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 외치던 더민주, FTA 전도사 김현종 영입

조윤호 기자 2016. 2. 18.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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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주역 전 통상교섭본부장… “메가FTA 시장개척 중요, 개성공단 폐쇄하되 대안 필요” 주장

[미디어오늘 조윤호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노무현 정부 때 한미FTA의 주역이던 김현종 전 통상교섭본부장을 영입했다. 한미FTA가 추진 당시 사회 양극화를 심화시킬 것이라는 비판을 받았다는 점에서 불공정, 불평등 해소와 더불어성장을 내세우는 더민주의 입장과 맞지 않는 인재영입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18일 오전 11시 기자회견을 갖고 김현종 전 본부장 영입을 발표했다. 더민주는 “우물 안 개구리에게 경제와 외교안보를 맡기겠나”라며 통상교섭본부장, 주 유엔대사 등의 이력을 예로 들며 김 전 본부장을 ‘경제와 외교안보 2.0 시대의 전략가’로 소개했다.

더민주는 김 전 본부장 영입 이유로 “최근의 한반도 주변상황은 마치 구한말 시대를 보는 것 같다. 세계열강의 군사적 갈등이 한반도를 무대로 벌어지고 있는데 남북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 빙하기로 들어갔다”며 “이런 긴장과 대결의 국제관계는 한국경제에 영향을 미쳐 수출경제 타격으로 인한 한국경제 위기를 야기할 수 있다. 지금 우리나라에 필요한 것은 작금의 현실을 비상상황으로 인식하고, 이 위기를 역전의 기회로 바꿔낼 인재”라고 밝혔다.

김현종 전 본부장은 입당 인사에서 “아베는 엔저 정책으로 우리의 심장인 수출사업을 멈칫하게 했고 미국의 금리인상과 중국의 불안정한 경제상황은 다시는 있어서는 안 될 1997년도 IMF 외환위기의 분위기를 연상시키고 있다”며 “이런 절체절명의 경제위기 상황을 현 정부는 자각을 하고 있는 건지, 아니면 알고도 무감각 한 건지, 전혀 급속한 ‘상황변화’'에 따른 국가적 대응을 치밀하게 해내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 김현종 전 통상교섭본부장. 사진=더불어민주당.

김 전 본부장은 이어 “수출시장을 확대하고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이제는 지역과 전략 위주로 체결하는 메가FTA를 주도하고, 우리 자유무역구와 중국 자유무역구를 상호 개방하여 금융, 의료 서비스 등이 진출해야 한다”며 “언제까지 국제 정세에 무지한 채 열강국에 끌려 다니며 국내정치를 해야 하나. 이제 ‘경제와 외교안보 글로벌 2.0’시대를 열고 있는 대한민국은 정치도 이 시대에 맞는 정치인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전 본부장 영입은 야당이 취약하다고 인식되는 외교안보 영역을 보완함으로써 선거를 앞둔 중도층을 공략하려는 포석으로 읽힌다. 김종인 더민주 비대위 대표는 18일 영입 기자회견에서 “김현종 유엔대사가 우리당에 입당함으로 인해서 취약성을 보였던 당의 외교통상 분야의 일익을 담당하고 당의 정책에 반영할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하시리라 본다”고 말했다.

김현종 전 교섭본부장은 노무현 정부에서 한미FTA 협상을 주도했기에 인물로만 보면 더민주에 입당하는 것이 특이한 일은 아니다. 다만 한미FTA 추진 당시 진보진영 일각에서는 한미FTA가 사회 양극화를 부추기고 한국에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미국식 자본주의가 도입될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다는 점에서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성장, 불평등 해소를 내세우는 더민주의 정체성에 걸맞냐는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열린우리당은 집권여당으로서 한미FTA를 추진했지만, 더민주의 전신인 민주당은 2011년 야당 시절 한미FTA 발효를 앞둔 상황에서 반대 입장에 섰다. 김 전 본부장 영입을 두고 더민주의 한미FTA 입장이 다시 바뀐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수도 있다.

김현종 전 본부장은 ‘당의 기조와 한미FTA 추진 등의 입장이 어긋나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지금은 글로벌 시대를 무시할 수 없다. 파이를 늘리기 위해 수출시장을 확대시켜야 한다”며 “글로벌 시대 1.0에서 2.0으로 넘어가면서 메가FTA로 가야하는데, (한국은) TPP도 가입 못했다. 전략적인인 생각을 하면 경제가 더 중요하고 시장을 더 개척해 나가야한다”고 답했다.

김 전 본부장은 또한 ‘더민주의 불공정 해소 기조와 한미FTA가 배치되지 않냐‘는 지적에 대해 “그렇게 보지 않는다. 세계흐름이 메가FTA로 가고 무역의존도가 GDP 대비 100%가 넘는다”며 “시장 개척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전 본부장은 “한미FTA는 2012년 3월 비준했고 그 때 우리 무역흑자가 151억 불이었다. 근데 2013년 그 이후 3년 동안 결과를 보면 2013년 205억 달러, 2014년 250억 달러, 작년 258억 달러로 꾸준히 증가했다”고 한미FTA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김 전 본부장은 박근혜 정부의 개성공단 폐쇄에 대해서는 “북핵에 대해선 단호히 대처할 필요가 있다. 어떻게 보면 개성공단 폐쇄시킬 수도 있어야한다”며 “하지만 통일지향국가로서 우리는 북한을 변화시켜야 하고, 가장 좋은 방법은 자본주의를 투입시켜 시장세력을 만드는 것이다. 개성공단을 폐쇄하되 대안이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미FTA 반대에 앞장섰던 이해영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는 “한미FTA는 불평등, 불공정 협정의 대명사인데 (더민주가 주창하는) 경제민주화와 조화가 되겠냐는 질문을 던지고 싶다”며 “김 전 본부장이야말로 아메리카 스탠다드라는 ‘우물’ 안에 갇혀 있는 분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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