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영선패권', 더민주의 현재

조명호 2016. 3. 16.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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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이대로 간다면 야권은 필패.. 지도부 결단 필요해

[오마이뉴스 글:조명호, 편집:손지은]

새누리당 등 보수 세력이 선거 때만 되면 들고 다니는 단어가 '종북'이었다. 이 종북이라는 단어의 의미는 북한 김일성의 주체사상과 북한 정권의 노선을 추종하는 경향을 일컫는 말이다. 종북프레임은 새누리당은 전신이었던 신한국당, 한나라당 시절에도 제1의 선거 전략이었다.

종북 논리와 그에 따른 근거는 그야말로 허술했다. 새누리당을 반대하면 모두 종북이라는 식이다. 인도주의 차원에서 북한을 지원하자고 하면 종북이요, 빨갱이가 됐다. 민주화 운동을 했으면 1등 종북이고, 시민단체 활동을 해도 종북이다.

아직 냉전시대의 이념에 사로잡혀 북한을 추종하고 주체사상을 신봉하는 사람은 실제로도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표면적이고 제도적으로나마 민주주의가 확고히 자리 잡은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진짜 북한을 추종하는 사람들의 결사체인 '종북 세력'이 살아남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이러한 '종북', '빨갱이'라는 단어는 지금도 살아서 서서히 움직일 준비를 한다. 선거 때가 되면 활동력이 왕성해진다.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된 지난 대선에서도 주요 선거 전략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 NLL 대화록'을 중심으로 한 종북몰이가 그것이다. 

종북몰이의 그물은 노무현 대통령의 비서실장이었던 문재인 후보에게 던져졌다. 문재인 후보와 야당은 그 그물을 걷어내기 위해 아등바등 노력했고 그 그물을 걷어냈지만 이미 선거는 끝나 있었다. 그 사이 박근혜 후보는 당선됐다.

'종북몰이' 똑 닮은 '친노몰이'

 지난 1월 27일 대표시절 주재한 마지막 최고위원회의에서 참석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 남소연
'친노패권주의'라는 말이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이었던 새정치민주연합, 민주당, 민주통합당 시절부터 특정 세력이 경쟁하는 다른 세력을 공격하기 위해 쓰는 단어다. 지난해 새정치민주연합의 당 대표 선거 당시 박지원 의원은 문재인 의원이 당 대표가 되면 '친노패권으로 당이 힘들어질 것'이라고 했다. 문재인 의원이 당 대표가 되자 비주류를 자청한 주승용, 김한길, 박영선 의원 등이 친노패권을 청산하라며 연일 지도부를 공격했다.

대권주자였던 안철수 의원도 줄곧 문재인 대표 사퇴를 요구하며 친노패권 청산을 외쳤다. 안철수 의원은 탈당하여 국민의당을 만든 지금까지도 더불어민주당에 친노패권이 존재하고 있어 야권통합은 불가하다고 말한다.

패권주의란 말은 무력으로 천하를 다스리는 자의 권력이라는 뜻이다. 노무현 대통령 서거를 계기로 소위 친노세력이 한동안 야당의 주류세력으로 이어온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친노패권주의 청산을 외치는 사람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당권을 이용해서 비주류를 힘으로 억누르고, 영향력을 행사하고, 주요당직을 차지하고, 당을 마음대로 좌지우지했는지는 의문이다.

2009년 노무현 대통령 서거 당시 야권의 수많은 정치인들이 친노라고 주장하며 노무현을 선거에 이용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그들 중 대부분의 인사들이 친노에서 벗어나 각자의 목소리를 냈고, 김두관 전 경남도지사 같은 경우는 오히려 친노의 색깔을 지우려고 노력한 것이 사실이었다.

안철수, 정동영, 박영선, 김부겸, 박지원, 천정배 등과 같은 야권의 주요 인사들은 하나같이 만악의 근원을 친노패권이라고 주장했다. 그들은 '친노패권 청산'을 지금도 주장한다. 그렇다면 그들이 주장하는 친노패권 인사는 누구인가?

문재인 대표는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에게 전권을 위임하고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한명숙 의원은 구속되었고, 국민의당에서 친노패권세력으로 규정한 정청래, 이해찬 의원은 얼마 전 더불어민주당 공천 과정에서 컷오프(공천 배제) 됐다. 그 외에 친노패권세력으로 부를 만한 영향력이 있는 인물은 없다.

친노패권이 아직도 살아있는 힘이라면 이해찬 의원과 정청래 의원이 공천 배제될 이유는 없었을 것이다. 오히려 박영선 의원이나 이철희 전략기획본부장 같은 사람이 김종인 대표 뒤에서 새로운 '패권'을 형성해 그 힘을 과시하고 세력을 규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문하고 싶다.

패권주의는 힘으로써 상대방 세력을 누르고 자기세력의 힘을 과시하는 것이다. 현대 민주주의 정당체제에는 없어져야 할 구시대의 유물이다. 현재 김종인 대표 체제가 행하고 있는, 당원과 지지자들의 의사를 무시한 공천권의 무력행사를 과연 무엇이라고 불러야 할까? 친김종인패권인가? 친박영선패권인가?

박영선 의원에게 요청한다

▲ 김종인, 박영선 선거사무소 개소식 참석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이 12일 오후 서울 구로구 자신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김종인 비대위 대표와 함께 승리를 다짐하고 있다.
ⓒ 남소연
이번 총선은 새누리당의 압승이라고 예상되었다. 하지만 문재인 대표가 새로운 인물들을 영입하고, 수많은 문제 제기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의 1등 공신이었던 김종인 대표에게 당권을 일임하고 물러났다.

많은 국민들이 더불어민주당에 온라인 당원으로 가입했다. 팟캐스트와 토크콘서트를 통해 젊은 사람들의 투표 분위기를 이끌어 내고 있다. 필리버스터를 통해 많은 국민들의 환호와 지지를 얻어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박영선 의원은 필리버스터 중단을 발표하며 "화난 국민들의 마음속 노여움을 제가 다 안고 가겠다, 저에게 분노의 화살을 쏘시라"라고 말했다. 필리버스터 중단 결정이 새누리당의 과반 의석을 막기 위한 4월 총선의 고육지책이라고 눈물을 흘리며 설명했다.

박영선 의원은 문재인 대표 시절 지금 국민의당에 가 있는 사람들과 함께 탈당까지 언급하며 당 지도부를 흔들었다. 하지만 김종인 대표가 들어선 후 결국 당에 남았다. 이후 비대위원에 선정되고 실질적으로 공천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친노패권청산의 기치를 내세우며 당을 지키고 당을 위해 열심히 싸웠던 인물을 공천에서 탈력시켰다는 것이다(이에 대해 박영선 의원은 "정치권의 뒷말은 정치인이 감수해야 하는 것이지만 사실이 아닌 이야기를 유추해서 보도하는 것은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며 정청래 의원의 공천 탈락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정면으로 반박했다.-편집자 말)

동시에 박영선 의원 본인은 단수공천이 확정되었다. 이것이 새누리당의 과반 의석을 막기 위한 4월 총선의 고육지책인가?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들과 새누리당의 독주를 원하지 않는 많은 국민들이 현재 진행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의 공천에 의문을 던지고 분노하고 있다.

필리버스터 중단 당시 박영선 의원이 했던 말을 기억하며 박영선 의원에게 요청 드린다.

'화난 국민들과 당원들의 마음속 노여움을 다 안고 이번 총선에 불출마 선언하십시오. 그렇다면 지금 진행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공천 과정의 진정성을 국민들은 이해할 것입니다. 그때는 박영선 의원에게 분노의 화살이 아니라 응원의 박수를 보내겠습니다.'

총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의 공천을 보며 국민들은 분노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야권 승리를 위한 정의당과의 연대도 거부하고 있다. 지금 이대로 가면 새누리당은 압승하고 더불어민주당을 포함한 야당은 처참하게 무너질 것이다.

앞서 말한 종북논란의 최종 목표는 야권 분열을 통한 여권의 선거 승리 전략이다. 그와 함께 '친노패권주의 청산'논란은 야권 내부 분열로 이어져 결국 여권이 승리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공교롭게도 두 논란의 결과는 모두 야권의 패배이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의 새로운 결단이 절실한 시점이다.

총선이 한 달이 채 남지 않았다. 선거에 임하는 정치인은 마음이 조급할 것이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을 지켜보는 국민의 마음은 조급함을 넘어 절실함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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