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직격 인터뷰-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사드 배치, 개성공단 중단보다 더 심각.."

2016. 2. 19. 04:0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中 경제적 보복 땐 IMF급 재앙 올 수도"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 지난 16일 서울 강남구의 한 호텔에서 가진 국민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미국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도입 논의 착수에 따른 중국의 경제 보복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곽경근 선임기자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개성공단 가동 중단보다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도입 논의 착수 결정이 더욱 심각하다”며 “중국의 경제적 보복으로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때보다 더 큰 재앙이 올 수 있다”고 차분한 대응을 주문했다. 정 전 장관은 지난 16일 서울 강남구의 한 호텔에서 국민일보와 가진 인터뷰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의 개성공단 중단 결정으로 향후 2년간 남북교류 자체가 쉽지 않아졌다”며 개성공단 자금의 북한 핵·미사일 개발 전용 의혹 제기는 성급했다고 지적했다.

-개성공단은 남북한에 어떤 의미가 있나.

“개성공단은 원래 군사지역이었다. 이곳을 경협지대로 만들면 돈 때문에 남북이 긴밀히 연결되고, 군사적 장난을 칠 가능성이 적다고 봤다. 개성공단 주변의 도시 문화는 상당히 한국화됐다. 개성공단이 생김으로써 상징적으로 휴전선이 북상했다는 언론 보도까지 있었다. 긴장 완화 효과다. 또 남북 경제공동체로 나아가는 디딤돌이다. 결국 개성공단은 일석이조가 아니라 삼조, 사조의 효과가 있다고 생각한다.”

-개성공단 북한 근로자들의 임금 지급 구조는.

“개성공단 입주기업이 먼저 북한의 담당 기구인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에 임금을 입금한다. 이어 민족경제협력연합회(민경련)가 이 돈을 사회문화시책비 30%를 뗀 뒤 북한 근로자들에게 물표로 지급하는 구조다. 북한 근로자들은 개성공단 내 마트(PX)에서 물표를 내고 생필품을 산다. 마트 주인은 민경련에 물표를 모아주고 달러를 받아간다. 그런데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국회 답변에서 이런 구조를 모른다고 했다. 장관직을 수행하려면 미세한 것까지 현장에 들어가서 봐야 한다. 보고서만 봐선 안 된다.”

-홍 장관은 개성공단 자금이 핵과 미사일 개발에 전용됐다고 했는데.

“개성공단 임금이 수표도 아니고, 계좌추적도 안 되는 현금으로 북한 측에 전달된다. 아무리 번호를 모두 적더라도 어디로 돌아다니는지 어떻게 추적하겠는가. 과학 장비로 탐지가 되지 않는 종이돈이 어디로 갔는지 어떻게 알 수 있겠나. 탈북자들이 39호실과 서기실을 자주 거론하는데 대부분 주변에서 들은 얘기를 하는 것이다. 개성공단을 통해 연간 평균 5600만 달러가 들어간 셈인데 그 돈을 가지고 핵실험 하고 미사일까지 만드는 것은 원가계산 자체가 되지 않는다.”

-북한은 무슨 돈으로 핵개발과 미사일 발사를 하는가.

“2005∼2006년쯤 북한이 연간 미사일 수출로 10억 달러를 벌 수 있다고 한 적이 있다. 미국 의회조사국 자료도 있다. 미국과 사이가 좋지 않은 중동 국가에 군복도 팔고 미사일도 팔고 해서 연간 10억 달러씩 벌었다는 것이다. 이 돈 상당액이 핵과 미사일 개발에 들어갔을 것이다. 북한에는 군수물자를 수출해서 버는 제2경제위원회가 따로 있다.”

-박 대통령이 국회 연설에서 퍼주기는 절대 없다고 했는데.

“퍼주기 유례를 찾아봤더니 시집온 며느리가 몰래 친정 먹을 것을 빼돌리는 걸 퍼주기라고 하더라. 퍼주기는 공짜다. 그러나 개성공단 인건비는 북한의 노동력을 싼값으로 사는 것이다. 퍼주기와 개념이 전혀 다르다.”

-개성공단 입주기업이 124개인데 처음보다 늘어난 것인가.

“124개라는 숫자는 노무현정부 때 그대로다. 이명박정부 때는 전혀 늘리지 못했다. 북한 근로자들을 위해 기숙사를 지어주기로 했는데 기숙사를 지어주면 파업을 통해 회사 사장을 어렵게 한다고 절대 지어주지 말라는 것이 이명박정부의 엄명이었다. 그런데 사회주의 국가는 국가가 노동자를 관리하기 때문에 파업을 저희들끼리 모여서 할 수 없는 구조다. 전혀 북한 사회를 몰랐던 것이다.”

-박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의 행동을 폭주로 규정했는데.

“그런 식으로 접근하면 미운 생각만 들고, 버르장머리를 고치지 않으면 해결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북한은 국내법으로 다스릴 대상이 아니다. 1993년 미국 클린턴 정부 때 북한이 요구한 것이 있다. 미국과의 수교, 경제적 지원, 그리고 적대시 정책 포기였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갖고 얻으려 하는 게 바로 이것이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우리에게 쏠 일은 없다. 오히려 겁나는 것은 장사정포다. 그것이면 남한은 불바다가 된다.”

-박근혜정부 집권 기간의 남북 교류 전망은.

“박근혜정부에선 틀렸다고 본다. 적어도 2년간은 남북 경협이 없다고 봐야 한다. 정권교체가 돼서 새 대통령이 나오면 개성공단은 재개될 수 있다. 꼭 진보 대통령이 아니어도 된다. 노태우 전 대통령도 북방외교를 통해 소련 및 중국과 수교하고 남북 교류도 활성화했다. 노태우 같은 보수적인 군인 대통령도 참모를 잘 만나면 남북관계를 잘 끌고 갈 수 있다. 미국 대선도 지켜봐야 한다. 트럼프 같은 사람이 되면 남북관계도 어렵다.”

-지금 박근혜정부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현재로선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할 수 있는 조치는 별로 없다고 본다. 문제는 외교다. 한마디로 큰일났다. 미군의 사드 배치는 사실 록히드마틴이라는 군산복합체의 이해관계와 직결돼 있다. 먼저 한반도에 배치한 뒤 방위분담금으로 보전해주면 쥐도 새도 모른다.”

-왜 사드가 문제인가.

“가장 큰 문제는 중국이다. 군사적 보복도 가능하지만 엄포일 뿐이다. 경제적 보복은 불가피해 보인다. 최악의 경우 중국과 단교하면 우리는 결정적 피해를 보지만 중국은 크게 손해볼 것이 없다. 만약 단교까지 일어난다면 심각하다. 그것만은 막아야 한다. 북한만 겨냥한 것이라며 중국이 이해할 것이라고 하는데 순진한 생각이다. 사거리가 2000㎞가 아닌 600㎞만 돼도 수도 베이징이 포함된다. ‘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한다’는 말이 있는데 사드 문제 때문에 중국과 불편해지기 시작하면 경제가 주저앉는다. 마라도 인근에 방공식별구역이 일본 및 중국과 겹치는 구간이 있다. 지나가면 통보하곤 했는데 이번엔 예고 없이 지나갔다. 또 서해는 우리 바다이기도 하지만 중국 바다이기도 하다. 우리 영해와 겹친다. 충돌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중국 해군력은 북한에 비해 엄청나게 세다.”

-박 대통령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박 대통령은 우선 사드 논의 수위를 어떻게 늦출 것인가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전부는 아니지만 중국에 대한 섭섭함도 사드 도입 논의 결정에 일정 정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본다. 박 대통령이 중국 전승절에 간 것을 대단하게 생각하는데 힘든 결정이었지만 일종의 퍼포먼스에 불과하다. 중국은 미국과 균형을 맞추려는 움직임 정도로 여긴다. 지금은 화가 나서 국가경제를 망칠 때가 아니다.

◆ 정세현 前 장관은…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1945년 북만주 헤이룽장성에서 태어났다. 경기고와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77년 통일부 연구관으로 공직을 시작해 통일부 대화운영부장, 민족통일연구원 부원장을 역임한 뒤 1993년부터 1996년까지 청와대 통일비서관직을 수행했다. 이후 1998년 3월까지 민족통일연구원 원장으로 일했으며 1998년 통일부 차관을 거쳐 2001년부터 2004년까지 제29, 30대 통일부 장관을 지냈다.

통일부 장관 시절 남북화해 정책을 적극 추진해 남북 육로 연결과 개성공단 사업을 주도했다.

정 전 장관은 퇴임 후 이화여대 석좌교수, 원광대 총장을 역임하며 오랜 관료 경험을 후학에게 전수하는 데 힘썼다. 현재는 한반도평화포럼 상임대표로 통일 문제를 포함, 동북아 정세에 대한 다양한 논의를 이끌어 오고 있다.

정 전 장관은 김영삼 대통령 시절 통일비서관을 역임하고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때 통일부 차관과 장관을 거치는 등 통일 문제에 관해 보수와 진보의 장단점을 모두 경험해 통일 사안에 대해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영석 정치부장 yskim@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뉴스 미란다 원칙] 취재원과 독자에게는 국민일보에 자유로이 접근할 권리와 반론·정정·추후 보도를 청구할 권리가 있습니다. 고충처리인(gochung@kmib.co.kr)/전화:02-781-9711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