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진보 국회의원' 기대감 나오는 울산 동구

박석철 2016. 3. 13. 19:2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분석] 진보진영 단일화에도 야권 다자구도될 듯, 주민 선택 '주목'

[오마이뉴스박석철 기자]

 울산 동구 전하동에 있는 현대중공업의 모습. 상가 건너편 회사 담장 넘어로 거대한 골리앗이 보인다.
ⓒ 박석철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의 조합원 전화 투표로 진보후보단일화를 이룬 울산 동구에서는 노동계와 진보진영 사이에서 첫 진보 국회의원 배출의 기대감이 넘쳐나고 있다. (관련 기사 : 울산 동구 진보단일후보에 무소속 김종훈)

1987년 노동자대투쟁의 진원지였던 울산 동구는 그동안 노동자들의 지지로 지방선거에서 어느 도시보다 진보진영이 강세를 보여왔다. 하지만 유독 국회의원은 한 명도 배출하지 못했다.

몇 년 전부터 불어닥친 조선 경기 불황으로 인한 조선업계 정리해고와 지역경제 불안은 이 지역 노동자들과 지역상인을 아우성치게 만들고 있다. 그 여파로 진보 국회의원 배출의 기대감이 나오지만 넘어야 할 벽이 엄연히 존재한다.

격앙된 동구지역 노동자와 서민들의 선택은? 

동구에서는 1997년 울산이 광역시가 된 후 재선거를 포함해 민선으로 치르진 7차례 동구청장 선거에서 진보진영이 4번, 새누리당이 3번 승리했다.

초대 김창현 구청장으로 시작해 이영순, 이갑용, 정천석(재선), 김종훈, 권명호로 이어져온 구청장 중 절반 가량이 전 통합진보당(아래 진보당) 계열의 정치인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하지만 역대 국회의원 선거는 달랐다. 현대중공업 최대주주인 정몽준 전 의원이 동구에서 내리 5선을 한 후 안효대 의원이 바통을 이어받아 2선을 하는 등 새누리당이 석권했다. 특히 현역 안효대 의원이 현대중공업 간부 출신에 정몽준 의원 사무국장을 지낸 점을 감안하면 지난 7차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정몽준 전 의원의 영향이 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현대중공업이 동구지역 경제를 좌지우지 해왔다는 점, 상대적으로 '정몽준'이라는 상징성이 이 지역에서는 그만큼 컸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한 때 국내 최대 강성노조로 불렸던 현대중공업 노조가 1990년대 중반부터 보수 성향의 집행부로 이어져 오면서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보수 성향 집행부가 지난 2009년 '회사에 교섭권 반납' 등 행보를 해온 것도 이런 분위기에 일조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2013년과 2015년 잇따라 진보 성향의 현대중공업 노조 집행부가 들어서면서 지역분위기가 급반전되고 있다. 몇 년 전부터 불어닥친 세계경제 불황으로 조선 산업이 직격탄을 맞은 것도 분위기 반전에 일조했다. 지난해 1500여 명의 정규직이 정리해고 되고 일감부족으로 하청업체가 잇따라 폐업하면서 하청노동자들도 해고위기에 놓이는 등 과거와 다른 지역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것.

지난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 안효대 의원은 진보진영 후보와 같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노동자 보호 공약을 내걸은 뒤 51.5%(4만1395표)를 얻어 43.6%(3만5033표)를 얻은 진보당 이은주 후보를 누르고 재선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후 공약이 이뤄지기는커녕 정규직마저 정리해고 되자 노동계와 지역주민의 분위기가 새누리당에 곱지만은 않다.

가장 최근에 치르진 2014년 지방선거때 새누리당은 동구에서 주요 선거전략으로 진보당 후보들에 대한 '종북몰이'에 집중했다. 새누리당은 당시 지역 곳곳에 진보당 김종훈 후보와 지방의원 후보자를 겨낭한 '종북몰이' 현수막을 붙이고, 선거유세에서도 같은 내용을 반복하면서 결국 구청장과 구의원을 다수 배출했다. (관련 기사 : "지금 야당 찍으라는 거야?" vs "새누리 되면 상인 힘들어")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새누리당이 이같은 구호를 외칠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종북몰이 대상이던 진보구청장이 성사한 무상급식마저 축소해 학부모들의 항의를 받는가 하면, 이 구호가 이제 지역주민들에게는 식상하게 비춰질 가능성이 있는 것. 오히려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새누리당이 지역민이기도 한 현대중공업 직원들의 정리해고와, 경기불황에 따른 지역경제 불안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새누리당 내에서 "이번 총선에서 동구가 불안하다"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더민주와의 야권연대는 진보진영이 넘어야 할 '벽'

지난 2014년에 치르진 울산 동구청장 선거에서는 야권이 연대에 실패하면서 결국 새누리당 1명과 야권 3명의 다자구도로 선거가 치르졌다.

그 결과 새누리당 권명호 후보가 44.94%를 얻어 당선됐다. 하지만 그 득표율은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유성용 후보(9.13%), 통합진보당 김종훈 후보(40.44%), 노동당 손삼호 후보(5.46%)의 득표율을 합한 것보다는 낮았다.

당시 선거에서 노동계와 시민사회 등은 진보진영의 단일화를 강하게 요구했지만 성사되지 못했다. 특이한 점은, 수치상으로 볼 때 만일 당시 진보당과 노동당 간 진보후보 단일화가 됐다면 새누리당 후보를 이길 수 있었다는 점이다. 이번 총선에서 진보후보 단일화가 이뤄진 것이 주목받는 이유다.

아이러니한 것은, 2014년 지방선거에 나서면서 야권연대에 반대했던 노동당 손삼호 후보가 이번 총선에서는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나섰다는 것. 그는 역시 이번에도 야권연대 불가를 외치고 있다.

현재 더불어민주당은 손삼호 후보와 이수영 후보간의 당내 여론조사 경선을 13일~14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어느 후보가 결선에 진출하더라도 최종 야권연대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다 손삼호 후보는 진보단일화 투표를 두고 현대중공업 노조를 고소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결국 진보진영이 울산 동구에서 최초의 국회의원을 배출하기 위해서는 더민주 후보와의 야권연대에 기대기보다는 연대를 하지 않고도 이길 수 있는 벽을 방안을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과연 울산 동구 주민들은 누구의 손을 들어줄 것인가. 결과가 주목된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응원하는 방법!
☞ 자발적 유료 구독 [10만인클럽]

모바일로 즐기는 오마이뉴스!
☞ 모바일 앱 [아이폰] [안드로이드]
☞ 공식 SNS [페이스북] [트위터]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