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합의 '외교참사' 치닫나

2015. 12. 30.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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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국내 여론·위안부 할머니 반발…야당선 “무효”
아베 “모두 끝, 더는 사죄없다” 육성사과 거부

일본 언론 “소녀상 이전이 10억엔 전제조건”…청와대 “사실 아니다”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중학동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1211차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집회’에서 참석자들이 돌아가신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사진을 들고 대사관 쪽을 향해 한-일 정부의 위안부 피해자 문제 관련 합의를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날 집회는 올 한해 우리 곁을 떠난 아홉명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추모제로 진행됐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한-일 외교장관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관련 ‘12·28 합의’가 이틀도 지나지 않아 총체적 난기류에 빨려들고 있다. 일본 쪽에선 ‘합의 정신’을 부정하는 정부 관계자의 발언과 언론 보도가 쏟아지고 있고, 한국에선 피해자 할머니들과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등 관련 단체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야당은 ‘합의 취소’와 재협상까지 촉구하고 나섰다. 비난 여론이 커지자 청와대와 외교부는 곤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거센 후폭풍에 휩싸인 12·28 합의가 박근혜 대통령의 ‘외교 참사’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측근들에게 “어제(28일)로 모두 끝이 나 더는 사죄하지 않는다. 이후 (한국과의 관계에서) 이(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절 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고 30일 <산케이신문>이 보도했다. 아베 총리는 “이 사실을 (28일 밤 박 대통령과의) 전화회담에서도 말해두었다”고도 언급해 한국 정부의 암묵적 동의를 받았음을 내비쳤다. 이는 아베 총리가 직접 ‘사죄’와 ‘반성’을 표명할 생각이 없다는 의미로, 이번 합의가 일본 총리의 사죄 서한 등이 포함된 1995년 아시아여성기금이나 이명박 정부 때 검토된 이른바 ‘사사에 안’보다 후퇴한 것이란 비판에 직면할 수도 있다.

일본 정부가 예산으로 출연하기로 한 10억엔(97억4300만원)이 주한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소녀상) 철거·이전을 전제로 한 것이란 일본 언론 보도가 잇따르며 ‘진실게임’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이날치 1면 머리기사에서 복수의 일본 정부 관계자의 말을 따 “소녀상을 이전하는 게 재단에 돈을 거출(출연)하는 전제가 돼 있다는 것은 한국(정부)도 내부적으로 확인하고 있다”고 전했다. <요미우리신문>도 일본 정부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일본 정부가 한국 정부에 조기에 소녀상을 철거하도록 한국 정부에 요청했고 한국 정부도 긍정적으로 노력하겠다는 생각을 밝힌 사실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고,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오해를 유발할 수 있는 일본 쪽의 언행이 없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파문이 확산되자 일본 외무성은 이날 오후 <한겨레>에 “이번 합의는 기시다 외상과 윤병세 장관이 기자회견장에서 발표한 내용에 그치는 것으로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라고 해명해왔다.

정대협은 이날 성명을 내어 “한·일 정부는 졸속 합의를 즉각 취소하고 피해자들의 요구에 귀 기울여 피해자들이 수용할 수 있는 올바른 방법으로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정대협은 국내외 시민사회·전문가가 참여한 대응 조직을 만들고, 전국 각지에 세워진 소녀상 앞에서 매주 릴레이 수요시위를 이어갈 계획이다. 이날 정오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1211차 수요시위에 참석한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88) 할머니는 “돌아가신 다른 할머니들의 한을 풀어 드리기 위해서라도 일본의 공식적인 사죄와 법적인 배상을 마땅히 받아야 한다”며 합의안 철회를 요구했다.

더불어민주당(더민주) 문재인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에서 “이 합의는 국민의 권리를 포기하는 조약이나 협약에 해당되기 때문에 국회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동의가 없었으므로 무효임을 선언한다”며 정부에 재협상을 촉구했다. 더민주는 윤병세 외교부 장관에 대한 해임 건의안을 제출하고, 국회 상임위 차원의 진상규명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제훈 송경화 기자 nomad@hani.co.kr,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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