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野 대화녹음 요구에 "청와대를 뭘로 알고 그러세요"
22일 열린 청와대 '5자 회동'은 '이산가족 상봉' 이야기로 시작했지만, 역사 교과서 문제로 충돌하면서 1시간 48분 만에 냉랭하게 끝났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녹색 재킷에 회색 바지 정장 차림이었다. 박 대통령은 "우리 두 대표님과 원내대표님들이 귓속말도 하고 아주 오랜 친구같이 인사도 나누시는데, 실제로 그렇게 사이가 좋으신 건가요?"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산가족 상봉을 거론하며 "우리 정치권이 그런 문제도 해결에 더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자신의 모친이 이산가족 상봉을 했던 경험을 이야기하며 "상봉이 정례화되도록 노력해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런 분위기는 화제가 역사 교과서로 바뀌며 급변했다. 새정치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자신의 발언 순서가 오자 "당 대변인이 배석하지 못했으니 휴대전화로 대화를 녹음해도 되겠느냐"고 물었다. 새정치연합은 이날 오전까지 '대변인 배석'을 요구했지만 거절당했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그런 거 하시면 안 됩니다. 청와대를 뭘로 알고 그러세요. 여기가 법정(法廷)인 줄 아세요?"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웃는 얼굴이었지만 어조는 단호했다고 한다. 그러자 문 대표가 "현기환 정무수석이 쓴 기록(메모)이라도 (나중에) 한 부 달라"고 했다.
여당 '투톱'인 김무성 대표와 원유철 원내대표는 경쟁적으로 박 대통령을 엄호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야당 측이 "국정교과서는 친일 미화, 독재 미화"라고 공격하자, 김무성 대표는 "개인사 들먹이며 비난하는 거 내가 지금까지 많이 참아왔는데… 문 대표 그러는 거 아니오"라고 했다. 김 대표는 "대통령이 경제 한번 살리겠다고 법 몇 개 하자는데, 어떻게 안 해줄 수가 있느냐"고 했고, 박 대통령이 원하는 관광진흥법안과 관련해서는 서울시 지도를 미리 준비해와 들어보이기까지 했다. 원 원내대표는 국정교과서와 관련해 준비한 홍보자료를 내보이기도 했다.
야당 '투톱'인 문재인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는 사안별로 담당을 나눠가며 청와대와 여당의 주장을 공격하는 데 주력했다. 우회적 표현보다는 대여(對與) 선명성을 드러내는 데 주력했다. 북핵 문제와 같은 광범위한 주제는 문 대표가, 국회 입법 사항은 이 원내대표가 주로 맡았다. 문 대표는 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와 일본 자위대 국내 진출 등에 대해 박 대통령의 분명한 입장 표명을 요구했고, 이 원내대표는 준비해 간 각종 현안 분석 자료를 대화에 활용했다.
박 대통령은 자위대 입국 허용 논란 지적에 대해서는 목소리를 높이며 반박했고, 청년 일자리 관련 법안 통과를 요구할 때에는 "여러분들의 자녀 문제라고 생각해 달라"고 호소했다. 여야 참석자들은 각자 회동 내내 대화 내용을 쉬지 않고 종이에 빽빽하게 옮겨 적었다. 회동이 종료된 뒤, 여야 지도부는 각자 국회로 돌아와 1시간씩에 걸쳐 브리핑을 했다. 참석자인 대표·원내대표는 물론 대변인들까지 브리핑에 참여했다. "배(회담)보다 배꼽(브리핑)이 더 큰 것 같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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