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박정훈]북핵이 한국 탓이라는 이재명 시장
이재명 성남시장(오른쪽)이 21일 미국 워싱턴 맨스필드재단 사무실 토론회장에서 참석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워싱턴=박정훈 특파원 sunshade@donga.com |
박정훈·워싱턴 특파원 |
그는 발언권이 주어지자 곧장 박근혜 정부를 공격했다. 이 시장은 “햇볕정책 시기에 북핵 문제는 멈춰 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이명박 박근혜 정부가 대북 강경책을 시행하면서 나빠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북한이 김대중 정부에서 5억 달러(약 6000억 원)를 불법 송금받던 당시에도 비밀리에 핵 개발을 했고, 노무현 정부 때인 2006년 10월 1차 핵실험을 한 사실 자체를 왜곡한 주장이었다.
“10년 햇볕정책은 효과가 없었다”는 미국인 연구원의 반박에 이 시장은 한술 더 떠 “북한을 압박할수록 무기 개발에 더 집착한다”면서 “북한이 체제 불안을 덜 느끼도록 평화 체제를 구축하는 게 근본 해결책”이라고 강변했다. 그러면서 “채찍의 유효성이 떨어진 걸 인정해야 한다”며 “제재보다는 설득과 인내가 필요한 때”라고도 했다. 중국까지 참여하는 대북 제재에 김을 빼는 주장이었다.
이 시장의 발언은 북한 주장과 비슷하다. 이수용 북한 외무상은 1일 유엔에서 “핵 개발은 미국의 적대 정책에 대한 자위적 조치”라며 “정전협정으로는 평화를 유지할 수 없으니 평화협정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시장은 청와대를 겨냥한 듯한 발언도 했다. 그는 “(한국 정부가)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개인과 집단의 이익을 위해 (대북 정책이) 왜곡되는 경우가 많다”고 주장했다. 박 대통령이 총선을 앞두고 대북 제재를 활용하고 있다는 뉘앙스였다.
참석자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었다. 행사가 끝난 뒤 기자와 만난 북한위원회 대니얼 워츠 연구원은 “북한은 햇볕정책 시기에 핵을 개발했고, 개성공단을 통해 벌어들인 돈을 인민의 삶이 아닌 무기 개발에 썼다”고 말했다. 기본 사실관계조차 다르게 말한 이 시장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말이었다.
이날 토론회는 이 시장 측이 맨스필드재단에 요청해 마련된 자리였다. 한국 진보진영 일각에서 스타 대접을 받고 있는 이 시장에게 ‘고견’을 기대했던 참석자들의 표정에서 실망이 읽혔다. 워싱턴의 벚꽃 구경이나 하고 돌아가는 게 나을 뻔한 부끄러운 토론회였다.
박정훈·워싱턴 특파원 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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