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선 의원 출신 새누리당 후보 보좌관 급여 1억7천만원 빼돌려

최지용 2016. 4. 4. 07:3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단독] 울산 북구 윤두환 새누리당 후보, 16대 국회 때 명의 빌려 4급 보좌관 급여 편취

[오마이뉴스 글:최지용, 편집:이준호]

 새누리당 울산 북구 윤두환 예비후보가 지난 3월 14일 울산시의회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누리당 내 단합을 호소하고 있다.
ⓒ 윤두환 블로그
20대 총선 울산 북구에 출마한 윤두환 새누리당 후보가 지난 16대 국회의원 재임 당시 자신의 선거를 도운 A씨의 명의를 도용해 1억7000만 원 가량의 4급 보좌관 급여를 편취한 것으로 드러났다(관련기사: "새누리당 윤두환 후보, '원조 갑질' 진상 밝혀야").

이 지역의 현역인 박대동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해 12월 '비서관 월급 상납' 의혹이 불거져 당 윤리위원회에 제소됐고, 이후 당 공천과정에서 컷오프 됐다. 결국 새누리당은 '국회의원 갑질 논란'으로 물갈이 된 자리에 '보좌관 급여 편취' 후보를 내세운 것이다.

윤 후보의 보좌관 급여 편취 의혹은 그동안 지역에서 지속적으로 논란이 돼 왔다. 공천에서 배제된 박대동 의원도 "도덕적으로나 법적으로 훨씬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알려진 후보를 경선대상자로 결정한 것은 형평성과 공정성을 잃은 것"이라며 윤 후보의 비위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북구주민회 등 지역 시민사회는 "새누리당 평당원들의 네이버 밴드 모임에서 '북구에 새누리당 경선을 치른 한 후보는 보좌관의 임금과 퇴직금을 약 2억 원이나 강탈했다'는 등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라며 "윤 후보의 의혹은 윤리적, 법적으로 심각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퇴직금에 명절 휴가비까지 챙겨갔다

 20대 총선 울산 북구에 출마한 윤두환 후보가 지난 16대 국회의원에 재임할 때 윤 후보에게서 명의를 도용당했다는 A씨가 작성한 탄원서 일부.
ⓒ 최지용
윤 후보 측은 이러한 의혹에 그동안 "당 공천관리위원회에서 이미 소명됐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라고 밝혀 왔다. 윤 후보 측이 A씨의 서명을 받아 공관위에 제출한 소명서에는 '급여 통장을 A씨의 부인이 관리해 A씨는 관련 내용을 전혀 알지 못한다'는 취지의 해명이 담겨있다.

그러나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A씨의 국회 근무 경력증명서, 급여통장 거래내역, A씨가 당 공관위에 보낸 자필 탄원서 등과 취재 내용을 종합했을 때 윤 후보 측의 소명은 전혀 설득력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우선 A씨는 지난 2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에게 보낸 탄원서에서 윤 후보가 국회의원 시절 자신에게 보좌관으로 명의를 빌려달라는 요구를 했고, 이에 필요한 제반 서류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또 급여가 입금되는 농협 통장 역시 윤 후보 측에서 관리했다고 주장했다.

A씨의 경력증명서를 확인한 결과 실제로 윤 후보는 16대 국회의원이었던 2001년 3월, A씨를 자신의 4급 보좌관으로 등록했다. 하지만 A씨는 4급 보좌관으로 명의만 등록됐을 뿐 실제 국회에서 보좌관직을 수행하진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복수의 A씨 주변 관계자들에 따르면 A씨는 선거 후 한동안 윤 후보의 울산 지역 사무소에 나가 산악회 조직을 관리하는 정도의 일을 했다. A씨는 별도로 지역에서 개인 사업을 했고, 해당 기간 동안 A씨가 국회를 방문 한 것은 윤 후보의 후원회 일정에 동행한 한두 차례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상황에서, 매달 국회사무처가 A씨 계좌로 입금한 급여는 거의 대부분 입금 당일에 다시 현금으로 인출됐다. <오마이뉴스>가 A씨의 급여통장 내역에서 출금 거래점 은행코드를 확인한 결과, 모두 국회 농협 지점에서 인출이 이뤄졌다. A씨는 국회에 있지 않았고, 'A씨 부인이 통장을 관리했다'는 윤 후보 측의 소명도 전혀 성립하지 않는다. 

그렇게 빠져나간 급여는 17대 총선직후인 2004년 5월까지 3년 2개월 동안 총 1억 7000여만 원으로 여기엔 1500만 원 가량의 퇴직금과 명절휴가비, 성과급도 포함돼 있다.

윤 후보는 A씨에게 명의를 제공 받으면서 '보좌관 경력을 쌓고 나중에 좋은 자리를 주겠다'는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당시 한나라당 중앙위원과 대의원을 겸하면서 17대 총선 때도 윤 후보를 도왔다. 그러나 윤 후보는 A씨를 외면했고, 이후 A씨는 윤 후보와 관계를 끊었다.

이 같은 보좌관 급여 편취 행위는 '국회의원 갑질 논란'을 넘어 법적으로도 상당한 문제가 있다. 우선 남의 명의를 빌려 실제론 일을 하지 않는 보좌관을 등록한 뒤 월급만 빼갔기 때문에 국회 사무총장을 기망해 급여를 편취한 사기 행위로 볼 수 있다. 또 윤 후보가 보좌관의 명의를 도용한 것 역시 허위공문서작성죄에 해당한다.

두 개 혐의 모두 이미 공소시효(10년)가 지나 법적 처벌은 어려운 상태다. 하지만 앞서 박대동 의원의 사례(13개월 동안 1500만 원 가량 상납했다는 의혹)보다 법적으로나 도덕적으로 더 문제가 되는 사안이다.

"10년도 넘은 일, 사실관계는 A씨에게 확인해라"

 윤두환 후보가 16대 국회의원일 때 4급 보좌관으로 등록된 A씨의 급여통장 거래내역. 매달 입금된 급여는 당일 국회 농협 지점에서 현금으로 다시 출금됐다.
ⓒ 최지용
윤 후보 측은 <오마이뉴스> 취재에 대해 "아무 문제 없는 사안"이라고 해명했다. 윤 후보 캠프의 한 핵심인사는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 통화에서 "10년도 넘은 일이고 내용을 잘 알지 못한다"라며 "사실 확인은 A씨에게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A씨의 소재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름은 들어봤는데 나는 잘 모르는 사람"이라며 "A씨가 직접 사인하고 날인까지 한 소명서를 중앙당에 제출해 아무 문제가 없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오마이뉴스>는 이 핵심관계자가 수차례 A씨와 접촉하며 직접 소명서를 요구했다는 것을 A씨의 통신 기록 등을 통해 확인했다. 그는 A씨에게 해당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는 취지의 소명서를 제시하고 서명을 요구했지만, A씨가 거부하자 '부인이 관리해 모른다'라는 내용으로 바꿔 재차 서명을 요구했다.

이에 A씨는 문제가 계속 불거지면서 자신이 거론되는 상황에 불편함을 느껴 사실과 다른 소명서에 서명을 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윤 후보 측은 소명서 작성 경위 등 추가 취재에 응하지 않고 있다.

윤 후보는 지난 2005년 조승수 전 의원의 의원직 상실로 치러진 재보궐 선거에서 당선됐고, 지난 18대 총선에서 또 다시 당선 되면서 3선 의원이 됐다. 그러나 당시 선거를 앞두고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당선 무효형이 확정돼 2009년 의원직을 상실했다. 또 지난 2014년 지방선거에서 울산시장에 도전했으나 경선에서 컷오프 됐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응원하는 방법!
☞ 자발적 유료 구독 [10만인클럽]

모바일로 즐기는 오마이뉴스!
☞ 모바일 앱 [아이폰] [안드로이드]
☞ 공식 SNS [페이스북] [트위터]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