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태 의원 '총선 공약 이행률 70%'의 비밀

성낙선 2016. 3. 16.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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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시민단체들, "김 의원 허위 사실 유포" 선관위에 신고

[오마이뉴스 글:성낙선, 편집:박순옥]

 19대 총선 당시, 김진태 후보가 만든 총선 공보물 내용 일부. 3대 공약이 나열돼 있는 걸 볼 수 있다. 김 의원은 이 3대 공약을 모두 지키지 못했다.
ⓒ 김진태 의원실
20대 총선에서 춘천 출마가 확정된 김진태 의원의 '19대 총선 공약 이행률'이 계속 논란이 되고 있다. 김진태 의원이 제시한 공약 이행률이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자신의 총선 공약 이행률이 70%가 넘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춘천시 내 시민단체들은 지난 11일 김 의원의 총선 공약을 검증한 결과, 공약 이행률이 겨우 4.28%에 불과했다고 발표했다.

총선 공약 이행을 평가하는데 국회의원 자체 평가와 시민단체 평가 사이에 엄청난 차이가 존재하는 것이다. 그 차이가 몇 %에 불과한 것도 아니고, 몇 십 %에 달하는 것이라면, 왜 그런 차이가 났는지 따져보지 않을 수 없다.

김진태 의원의 총선 공약 이행률이 논란이 되는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김 의원이 자신의 공약 이행률을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가 인정했다고 주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 하나는 김 의원이 자신의 공약을 자체 평가하면서 공약을 이행한 근거로 제시한 것들이 상당 부분 타당성이 떨어진다는 사실이다.

70% 공약 이행률,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가 인정?

먼저 김 의원 측은 자신의 공약 이행률이 70%가 넘는다는 것을 보증하는 근거로,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평가는 70%를 상회"했다고 주장했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의 검증을 거친 결과, 그런 수치가 나왔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수치는 김 의원 측이 자체적으로 집계한 공약 이행률 71.4%와 차이가 없다. 김 의원 측 주장대로라면,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는 김 의원 측이 집계한 공약 이행률을 100% 인정한 셈이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는 국회의원 개개인이 제출한 '공약 이행 자체 평가표'를 자료로, '19대 총선 공약' 이행을 검증하는 과정을 거쳤다. 그리고 그 결과를 지난 2월 18일 보도자료를 통해 언론에 발표했다. 하지만 그 보도자료에는 분야별, 정당별 공약 이행률 등이 나와 있어도, 국회의원 개개인의 공약 이행률은 나와 있지 않다. 그렇다면, 김 의원은 무슨 근거로 이 단체가 자신의 총선 공약 이행률을 70%가 넘는 것으로 평가했다고 주장하는 것일까?

이와 관련해,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측은 '김 의원의 공약 이행률 70%가 어떻게 해서 나온 수치이냐'는 질문에 "김 의원실이 제출한 평가표를 가지고 평가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평가단이 의원실에 문제 제기한 것이 2건인가가 있는데, 의원실에서 볼 때, 이 2건 외에 나머지는 우리가 (공약 이행을) 인정한 것으로 판단한 것 같다"고 답했다. 그리고 "(우리가) 따로 (공약 이행률을) 몇 %라고 발표한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에서 설명한 대로라면, 김 의원 측이 자체적으로 그런 판단을 할 수는 있어도, 이 단체가 직접 김 의원의 공약 이행률이 몇 %라고 못박아 인정했다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김 의원은 그걸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해석했다. 그리고 김 의원이 자체 평가한 것과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가 평가한 것 사이에 아무런 차이가 없다는 것도 선뜻 받아들이기 힘들다. 설사 그런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해도, 그걸 당장 김 의원의 공약 이행률로 확정지어 공표하는 데는 무리가 따른다.

왜냐하면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에서 수행한 평가로, 공약 이행률 검증이 모두 끝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애초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가 국회의원 개개인의 공약을 한꺼번에 검증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런 까닭에 이 단체는 '19대 총선 공약 이행 정보'를 공개하면서, "지역구 국회의원 239명(전체의원 중 공석, 사고 제외)의 8481개 공약의 ▲ 국회의원 자체 평가서 ▲ 소명 자료 등을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지역 사회의 2단계 검증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지역 사회의 2단계 검증을 촉구한 것은 공약 이행 평가가 지역에서 더욱 더 정밀하게 진행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렇게 해서 '2단계 검증'을 실시한 결과, 지역에서는 완전히 다른 결과가 나왔다. 달라도 너무 다른 결과가 나오자, 김진태 의원 측은 시민단체들을 향해 "후보 흠집내기"라고 반발했다. 그에 반해 시민단체들은 김 의원 측이 밝힌 공약 이행률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비난했다.

 춘천시민사회단체네트워크 김명호 운영위원장이 11일 춘천시청 기자실에서 김진태 의원 공약 이행 평가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성낙선
김 의원 "70개 공약 중 50개 이행"... 시민단체 "3개만 이행"

두 번째 논란은 김진태 의원이 공약을 이행했다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제시한 근거들을 둘러싼 것들이다. 김진태 의원이 작성한 '공약 이행 현황 자체 평가표'는 여전히 논란의 중심에 있다. 춘천경실련, 춘천생활협동조합, 춘천시민연대 등 10여 개의 시민사회단체들의 모임인 춘천시민사회단체네트워크가 이 자체 평가표 내용을 면밀히 분석했다.

이 평가표를 보면, 김진태 의원은 지난 19대 총선 당시, 유권자들에게 4개 분야(경제, 관광, 교육, 복지)에 걸쳐 총 70개의 공약을 제시했다. 그리고 자체적으로 공약을 "완료"했다고 판단한 항목에는 일일이 공약 이행 근거를 덧붙였다. 시민단체들은 그 근거 자료들을 일일이 다 확인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그 결과 그 자료들 대부분 "근거를 찾기 힘든 것들이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평가표에서 자신이 제시한 공약 70개 중 50개를 '완료(공약 이행)'했다고 답했다. 그 외 18개 공약은 여전히 '추진 중'인 것으로, 그리고 나머지 2개 공약은 '기타'로 분류했다. 이 자체 평가표대로 하면, 김 의원의 총선 공약 이행률은 71.4%이다. 이 수치는 19대 국회의원들의 평균 총선 공약 완료율인 51.24%를 크게 뛰어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자체 평가표를 분석한 시민단체들의 평가 결과는 크게 달랐다. 시민단체들은 김 의원의 총선 공약 이행 여부를 평가한 결과, 김 의원의 공약 이행률은 4.28%라고 발표했다. 시민단체들은 김 의원이 "완료"했다고 답한 공약 50개 중 실제로는 3개 공약만 "이행"하고, 47개의 공약은 "미이행"한 것으로 평가했다. 그 외 18개 공약은 '추진 중'인 것으로, 그리고 나머지 2개 공약은 '평가 불가'로 분류했다.

왜 이런 차이가 발생한 것일까? 그 이유는 김 의원이 자신의 공약을 이행한 근거로 제시한 내용과 시민단체들이 그 내용을 검증한 자료를 비교해서 살펴보면 알 수 있다. 시민단체들은 김 의원의 평가표를 검증하면서, "춘천시예산서, 중기지방재정계획, 춘천시와 강원도교육청의 업무 관련 자료, 춘천시의회 행정사무감사 자료 등 공적으로 제시되고 확인할 수 있는 자료들을 통해 검증 작업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사실과 다르거나 이치에 맞지 않는 공약 이행 근거들

김 의원은 19대 총선 당시 '3대 핵심 공약' 중에 하나로 "춘천시 내 미군 기지였던 캠프페이지에 '기상·기후클러스터'를 유치하겠다"고 약속했다. 김 의원은 이 공약을 이행한 근거로 "국비 531억 원을 확보를 통해 부지매입문제를 해결"했다고 제시했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그 근거가 잘못됐다"며, "국비는 이미 총선이 있기 전에 해결된 것으로 김 의원 공약과는 무관하게 진행"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또 자체 평가표에서 "기상 기후클러스터를 유치함으로써 신규 일자리 1000개를 창출하겠다"고 약속한 공약도 이행을 완료한 것으로 답했다. 여기에 시민단체들은 "기상·기후클러스터를 유치하지 못했는데 공약을 이행했다고 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실제 기상·기후클러스터는 아직 유치 지역이 확정되지 않은 사안으로, 현재는 다른 지역에 설치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도 김 의원은 자체 평가표에서 엉뚱하게도 자신이 이미 이 공약을 이행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호반관광 클러스터 및 춘천 축제와 함께 하는 재래시장을 육성하겠다"고 한 공약의 경우, 김 의원은 "지난해 한국관광공사가 '외국인이 가기 좋은 전통시장 16개소' 중 춘천 낭만시장을 선정"한 것을 공약 이행 근거 중의 하나로 제시했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이 근거 역시 "재래시장 육성은 춘천시에서 시행하는 사업으로 김 의원(공약)과는 무관"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 의원은 또 "청년일자리 창출을 위한 온라인 재래시장을 육성하겠다"는 공약에는 <강원일보>가 지난해 1월 12일자로 보도한 '웹으로 고객 관리 스마트 전통시장'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근거 자료로 제시됐다. 그런데 시민단체들이 확인한 결과, 이 기사는 춘천 제일시장 같은 재래시장에서도 스마트폰을 통한 고객 관리 등이 가능해졌다는 것을 소개하는 것으로, '청년일자리 창출을 위한 온라인 재래시장 육성 사업'과는 별 관계가 없었다.

 지난 3일에 진행된 김진태 의원 춘천 선거사무실 개소식 장면. 김 의원은 개소식에서 "힘 있는 춘천,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 김진태 후보 선거사무실
진보교육감 추진 사업들까지 공약 이행 근거로 제시

김진태 의원은 심지어 진보교육감인 민병희 강원교육감이 추진한 '작은학교 희망만들기' 등의 사업까지 자신이 공약을 이행한 근거로 제시하는 모험을 감행했다. 게다가 전교조 교사들이 주축이 되어 만든 강원퇴직교사협의회를 소개하는 기사를 제시하고는, 그걸 근거로 "교육자 어르신들께 봉사 기회 제공"이라는 공약을 이행했다고 답하기도 했다.

시민단체들에 따르면, 김진태 의원이 완료를 공언한 공약 50개 중 무려 47개 공약들이 대부분 이처럼 이치에도 잘 맞지 않은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이 근거들이 "너무나 황당하고 수준 이하인 것이 많아 의원실에서 평가하여 제출한 자료가 맞는지 의심할 정도"라며, "공약 이행률을 높이기 위해 말도 안 되는 근거를 억지로 끼워 맞춘 흔적이 곳곳에 너무나도 많았다"고 지적했다.

시민단체들의 이 같은 비판에 김진태 의원 측은 "다년간 공약 평가에 전문성을 인정받은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평가는 70%를 상회함에도 (시민단체가) 5%라는 터무니없는 결과를 발표한 것은 의도를 지닌 후보 흠집내기라고 생각한다"며, 시민단체 발표에 불순한 의도가 있다는 식의 주장을 되풀이했다. 그리고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의 검증을 거쳤다는 게 우리의 공식 입장"이라고 잘라 말하며, 지역 내 시민단체들의 평가 결과는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시민단체들은 14일 김진태 예비후보에게 '공약 이행 공개 검증'을 제안했다. 시민단체들은 "제대로 된 공약을 제시하고 약속을 지키는 것은 정책 선거의 기본"이며, "유권자들이 요구하기 전에 후보자 스스로 공약을 얼마나 이행했는지 밝히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시민단체들은 또 이날 "김진태 후보자는 12일 유권자들에게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공약이행평가 71.4%로 강원도 3위'라는 문자를 보냈다"며, "이에 대해 강원도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약 이행률이 71.4%, 허위 사실 유포에 대해 강원도선거관리위원회의 철저한 조사와 조치를 촉구"했다. 김진태 의원은 새누리당 경선 결과, 14일자로 춘천 선거구 출마 최종 후보로 결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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