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 역풍 두려워.. 최고위·공관위 끝까지 비겁했다

2016. 3. 23.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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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 유승민 공천 또 결론 못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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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와 비박(비박근혜)계는 20대 총선 공식 후보 등록일을 하루 앞둔 23일까지도 유승민 의원(대구 동을)에 대한 공천 문제를 놓고 온종일 충돌했다.

비박계 김무성 대표는 이날 오후 5시30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친박계 이한구 공관위원장을 겨냥해 “(대구 동을 공천에 대해) 공천관리위가 합당한 결정을 내리지 않는다면 무공천 지역으로 결정하는 게 옳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유 의원 공천 여부를 논의할 공관위 회의를 앞두고 유 의원이 무소속으로 출마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려고 한 셈이다. 공직선거법상 탈당 및 무소속 출마 시한은 이날 자정까지였다. 김 대표는 공관위가 대구 동을의 또 다른 예비후보인 이재만 전 대구 동구청장을 단수추천할 경우 의결을 거부하는 것이냐는 질문엔 “여러 가지 의미가 포함돼 있다”고도 했다. 유 의원 공천 문제에 침묵했던 김 대표가 탈당 시한 직전에 이 같은 입장을 밝힌 데 대해 면피용이란 지적도 나왔다. 

강봉균, 새누리 입당 4·13 총선 새누리당 공동선대위원장직을 수락한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가운데)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새누리당 대표최고위원실에서 입당 원서를 제출한 뒤 원유철 원내대표가 지켜보는 가운데 김무성 대표(오른쪽)에게서 축하 꽃다발을 받고 있다.
이재문 기자
김 대표의 발언에도 이 위원장은 “무공천은 있을 수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이날 당사에서 공관위 전체회의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언제나 합리적 결정을 해왔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공관위가 이날 오후 7시부터 개최한 마지막 회의에서 유 의원 공천 여부에 대해 결론을 내릴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이었다. 이 위원장은 그간 유 의원의 자진 사퇴를 요구했다. 
완강한 이한구 새누리당 이한구 공관위원장이 23일 오후 공천관리위원회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 여의도 당사에 들어서고 있다.
이재문 기자
앞서 이날 오전 당 지도부는 비공개 최고위를 열고 2시간50분가량 논의했으나 유 의원 공천 문제에 대해선 결론을 내지 못해 오후 9시 최고위를 재소집키로 했다. 김 대표는 오전 회의 직후 기자들에게 “그간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난 (유 의원 지역은) 경선을 해야 한다고 계속 주장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공천 국면에서 유 의원 지지 발언을 내놓은 것은 처음이다. 김을동 최고위원도 유 의원 공천을 요구했다. 그러나 친박계 최고위원들은 공관위가 결정할 문제라며 사실상 유 의원 공천을 반대하고 있다.

당 지도부나 공관위가 유 의원 공천 배제로 가닥을 잡았으면서도 결론을 내지 못하는 것은 전체 선거에서 여론의 역풍이 두렵기 때문이다. 미디어오늘과 에스티아이가 20일 공개한 여론조사(17, 18일 실시, 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에 따르면 유 의원 공천 배제에 대해 ‘지나친 정치 보복’이라는 응답이 62.3%에 달했다. 적절한 조치라는 응답은 27.0%에 그쳤다.

결국 공관위나 최고위 모두 이날 자정까지 유 의원의 결정만을 기다렸다. 한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공관위와 당 지도부가 결정을 질질 끌면서 유 의원의 생사는 전 국민이 아는 비밀이 됐다”며 “공관위 당 지도부 모두 비겁하다”고 비판했다.

한편 최고위는 이날 김 대표가 의결을 거부한 5개 지역 가운데 경기 성남분당갑 권혁세 후보에 대한 공천을 제외한 서울 은평을(유재길), 서울 송파을(유영하), 경기 화성병(우호태), 대구 동갑(정종섭), 대구 달성(추경호) 4개 지역에 대해선 공천 심사를 다시 하도록 의결했다.

김채연 기자 w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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