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앙된 청와대 "金대표, 대통령에 항명"

최재혁 기자 2016. 3. 25.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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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D-19] 김무성에 허찔린 靑 朴대통령 '이해 못하겠다' 반응 靑참모들 "사실상 전쟁 선포한 것, 이젠 두 사람이 따로 갈 수밖에.." 與圈 "총선 후 권력투쟁 본격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24일 마지막 공천안 의결을 위한 최고위원회 소집을 거부하고 부산으로 내려가 버리자 청와대는 대응 방안을 논의하는 등 급박하게 돌아갔다. 공식 입장은 내놓지 않았지만 뒤에서 보인 반응들은 격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단순히 공천 갈등 차원이 아니라 대통령에 대한 항명(抗命)"이라고 했다. "사실상 전쟁을 선포한 것"이란 말도 나왔다.

그동안 청와대는 의결이 보류된 해당 지역구들에 대해 김 대표가 독자 행동을 할 가능성을 주시해 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관계자는 "김 대표가 직인 날인을 거부하거나 또는 공천을 비판하며 사퇴해버릴지 모른다는 가능성을 늘 염두에 뒀었다"며 "그래도 설마 당대표가 공천이 끝난 뒤 후보 등록 기간에 이런 식으로 행동할지는 몰랐다"고 했다. 전날 밤 유승민 의원 등이 탈당하면서 이 문제가 거의 일단락된 것으로 봤던 청와대로선 허를 찔린 셈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이해를 못 하겠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참모는 "공천위가 결정한 후보가 탈당이나 당적(黨籍) 변경이 불가능해 출마가 봉쇄된 지금에 와서 불(不)공천하겠다는 것은 납득이 안 된다"며 "그 지역에 출마하려는 새누리당 후보들의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정치를 좀 치사하게 한다"고도 했다.

김 대표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공개적으로 "당헌·당규에 어긋난 공천"이라고 한 것에 대해서도 불만이 많았다. "그간 당 최고위는 진통은 있었지만 만장일치로 결정을 내려 절차적 정당성을 갖췄는데 당대표가 스스로 공천을 폄하해 버리면 무슨 낯으로 표를 달라고 하겠느냐"는 것이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당이 공천을 안 하는 것은 정당이기를 포기하겠다는 것"이라며 "해당 지역구가 주로 여당 텃밭이라 맘대로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박 대통령과 김 대표 사이에는 늘 긴장감이 흘렀다. 김 대표가 차별화를 통해 차기 주자로서의 존재감을 보이려고 시도할 때마다 박 대통령은 이를 용인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이번에도 공천 방식을 놓고 보이지 않는 충돌은 계속됐다. 특히 이날 일을 계기로 청와대에선 "이제는 두 사람이 정말 따로 갈 수밖에 없게 됐다"는 말이 나왔다.

다만 중요 선거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파국으로까진 가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는 버리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오늘내일 김 대표가 버티면 다른 최고위원이 김 대표의 직무를 잠시 대행하도록 하고 며칠 지나면 대표직에 복귀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김 대표 측에서도 물 밑에서 그와 비슷한 메시지를 청와대 쪽에 보내 분위기를 타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총선을 목전에 둔 시점에 '당 지도부 와해'는 양쪽 모두에게 부담이 되는 시나리오이기 때문이다. 과정은 좀 다르지만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의 당무 거부 사태가 수습되는 방식과 비슷한 셈이다. 이런 가운데 여권에선 "총선이 끝나자마자 친박계와 김 대표 간의 격렬한 권력 투쟁이 본격화될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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