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성자금 왜 못 채울까..밤낮없는 北 여성

김학재 2016. 8. 24.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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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몽골에서 외화벌이에 내몰린 북한 노동자들의 열악한 인권상황을 살펴보는 연속 기획보돕니다.

오늘(24일)은 두번째 순서로, 꽃다운 나이에 이국 땅에서 봉제와 자수, 꽃팔이에 나선 북한 여성들의 노동실상을 고발합니다.

몽골 현지에서 김학재 기자입니다.

<리포트>

몽골 울란바토르 시내의 한 예식장입니다.

건물 한 구석 10평 정도 비좁은 방,

<녹취>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20대 초반 북한 여성 8명 정도가 일하고 있습니다.

자수 그림과 작업 도구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습니다.

작업장이지만 한 켠에는 이불이 펼쳐져 있고 바깥에는 빨래가 널려 있습니다.

일과 숙식을 한 곳에서 해결하고 있는 것입니다.

<녹취> 북한 수예 작업 여성 : "(생활은 여기에서 하시는 거예요?) 네, 여기 있어요. 네 (손님들이) 일찍 와도 괜찮아요."

자신들의 자수 작품이 고가에 팔려나간다며 자부심이 대단합니다.

<녹취> 자수하는 북한 여성 : "세계적으로 이거 하는 나라가 없어요. 슬기롭고 근면한 조선 여성들 밖에 못한다고요."

자수 작업은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하는 중노동입니다.

하지만 따로 정해진 작업 시간도 없습니다.

일감이 생기면 밤이든 낮이든 쉬지 않고 일해야 합니다.

<녹취> 자수하는 북한 여성 : "한 보름으로 줄여 달라고 하면 네 사람이 붙어서 교대로 해야 하니까. 본인들이 요구하는 시간에 대체로 맞춰 드립니다. 완전히 24시간으로 해야겠구나."

같은 건물 1층의 꽃집.

이들은 쉬는 시간에는 교대로 내려와 꽃도 팔아야 합니다.

<녹취> 꽃 파는 북한 여성 : "꽃은 그냥 손님들이 오면 팔아드리고...주는 수예(자수)예요."

자수에 꽃에 닥치는대로 돈을 벌어야 상납금을 맞출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수든 꽃이든 판매가 부진하면 초조해집니다.

충성자금 할당액 때문에 필사적으로 흥정에 매달립니다.

<녹취> 꽃 파는 북한 여성 : "이거 원래 이런 큰 화분은 2만원에 파는 건데 같은 조선 사람이어서 조금 낮게 드려요."

<녹취> 자수하는 북한 여성 : "같은 동포인데 고저(그러면) 80만으로 해드릴께요. 비싸지 않죠. 노력에 비하면요."

고된 일상 속에서도 탈출을 막기 위해 서로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고 외출은 철저히 통제됩니다.

유일한 낙은 북한 조선중앙 TV를 보며 향수를 달래는 것입니다.

<녹취> 자수하는 북한 여성 : "(계신지 오래 되셨나 봐요?) 온지 1년 됐어요. 그래도 딸린 가족들 있는 사람들인데 가야지 여기에서 계속 살겠어요?"

울란바토르 시내의 캐시미어 공장,

북한 여공들이 쉴새없이 재봉틀을 돌리고 있습니다.

역시 20대 초반의 북한 여성 150여명이 일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루 12시간 넘게 일하면서도 밥 먹듯 야근하며 휴일도 쉬지 않습니다.

캐시미어 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북한 여성들이 생활하는 숙소입니다. 보시는 것처럼 높은 담벼락에 철조망까지 쳐 있어 외부와 철저히 단절돼 있습니다.

죽도록 일하고 한 달에 받는 돈은 우리 돈 45만원 정도.

하지만 손에 쥐어는 돈은 10만원 남짓이고 나머지는 충성자금으로 바쳐야 합니다.

공장과 숙소 사이는 반드시 차로 이동합니다.

<녹취> 북한 여공 숙소 경비원 : "공장에서 밤 7시 50분에 출발해서 (여기에) 8시에 도착합니다."

아침 일찍 나와 밤에 돌아가니 바깥세상 볼 일도 없습니다.

가장 꽃다운 나이에 북한 여성들은 감시와 통제 속에 마구잡이로 외화벌이에 내몰리고 있습니다.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KBS 뉴스 김학재입니다.

김학재기자 (windows@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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