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광주 내려가서 뭘 하라고"
[동아일보]
‘신동아’와 만난 전두환 전 대통령(왼쪽)과 이순자 여사. 조영철 신동아 기자 korea@donga.com |
전 전 대통령의 발언은 17일 발간되는 ‘신동아’ 6월호에 실렸다. 약 3시간에 걸친 전 전 대통령과의 면담 자리는 지난달 27일 1997년 전 전 대통령이 내란·반란죄 등으로 수감됐을 때 사면을 요청하는 탄원 운동을 한 천태종 운덕 대종사가 서울 연희동 자택을 방문하면서 만들어졌다. 정호용 전 의원, 고명승 전 3군사령관 등이 함께했고 신동아 기자도 취재 차원에서 동석했다.
부인 이순자 여사(77)도 “각하(전 전 대통령)께서 광주에 가서 돌을 맞아 5·18 희생자 유가족들의 오해와 분이 다 풀린다면 뭘 못 하겠느냐. 모두가 (전 전 대통령을) ‘5·18 책임자’라고 하는데 이걸(발포 책임을) ‘오케이’ 하는 건 별개 문제다. 목에 칼이 들어와도 아닌 건 아닌 건데…”라며 시종 억울함을 호소했다.
신동아 기자가 “역사적 책임감으로 사과할 의향은 없느냐”고 묻자 전 전 대통령은 “광주에 내려가 뭘 하라고요”라고 반문했을 뿐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않았다.
전 전 대통령은 “5·18 당시 보안사령관으로서 북한군 (광주) 침투와 관련된 정보 보고를 받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전혀 (없다)”라고 했다. 이어 “북한 특수군 600명 얘기는 연희동에서 코멘트 한 일이 없다”(고 전 사령관) “뭐라고? 600명이 뭔데?”(전 전 대통령) “이북에서 600명이 왔다는 거예요. 지만원 씨가 주장해요”(정 전 의원) “오, 그래? 난 오늘 처음 듣는데”(전 전 대통령) 등의 대화가 이어졌다.
이 여사는 1988년 백담사행(行)과 관련해 “6·29 선언을 자기(노태우 전 대통령)가 했다고 하고, 우리를 쥐도 새도 모르게 죽여 버리는 건 아닌가 해서 빨리 백담사로 간 것”이라며 “무방비 상태에서 갔다. 분노했다기보다 무서웠다”고 했다. 이 여사는 자신의 회고록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전 전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에 대해서는 “알긴 아는데 그렇게 가깝지 않다”며 “국보위에 들어온 것도 밑에서 하니까, 잘 몰라”라고 했다. 신동아는 “일부 내용은 일방적 주장일 수 있지만, 전 전 대통령의 나이 등을 고려할 때 우선 그의 육성을 그대로 남기는 작업도 의미가 클 것”이라며 “‘어둠의 시대’ 5공을 조명하고 의미를 짚어보는 일은 계속돼야 할 과제”라고 썼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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