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사망종류 '병사', 사인 '심폐정지'..이상한 사망진단서

양원보 2016. 9. 29.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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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고 백남기 씨 시신에 대한 법원의 부검영장이 어젯(28일)밤 8시 30분쯤 발부됐습니다. 앞서 한 차례 기각됐다가, 경찰이 영장을 재청구를 하자 이번엔 발부된 거죠. 하지만 백씨의 유족들은 여전히 부검을 반대하고 있고 시민 일부는 백씨 시신이 안치돼 있던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주변에서 밤을 새우는 등 경찰의 기습적인 영장 집행에 대비하는 상황입니다.

오늘 국회 발제에서는, 백남기씨 부검 문제를 둘러싼 여러 가지 문제를 얘기해보겠습니다.

[기자]

네, 그렇습니다. 먼저, 제 개인적인 경험담을 좀 말씀드리겠습니다. 2005년 1월, 수습기자 시절이였습니다. 저기 있는 부장, 반장들도 다 똑같은 경험이 있을 텐데요. 저는 당시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가서, 시신 부검 장면을 참관했더랬죠.

제가 겁이 많아서, 솔직히 공포영화도 전혀 보지 못하는데요. 당시 국과수 부검실 앞에서 발만 동동 구르던 제 모습이 기억이 납니다.

어찌됐든, 부검실에 등 떼밀려 억지로 들어갔습니다. 온전한 시신부터, 정말 많이 훼손된 시신까지 정말 여러 구의 시신이 부검대 위에 있었습니다. 곧바로 부검의들의 부검이 시작됐지요.

참관 내내, 제가 깨달은 바가 하나 있었습니다. "어떤 일이 있어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부검대 위에 올라가게 해선 안되겠다"고 말이죠.

부장, 제가 왜 이렇게 얘기하는지는 아시지요?

[앵커]

아유, 그럼요. 저도 옛날 경찰 기자 시절에 부검 참관을 많이 했는데, 경찰 입장에서는 왜 사망했는지, 사인을 알아내야하다보니까, 하는 수 없이 시신에 손을 댈 수밖에 없습니다. 유족들 입장에선, 망인의 한을 풀어줘야 하니 감내할 수밖에 없는 일이지만, 시신 훼손이 많아서 그 모습을 지켜보는 건 정말 참담한 심정이죠.

[기자]

그렇습니다, 부검이라는 건, 정말 의문사, 왜 죽음에 이르게 된 건지 원인을 알 수 없는 변사자에게 한정되곤 합니다. 백남기 씨 부검을 둘러싸고 갈등이 벌어지는 가장 큰 이유도 바로 그 대목에서입니다.

아시다시피 백남기씨는 지난해 11월 민중총궐기 당시, 경찰이 쏜 엄청난 위력의 물대포를 맞고, 317일 동안 서울대병원 중환자실에서 사경을 헤매다 숨을 거뒀습니다.

유족들은 어떻게 해서든 부검을 하겠다는 경찰에게 이렇게 묻고 있는 겁니다. "정말 그 원인을 몰라서 하는 소리냐" "정말 그걸 몰라서 우리 아버지 시신을 훼손하겠다는 거냐"고 말이죠.

자, 이런 논란의 빌미를 제공한 건 서울대병원이 발급한 백남기 씨의 사망진단서입니다. 전문가들은요, 백씨의 사망진단서가 진단서 작성의 원칙을 저버렸다, 뭔가 많이 이상하다고 의혹을 제기합니다.

먼저, 여기 보시면 '직접사인'을 "심폐정지"라고 적어놨습니다. 심장과 폐가 정지돼 사망했다는 겁니다.

세상의 거의 모든 사람들은 심장과 폐가 정지해 사망합니다. 암에 걸려도, 마지막엔 심장과 호흡이 멈춰 사망합니다. 때문에 '직접사인'에는 심폐정지라고 쓰지 말라는 게 대한의사협회에서 내리고 있는 지침중에 하나라는 겁니다.

또 있습니다. 여기 보시면 사망 종류를, "병사"라고 체크했습니다. 경찰이 부검 필요성을 제기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인 건데요.

그런데 서울대병원 의료진이 기록한 백남기 씨 차트를 보면, '외상성 경막하출혈', 그러니까 외부의 물리적인 힘에 의해서 뇌출혈이 일어났다고 기록이 되어있다는 겁니다.

이런 경우엔 사망 종류를 '외인사', 그러니까 외부요인에 의한 사망이라고 체크하는 게 원칙인데, 이상하게도 "병사"라고 해놨다는 겁니다.

국내 최고 권위의 서울대병원이 가장 기초적인 가장 초보적인 사망진단서 작성 원칙을 깜빡했다! 글쎄요, 유족은 물론 야권에서도 공권력의 치부를 덮기 위한 외부의 힘이 작용한 게 아니라면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겁니다.

오늘 국회 기사 제목은요, < 야 "백씨 부검, 망인 모욕 행위" 반발 > 이렇게 정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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