가둘 수 없어""혁신·단합 통해 총선 승리 이끌 것.. 부산 출마 심사숙고"
‘재신임 정국’의 격랑을 넘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이제야 ‘식물 대표’에서 벗어나 ‘진짜 대표’가 됐다”는 평가를 듣는다. 4·29 재보선 참패 후 끊임없이 시달리던 사퇴론을 털어내고 당 주도권을 거머쥐어 제1야당의 중심축으로 자리매김했다는 것이다. 중앙위의 혁신안 처리와 당무위·의원총회 연석회의를 통한 ‘정치적 재신임’을 이끌어낸 것은 ‘문재인 시즌 2’를 예고하고 있다.

재신임 승부수는 기원전 49년 1월12일 로마의 북방 경계선인 루비콘강을 건너면서 로마 세계 1인자로 등극한 율리우스 카이사르를 연상시킨다는 얘기도 나온다. 그런 만큼 정당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제왕적 총재 시대가 부활했다”(주승용 최고위원)는 우려의 목소리도 없지 않다.

문 대표는 23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진짜 대표’의 자신감을 감추지 않았다. ‘친노패권주의’ 해결 방안에 대한 질문에 단호한 어조로 “그런 말 안 쓰면 된다”고 응수했고 대법원의 ‘한명숙 사건’ 유죄 판결과 관련한 질문에는 “왜 그렇게 묻느냐”고 되물었다. 당내 문제 대응과 총선 전략은 물론 노동개혁과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등 정국 주요 현안에 대해서도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드러냈다. 인터뷰는 이날 오후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인 325호실에서 이뤄졌다.
◆노동개혁과 국사교과서 국정화 등 정국 주요 현안

―여권이 속도전을 벌이는 노동개혁에 대한 입장과 대응책은 무엇인가.

“이번에 새누리당이 노동관련 5개 법안을 제출한 것은 노사정 합의에 위반되는 것이다. 합의되지 않은 내용을 법안에 넣었고 협의도 하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우리 경제는 워낙 어려워 위기라고 할 만하다. 쉽게 위기에서 헤쳐나올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여러 구조적인 근본 개혁이 필요하다. (구조개혁) 방향에 대해서는 공감한다. 노동개혁이 중요한 분야라는 점도 공감한다. 그러나 개혁의 내용에 대해서는 전혀 찬성할 수가 없다. 우선 ▲대기업과 중소기업 종사 노동자 간 임금격차가 너무나 크게 벌어져 있어 그 격차를 줄여 중소기업 노동자의 처우를 개선해주는 일 ▲비정규직 처우를 개선해 정규직과의 격차를 줄여주는 일 ▲세계 최장시간이라고 하는 노동시간을 단축해 그만큼 일자리를 늘리는 일 등이 노동개혁의 목표가 돼야 한다. 종합적으로는 노동자의 임금을 높여주는, 근본적으로는 좋은 일자리를 늘리는게 목표가 돼야 한다. 이를 위해 노사정 모두의 고통 분담이 요구되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정부·여당은 엉뚱한 방향을 잡고 있다. 쉬운 해고, 정규직 노동자의 임금 감소 등은 방향도 잘못됐을 뿐 아니라 노동자에게, 특히 정규직 노동자에게 일방적으로 고통을 전가하는 것이다. 추가해 말씀드리면 당초부터 일자리를 늘리기 위한 목적으로 임금피크제가 나온 것이 아니다. 임금피크제는 정년 연장을 위한 것이다. 더 오래 일하게 하기 위해 정년을 연장하는데, 그렇게 하면 기업 부담이 늘어나니까 대신 임금을 줄일 수 있도록 하자는 게 취지다. 지금 우리나라 노동자의 평균 재직 연령이 54세밖에 안된다. 정년까지 일하는 노동자가 별로 없다. 중간에 희망퇴직이니, 정리해고니 여러 방식으로 다 물러난다. 실제로 노동자들이 더 오래 일하도록 하기 위한 방편으로 임금피크제가 논의돼야 하고 그런 면에서 임금피크제에 찬동한다. 정부·여당이 말하는 방식은 뭔가 핀트가 잘못됐다.”

―박근혜 대통령이 ‘청년희망펀드’라는 걸 내놓고 캠페인을 하고 있는데.

“대통령을 비롯해 ‘있는’ 분들이 조금씩 분담해 ‘노블리주 오블리주(사회지도층의 도덕적 책무)’를 실천한다면 대단히 좋은 일이다. 그것이 월급쟁이들에게 강요돼서는 안된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청년들의 창업을 돕는 모태 펀드가 필요한다. 모태펀드는 기본적으로 국가 예산으로, 충분한 금액으로 이뤄지는 것이 원칙이다. 정부의 모태펀드를 토대로 해서 여러 크라우딩 펀드, 민간 펀드들이 결합되고 청년 창업을 위한 기금으로 사용돼야 맞는 것이다.

-대기업 CEO들이 기부하지 않을 수 없는 묘한 분위기가 생기면 강제성도 우려되는데.

“성금 강요하듯이 일종의 준조세처럼 결국은 기업의 부담을 늘려 주는 거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라는 데도 역행될 수 있다.”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우리는 결단코 용납할 수 없다. 특히 역사 교과서를 국정화한다는 것은 유신시대로 돌아가는 것이다. 세계적으로도 예가 없다. 정말 학문의 자유 이런 면에서는 완전히 거꾸로 되돌아 가는 거다. 우리는 단호하게 반대하고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기울여 제지할 것이다.”
―대법원의 한명숙 전 총리 유죄판결에 대한 문 대표의 태도가 대법원 판결을 존중하지 않는 것으로 비친다는 지적이 나오는데.

“(바로) 왜 그렇게 묻죠. 그 판결 이후에 우리 당도, 한 전 총리 본인도 대법원 판결을 존중한다고 분명히 밝혔다. 그래서 정해진 날짜에 맞춰 자진 출두해 형을 집행받은 것이다. 구치소까지 우리 당 당원과 의원들이 배웅해 드렸다. 그렇게 사법부 판결을 인정하고 존중한다는 것 하고 우리가 판결 이유에 대해 납득할 수 없다라고 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아니 확정판결이 끝이라면 요즘 수없이 많은 재심 판결들, 과거 확정판결 중에서 재심을 통해 무죄가 선고되는 그런 사건은 무엇인가. 대법원 확정판결이 났으니 이제 끽소리 말아라, 이렇게 얘기하면 그거야말로 독재적인 사고방식이다.”

―오늘자 모 일간지 칼럼도 법조인 출신인 문 대표가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고 비판했는데.

“나는 그분이 아주 전제적인, 국가주의적인 사고를 가진 분이라고 본다. 저는 인권변호사하면서, 말하자면 정치적으로 조작된 사건들을 수없이 봐 왔다. 영화 “변호인’에서 부림사건이 보여주지 않았느냐. 실제 재심을 통해 제가 대법원 확정판결이 난 사건에 대해 무죄 판결 받은 일도 있다. 저는 평생 그런 일을 해왔다.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겠다고 했지만, 문 대표는 막아서며 자신의 주장을 이어갔다) 잠시만요. 아까 조금 더 연장하면 ‘악법도 법이다’라고 법질서를 존중 하는 것하고 악법을 개정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하고는 모순되지 않는 것이다. 대법원 판결을 존중하면서 그것이 부당하다고 느끼면 재심 등을 통해 진실을 찾으려는 노력을 하는 것은 서로 모순되지 않는다. 악법도 법인데 꼼짝하지 말아야하는 것은 아니다.”
◆박주선 탈당과 친노패권주의 등 당내 문제

―박주선 의원이 탈당하는 등 당내 상황에 대해 박원순 서울시장도 ‘정상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웃으며)예, 정상이 아니다. 정상으로 만들어야 한다.”

―어떤 면에서 정상적이지 않다고 생각하는가.

“뭐 다 함께 노력해야 한다. 우리당 구성원들 모두. 누군가가 해야 하고, 누군가는 구경해도 되고, 누군가는 흔들어도 되고, 그런 것은 아닌 거다. 다 함께 힘을 모으면 정상화되는 것이다. 그 이상 묘책이 있겠느냐.”

―안철수 전 대표가 결국 탈당해 신당을 만들거라는 관측도 일각에서 나오는 것 같은데.

“저는 그런 질문들이 조금 불순하다고 생각한다. 우선 박 의원의 탈당은 안타깝죠. 그러나 그것은 그분이 오랫동안 예고해 왔던 바다. 그 밖에는 탈당을 요구하는 분이 아무도 없는데 계속 추가 탈당의 가능성을 이야기하느냐. 안 전 대표는 우리 당의 창업주 중 하나다. 안 전 대표의 탈당 가능성을 얘기하는 것은 그분을 좀 모욕하는 거라 생각한다. 말하자면 우리 당의 분열을 바라 마지 않는 분들의 악의적인 이야기거나 그런 것 같다.”

―‘친노패권주의’라는 말이 계속 나오는데, 이런 말 안나오게 할 묘책은 있는가.

“있죠, 뭐. 그런 말 안쓰면 된다. ‘가상의 적’ 같은거 아닌가. 모든 현상을 다 친노패권주의라고 하면 해결이 안되는 거죠. 우리가 혁신을 위해 노력하면 혁신도 친노패권주의라고 하고, 혁신위도 친노라고 하고, 뭐든지 친노라는 쪽으로 치환해버리면 우리가 한발짝도 못나가는 거다.”

―아마 2012년 총선 공천 당시 친노라는 범주의 사람들이 유리하지 않았는가 하는 피해의식을 (비노측이) 갖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

“한 전 총리가 당시 대표였기 때문에 그런 식의 공격을 받는 것이다. 제가 대표이기 때문에 여전히 친노패권주의라는 공격을 받는 것이다. 우리 스스로 그런 분열의 프레임에 빠지는 것은 잘못이다. 그렇게 되면 정상적인 토론이 불가능하다. 우리하고 경쟁하는 정당이 우리를 공격하기 위해 이런 저런 분열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은 다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것도 신사적이지는 못하지만 그러려니 할 수 있다. 하지만 당내에서 그런 끊임없이 분열의 프레임 만들어 자기하고 생각이 다르면 친노패권주의의 산물인 것처럼 얘기하면 정상적인 토론이 안된다.”

―혁신위의 ‘제도를 넘은 혁신안’에 대한 당내 반발이 예상되는데.

“저는 당이 단합하고 기강을 세우는 것이 함께 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강을 바로 세우는 것이 단합하는 길이기도 하고, 거꾸로 단합이 돼야만 기강을 세울 수도 있다. 지금까지 우리당 내의 많은 해당행위들, 당의 구성원으로서는 해서는 안되는, 그런 선을 넘는 행위들이 많이 있었다. 그런 행위에 대해 우리가 단호하게 기강을 세우지 못한 것은 우리 당이 충분히 단합되지 못한 상황이기 때문에 그것이 또다시 분열이나 갈등을 만들어 낼까봐, 그런 소지 때문에 단호하게 대응을 세우지 못했던 거다. 앞으로 우리당이 좀더 단합되고 정리가 되면 그와 함께 기강을 분명히 세워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부와 여당에 대한 대응 전략

―지난 대선의 교훈에서 ‘유능한 경제정당’과 ‘튼튼한 안보정당’ 행보를 이어오고 있는 것 같은데, 제1야당의 선명성(鮮明性)을 잃어버린 게 아닌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많다.

“경제성장과 안보는 ‘중도화 전략’이 아니라 우리 당의 정체성을 풍부하게 하고 강화하는 것이다. 우리 당 강령 전문은 ‘중산층과 서민들의 소득을 향상시켜 내수활성화를 도모함으로써 기업이 살아나고 일자리가 늘어나는 고용친화적 성장을 이룬다’는 것과 ‘튼튼한 안보를 바탕으로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하고 평화체제를 정착시킨다’는 것을 명시하고 있다. 김대중, 노무현 민주정부 10년 동안 대한민국은 경제성장과 안보태세에서 역대 어느 정부보다 뛰어난 성과를 거두지 않았나. 정부 여당을 견제할 유일한 대안 정당으로서 그동안 우리당의 모습에 실망과 비판이 많았다. 당 대표로서 누구보다 큰 책임을 느낀다. 당의 분열과 자중지란이 가장 큰 원인이다. 혁신과 단합으로 새롭게 출발할 전기를 마련한 만큼 ‘강력한 야당’, ‘싸울 줄 아는 야당’의 본모습을 되찾겠다. 막무가내로 강행되고 있는 박근혜 정부의 노동개혁을 저지하고 청년세대에게 내일의 희망을 돌려주기 위한 일자리 대책을 만들어나가겠다. 대기업 법인세 실효세율의 정상화 등 공정한 조세 개혁과 갑질 경제의 혁신을 주도해 무너진 국민의 삶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소득주도 성장의 경제구조를 만드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
◆선거제도 및 정치제도 개혁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만나 ‘오픈프라이머리(Open Primary·완전국민공천제)나 권역별 비례대표제 등을 논의해야 하는 것 아닌가.

“오픈프라이머리와 권역별 비례대표제 일괄해 타결하자. 물론 정개특위에서 논의하고 타결되지 않으면 양당 대표들 간에 만나서 크게 타결하자 하는 것은 김무성 대표도 제안하셨고 저도 제안하고 있고, 그래서 그 길은 열려 있다고 본다. 우리가 오픈프라이머리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은 누차 말씀드린 바가 있고 문제는 새누리당이 권역별 비례대표제에 조금 더 열린 자세를 가져준다면 충분히 국민들이 기대하는만큼 좋은 길이 열려 있다고 본다.”

―공천안이 중앙위원회를 통과했지 않는가.

“오픈 프라이머리는 법제화 하는 거다. 그것은 선거법을 개정하는 것이다.”

―공천 및 선거제도 개혁이 답보 상태이다.

“오픈프라이머리는 원래 우리 당이 발전시킨 제도다. 노무현의 바람을 일으킨 2002년 국민참여경선을 시작으로 2012년 대선 경선 때는 마침내 100% 국민경선제를 실시했다. 그것을 국회의원 선거까지 확대하자고 지난 대선에서 제가 공약까지 했다. 하지만, 권역별 비례대표제 실시는 그보다 더 중요한 정치개혁의 과제다. 헌법기관인 중앙선관위까지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실시하자고 제안하지 않았나. 김무성 대표 자신도 망국적인 지역주의 정치구도를 해소하자고 주장해온 분이다. 이제 와서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실시하자는 선관위와 우리당의 호소를 외면하는 건 자신들의 지역주의 기득권을 고수하겠다는 속셈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저는 이미 오픈프라이머리와 권역별 비례대표제 문제를 일괄타결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김무성 대표가 결단을 내린다면 내일이라도 만나 담판을 지을 용의가 있다.”

―의원정수를 확대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적지 않는데.

“지금으로선 국민 여론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런 문제는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다. 국민 여론을 존중해야 한다.”
◆20대 총선 전망과 대응

―내년 총선 각오는. 총선에 이겨야 문 대표의 차기 대권 도권도 희망적이지 않는가. 아울러 문 대표와 안 전 대표의 부산 동반출마 요구도 나오는데.

“우리 당으로서는 내년 총선을 반드시 이겨야 한다. 그래야 정권 교체가 가능하고 정권 교체 희망을 줄 수 있다. 특정인 누구 누구의 대선과는 상관 없다. 그 이후에도 대선까지는 많은, 긴 세월이 남아있다. 우리당으로서는 총선에서 이겨야만 집권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총선 승리를 위해 우리 당 구성원들이 모두 다 헌신하고 필요하다면 자기 희생도 해야 한다. 저는 대표니까 솔선수범해 더 큰 헌신하라면 그것도 받아들이겠다. 저로서도 제가 어떻게 하는 것이 총선 승리에 가장 도움이 되는 길인지 심사숙고 해야죠. 대체로 지금까지 제가 지난 번 부산에서 출마했는데 그때 아마 우리 언론에서도 다 그렇게 (보도)하셨을지 모르겠는데, 수도권 특정 지역에 제가 지원유세를 하지 않는다는 것에 불만이 많았다. 저는 부산에서 출마해 부산 전역, 그 다음에 경남에 양산·김해·울산, 그 쪽을 제가 거의 다 두번 정도 지원 유세 다녔다. 수도권까지 올 여유가 전혀 없었다. 그런데 지난 총선에서 실제로 서울 등 수도권 중심으로 해 우리당 후보가 득표율 5% 포인트 범위 안에서 석패한 곳이 23곳이나 된다. 제가 출마하지 않고 그런 곳을 지원하는 것이 우리 당 전체 총선 승리를 위해 더 도움 되는 길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제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것이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도움 되는 길이 있다면 저는 어떤 길이든 선택할 수 있다. 어느 길이 더 도움되는 길인지 심사숙고하려 한다.”

―부산 동반 출마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으로 해석해도 되느냐.

“직접적으로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우리당 총선 승리 위해 필요하다면 저는 어떤 일이든 선택할 각오가 돼 있다.(오늘 혁신위에서 비슷한 권유를 했는데) 같은 차원의 이야기다.”

―추석은 어떻게 보내실 건가.

“추석은 일단 귀향해 추석답게 보내야죠. (지역구나 고향에 내려가느냐) 가서 제 지역구, 출마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어쨋든 지역구 국회의원이니 지역구 구민들에게 인사도 드리고, 그 다음에 10월에 부산·경남에 재보선이 있다. 돕는 방향을 강구하고, 추석도 새고 그럴거다.”
◆재신임(再信任) 정국과 이후 당 운영 방향

―왜 재신임 투표를 철회했는가, 만약 앞으로 비주류 측에서 다시 흔들 땐 어떻게 할 것인가.

“당무위원, 국회의원, 당 원로, 혁신위원회가 함께 나서서 당의 분란과 지도부 흔들기를 끝내자는 총의를 모아주셨다. 국민과 당원의 의사를 직접 묻고자 했던 뜻을 접고 당무위원·국회의원 합동총회의 충정과 결의를 겸허하게 받아들였다. 진통은 있었지만 당의 혁신과 단합을 바라는 당심(黨心)이 확인된 만큼 당 구성원 모두가 진심으로 단결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당의 민주적 결정을 존중하고 승복하는 것이 혁신과 단합의 출발이다. 마음은 더욱 비우고 책임은 더욱 다해서 당을 더 혁신하고 더 단합시키겠다. 야권통합의 중심에 서서 총선 승리를 기필코 이루어내겠다.”

―향후 혁신의 방향과 관련해 안 전 대표는 부패 청산과 낡은 진보 청산 등을 주장하고 계시는데.

“앞으로의 혁신 방향에 대해 안 전대표를 비롯해 많은 분들께서 의견을 주시고 있다. 당의 도덕성 확립, 낡은 정치문화 극복은 혁신위원회가 논의해온 과제이기도 하다. 당의 문화와 구조, 사람을 포함한 전방위 혁신을 이어가기 위해 안철수 전대표를 포함해 당내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할 것이다. ”

―부가하자면 최근 안 전 대표와 부쩍 각을 세우는 모양새인데. 인간적인 감정의 골까지 생긴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함께 혁신을 해나가자는 제 제안에 화답을 해주고 있는데, 왜 각을 세운다고 하는지 모르겠다. 당 내의 누구든 자신의 견해를 말할 권리가 있다. 안 전 대표의 의견 제시를 저와의 대립으로 해석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다양한 견해를 한데 모으고 민주적 절차에 따라 결론이 내려지면 승복하고 함께 실천하는 게 건강한 정당의 본모습이지 않나.”

―향후 통합 행보 구상을 설명해달라.

“우리 당 단합하고 기강세우기는 다른 이야기가 아니다. 당내 단합이 절실하다. 총선 승리를 위해, 더 큰 혁신을 위해 나아가기 위해서도 필요하고 당의 기강을 세우기 위해서도 필요하고. 나아가서는 당 바깥과의 통합도 이뤄야 한다. 결국은 새누리당이 당세나 조직력이라든지 이런 면에서, 지지기반 면에서 막강하니까 야권이 하나의 정당으로, 1대1 맞대결 구도를 만들어 내야만 우리가 이길 수 있다고, 그나마 이길 수 있는 길이 열린다고 생각한다. 끊임 없이 우리다 당내 단합 더하기 당 바깥의 통합을 얘기하고 있는 이유다.”

―당의 단합과 관련해 문 대표께서는 ‘문(재인)·안(철수)·박(원순)’ 등의 ‘희망 스크럼(Scrum)’을 주장하고 있는데 쉽지 않는 상황인 것 같다. 캐릭터가 분명한 두 분 정치인을 스크럼 안으로 설득할 복안이 있는가.

“국민과 당원에게 더 큰 책임을 가진 당의 기둥들이 총선 승리라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힘을 한데 모으자는 것이다. 모두 승자가 되는 길이고 파이를 키우는 일이다. 경쟁은 그 다음의 일이다. 모두가 힘을 모으고 강점을 발휘한다면 총선 승리는 결코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두 분의 생각도 같을 것으로 본다.”

―정세균 상임고문은 문 대표의 대결단을 통한 ‘지도자급 연석회의’를,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문 대표의 통합 행보를, 조금 결이 다르지만, 조국 서울대 교수는 당의 혁신과 단합이 어느 정도 이뤄지면 문 대표의 백의종군(白衣從軍)을 얘기하는데.

“다양한 방안이 있을 수 있다. 당의 단합과 더 큰 혁신 그리고 내년 총선의 승리를 위해서 필요한 일이라면 무엇이든 해나가겠다. 최고위원회만이 아니라 지도자급 연석회의든 의원 특보단이든 다양한 의사소통 구조를 만들어나가겠다. 총선 승리를 위해 당의 책임 있는 분들이 백의종군하는 자세로 더 솔선수범하고 헌신해야 한다. 총선 승리에 도움이 된다면 저 역시 당 대표로서 무엇이든 하겠다는 각오다.”

―재신임 기자회견 당시 당의 혁신과 단합, 야권 통합뿐만 아니라 당 기강(紀綱)확립도 얘기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기강을 확립하겠다는 것인가.

“당의 기강을 확립하자는 것은 민주적 절차를 거친 결정에 승복하고 실천으로 함께 책임지는 당을 만들자는 뜻이다. 마음껏 주장할 자유만 누리고 책임과 실천은 회피하는 정당이 무슨 수로 국민과 당원의 믿음을 얻을 수 있겠나. 우리 당은 정당사상 최초로 당 지도부로부터 독립된 사법부의 역할을 하는 윤리심판원을 발족시켰다. 최고위원부터 평당원까지 예외를 두지 않고 엄격한 윤리적 기준을 적용해왔다. 당의 정체성과 도덕성을 무너뜨리는 언행을 바로잡아 국민에게 신뢰받는 정당으로 거듭날 것이다.”

―향후 인재영입 방향과 인적 쇄신안의 골자는 무엇인가. 이 과정에서 비주류를 비롯한 당내 반발에 대해선 어떻게 할 것인가.

“우리당 공천혁신은 한마디로 공정하고 투명한 시스템 공천을 정착시키는 것이다. 계파 갈등의 뿌리인 지도부의 자의적 공천 가능성을 근본적으로 막았다. 공천을 통한 인적 쇄신은 특정 지역과 집단에 대한 자의적인 배제가 아니라 전원 외부인사로 구성되는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가 주축이 돼 엄정한 의정활동 평가와 지역 경쟁력 평가 등을 종합해 이루어질 것이다. 공천을 둘러싼 계파 갈등은 이제 없어질 것이다. 당 대표 취임 후 다양한 지역과 분야에서 훌륭한 인물들을 발굴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 왔다. 눈앞의 총선만이 아니라 2017년 정권교체라는 긴 안목에서 우리당에 꼭 필요한 전문가들과 인재들을 모시려고 한다. 머지않아 가시적인 성과를 순차적으로 보여드리겠다.”

◆야권 통합 및 야권 질서 재편

―야권 통합과 관련해 무소속 천정배 의원은 총선까지 신당으로 ‘마이웨이(my way)하겠다’는 모양새이고, 정의당 심상정 대표도 문 대표의 야권 통합 제안에 “연애도 않고 결혼하겠다는 식”이라고 반발하고 있는데.

“야권통합의 운명은 우리당이 얼마만큼 혁신하고 단합을 이루느냐에 달려 있다. 호남 기득권으로 행세해온 낡은 모습을 극복하고 언제나 정치개혁에 앞장서온 우리 당의 자부심과 저력을 되찾는다면 야권통합은 국민의 명령으로 실현될 것이다. 천정배 의원 등 당 밖에 계신 분들이 총선 승리와 정권교체를 위해 하나가 될 수 있도록 야권통합의 문을 항상 열어두겠다. 2017년 정권교체는 야권 모두에게 절체절명의 과제다. 합리적인 진보 정치를 실현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이 무엇인지 정의당 또한 진지하게 고민해주었으면 한다.”

◆‘문재인 정치’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수많은 정치권의 러브콜(Love call)을 거절하다 정계에 입문했다. 정치인의 삶을 후회한 적이 있었는지.

“지금도 후회가 없지 않다. 정치 때문에 포기한 것들이 많다. 정치가 가장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을 뿐이다. 4년 전 처음 정치에 뛰어들 때부터 제 목표는 분명했다. 정치를 바꾸고 정권을 바꾸는 것이었다. 국회의원이든 당 대표든 대통령이든, 저 자신이 무언가가 되는 게 목표가 아니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우리 당을 바꾸고, 정치를 바꾸고, 정권교체의 희망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진짜 후회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될까봐 두렵다.”

―‘노무현의 비서실장’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자신만의 브랜드(Brand), 아이덴터티(Identity)를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당연한 말씀이다. ‘노무현의 비서실장’이었고, 그것은 과거다. ‘노무현의 비서실장’은 나에게 큰 자산이다. 떼어 내야 할 꼬리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나고, ‘노무현의 비서실장’이란 말로 나를 가둘 수는 없을 것이다.”

―같은 얘기이겠지만, 그렇다면 ‘문재인의 시대정신(時代精神)’은 무엇인가.

“‘더 평등한 세상’이다. 지금과 같은 극심한 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하지 못하면 우리 사회는 더 성장하지 못하고 패망하게 될 것이다. 사람들이 서로 증오하는 사회가 될 것이다.”

―안철수 전 대표나 천정배 의원과의 회동 등 정치인들과의 만남에서 말에 ‘한 방’이 없다(그래서 ‘싱거운 분’)는 평가를 받는데.

“가치와 대의명분이 해법이지 ‘한 방’이 해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야권의 분열을 극복할 ‘한 방’은 오직 국민에게만 있다. 국민을 바라보고 우리당의 혁신과 통합을 위해 매진하겠다.”

―최근 천정배 의원의 ‘너나 잘하라고 말하고 싶다’는 말에 ‘무례하다’고 공박하고, 안 전 대표의 ‘온정주의’ 비판에 대해선 ‘당치않은 이야기’라고 반박하는 등 ‘젠틀맨’ 이미지에서 단호해진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영화 <킹스맨(Kingsman)>에서 화제가 된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는 대사가 기억난다. 함께 일하는 동료든 경쟁 정당의 의원이든 상대방의 인격과 품위를 존중하는 것이 최소한의 예의가 아닌가. 야권통합에 대해 생각이 다를 수 있지만, ‘너나 잘해라’라는 말은 설령 농담이라 해도 단결해 승리하라는 호남 민심을 무겁게 받아들이는 자세가 아니다. 한명숙 전 총리 사건의 ‘진실’에 대해 말하는 것을 ‘온정주의’로 치부하는 (안 전 대표의) 태도도 그렇다. 나는 수없이 많은 정치적 조작 사건을 보아왔고, 잘못된 유죄 확정 판결을 재심재판으로 바로 잡는 일을 해왔다. 지금도 그런 부당한 일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국민 눈높이나 여론을 말한다면 정의는 어디 가서 찾을 것인가? 설령 진실은 하느님의 영역이라 하더라도, 옳은 가치를 추구하며 명예롭게 살아온 한 인간의 삶이 송두리째 부정된 사건이다. 그런 일을 두고 ‘온정주의’라고 쉽게 한 마디로 규정짓는 것에 대해 나는 강한 거부감을 느낀다.”

대담=허범구 정치부장, 정리 김용출·홍주형 기자, 사진=이재문 기자 kimgija@segye.com
◆문재인 프로필…▲경남 거제 출생(1953년) ▲1971년 경남고 졸업 ▲1980년 경희대 법대 학사 ▲1980년 사법시험 합격(제22회) ▲1982년 노무현 전 대통령과 부산에서 합동법률사무소 개소 ▲2002년 노무현 당시 대통령 후보 부산선거대책본부장 ▲2003∼2005년 노무현정부 청와대 민정수석 ▲2007년 청와대 비서실장 ▲2010년 노무현재단 이사장 ▲2012년 제19대 국회의원(부산 사상) ▲2012년 제18대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 ▲2015년 2월8일∼현재 새정치민주연합 당대표

◆인간 문재인

▲좌우명: “어려울수록 원칙으로 돌아가라”

▲존경하는 인물: 다산 정약용

▲존경하는 정치인: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

▲가장 기억에 남는 책: 이영희의 <전환시대의 논리>

▲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 <변호인>

▲좋아하는 음악: 잔잔한 음악, 가수 김광석·신해철·이은미 씨의 노래

▲주량: 소주 1병

▲좋아하는 음식: 해산물과 민물음식

▲스트레스 해소법: 텃밭 가꾸기와 마당일, 서울에 있을 때는 북한산 등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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