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AS] '황당국감 스타' 이은재는 어떻게 국회의원이 되었나

2016. 10. 10.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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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이은재 새누리 의원의 모든 것

“사실 좀 제가 굉장히 억울합니다.”

‘황당국감 스타’가 된 이은재 새누리당 의원이 9일 “억울함”을 토로했습니다. 지난 6일 국감에서 했던 질의는 ‘MS오피스를 왜 마이크로소프트에서 구입하느냐’는 질문이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관련기사 : 이은재 의원 황당 질의에 서울시교육청 “MS오피스 총판 4곳 입찰”)

이 의원의 해명은 다음과 같습니다. 혹시 또 ‘오해’ 논란이 나올 수 있으니 발언 그대로 싣겠습니다. “MS오피스가 아닌 한컴을 질의했는데 속기록을 보면 알지만 주로 한컴에 대해서 얘기했는데 (조희연 교육감은) 한컴 얘긴 안하고 MS 부분 얘기하더라구요. 마치 그걸 들으신 분들은 내가 MS가 뭔지 한컴이 뭔지 구별하지 못하는 사람인가보다 생각하는 것 같은데, 사실 저는 미국에서 83년부터 컴퓨터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문제로 지적한 것이 시교육청이 ‘한글’ 프로그램을 왜 경쟁입찰하지 않고 수의계약했느냐는 것인데, MS와 한컴을 뭉뚱그려 질의하다 보니 의사소통에 착오가 빚어졌다는 얘깁니다.

하지만 이 의원의 조언대로 당시 국정감사 속기록을 찬찬히 뜯어보더라도, 이 의원의 질문은 뭐가 문제라는 것인지 종잡기 쉽지 않습니다. 주어나 목적어가 곧잘 생략돼 있고 “그 업체하고 무슨 관계가” “그런 것에 대해서” “그게 그런 거” “그러니까 그러기 위해서 일부러 거기하고” 식의 화법을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관련기사 : 이은재 “MS오피스를 왜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샀나” 황당질의 )

■ “교육감 사퇴해라” 고성 급급해

속기록보다도 실제 질의가 이뤄지는 동영상을 본 사람들일수록 이 의원의 해명에 공감하지 못하고 있는데요, 상대에게 제대로 된 답변을 듣기 위한 질문자의 태도로 볼 수 없는 이 의원의 자세가 역력히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질문을 이해한 선에서 답하려는 조희연 교육감의 발언에도 “묻는 거에만 답변하라” “교육감 자질이 안 된다. 사퇴해라”고 화를 내며 말을 막습니다. 상대가 자신의 질문을 이해했는지 확인하지 않으려는 것처럼 보입니다. 스스로 던지는 질문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도 의심스럽다는 반응까지 나오는 것도 그래서입니다. 게다가 해명 기자회견에서 동영상 뉴스 등이 도는 것을 두고 이 의원은 “국감장 안에서 있었던 일인데 국감장 안에서 흘러나가면 어쩔까 하는 생각이 있다”고 말해 더 빈축을 샀는데요. 국회의원이 국민을 대표해 행정부처에 질의를 하고 답변을 듣는 국정감사는 가장 중요한 의정활동의 하나로 모든 질의를 생중계하고 있습니다. 국민을 대리하는 국회의원의 본분을 잊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입니다.

지난 8월31일 오전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열린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이은재 새누리당 의원이 발언권도 얻지 않은 채 야당이 누리과정 예산 증액을 통과시킨 것과 관련해 “유성엽 위원장은 사퇴하라”고 고함을 친 뒤 회의실을 나서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 이상득계로 정치 입문… ‘비박계’ 여성의원

누리꾼들의 폭발적 관심을 받고 있는 이은재 의원은 누구이며 어떻게 국회의원으로 활동하게 된 것일까요?

이 의원은 대학교수 출신입니다. 2006년부터 2008년까지 중앙인사위원회 위원을 맡으며 처음 공직에 발을 디뎠는데요, 2008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의 비례대표로 18대 의원으로 정계에 진출하게 됩니다. 당시 이상득 국회의원과 친밀해 ‘SD계’로 불렸습니다. 최근에는 김무성 전 대표와도 비교적 가깝게 지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현 정부에서는 구별하자면 ‘비박계’인 셈입니다.

2012년 19대 총선 때 경기도 용인 처인구에 출사표를 던졌으나 공천을 받는 데 실패합니다. 이후 한국행정연구원 원장으로 취임(2012년 11월~2015년 9월)했다가, 20대 국회에서 강남구(병)에 공천을 받아 더불어민주당의 전원근 후보를 꺾고 당선됐습니다.

국감 대상으로도 화제를 뿌렸습니다. 불과 2년 전인 2014년 가을 국정감사에서 김기준 의원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당시 한국행정연구원장 재직 중이던 이 의원이 연구사업비로 편성된 예산으로 에르메스 넥타이(26만원)·아닉구딸 향수(46만4000원) 등 명품을 구매해 부정사용 논란이 일었습니다. 국외 출장 때는 수십만원 상당의 화장품을 법인카드로 결재했고, 심지어 방울토마토·호박고구마·총각무·유기농오이 등도 법인카드로 수차례 구매해 ‘법인카드로 장을 본 것 아니냐’는 의심까지 샀습니다. (▶관련기사 : [사설] 법인카드로 장보는 얼빠진 국책연구원장 ) 이 일로 연구원의 예산집행을 담당하는 실무자가 징계를 당했습니다.

당시 여러 언론이 일제히 이 의원을 질타했지만, 이 의원은 마음에 크게 담아두지 않았다고 합니다. 주변 측근의 증언에 따르면, “국감 때 크게 혼난 뒤 행사장을 방문했는데 방울토마토가 있었다. 좋지 못한 기억이 연상될까봐 황급히 테이블에서 치웠는데, 도리어 (이 의원이) 왜 치우느냐고 해서 당황했다”고 합니다.

■ 다혈질에 강경한 ‘헤비스피커’

이 의원은 당내에서 “큰 목소리”를 내기로 유명합니다. 목소리가 클 뿐 아니라, 앞뒤 가리지 않고 막말을 한다는 얘깁니다. 제일 처음 언론의 유명세를 탔던 것도 2009년 용산참사 당시에 시위대를 향해 “용산 도심 테러” “폭력시위 참가자들이 반성해야 한다”고 막말을 퍼부었던 까닭이었습니다. ‘진실화해위원회’에 대해선 “좌익을 선한 피해자로 결론짓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2008년 국정감사 때는 노무현 전 대통령 사저의 경호실 에어컨 실외기를 놓고 지하 컴퓨터 시스템을 돌리기 위한 대형 팬이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해 빈축을 샀습니다.

한 국회 관계자는 “이장우·이은재·한선교 의원 등이 대표적인 헤비스비커”라며 “이은재 의원은 원래도 다혈질로 흥분하면 말을 막 지르는 유형이다. 처음부터 그랬다. 18대 때보다 20대로 돌아와서 더 막말이 심해진 것 같다”고 말합니다.

이 의원은 현재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입니다. 백년지대계인 교육은 물론, 평창올림픽과 같은 다가올 체육계 이벤트도 관련 사안인 중요 위원회입니다. 게다가 미르·K재단 문제도 교문위 관할인데요. 최순실 증인채택 여부를 둘러싸고 야당이 ‘차은택과 최순실 중 한 명은 증인으로 채택해야 한다’(안민석 의원)고 요구하자, 이 의원은 “왜 이렇게 최순실을 사랑하냐”며 비꼬았습니다.

특히 지난 8월30일에는 새누리당 의원총회에 참석해, 야당 의원들을 일컬어 “이해를 못하는 멍텅구리 같은 사람만 모여 있다”고 원색적인 비난을 해 입길에 올랐습니다. 다음날인 8월31일, 조윤선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열렸을 때는 개회를 선언하려는 유성엽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에게 “사퇴하라”고 고성을 지르며 개회를 방해했습니다. 당시 손혜원 더민주 의원이 “몸싸움만 잘 하는 줄 알았는데, 닥치세요.”하고 응수해서 화제가 됐었죠. (▶관련기사 : “닥치세요!” ‘꿩 잡는 매’ 손혜원의 탄생 )

■ 여성 의원 끌어내기 몸싸움 앞장

실은 몸싸움으로 더 유명했습니다. 18대 국회 때인 2009년 7월22일, 이은재 의원은 미디어법 날치기 통과에 항의하는 이정희 통합진보당 의원의 멱살을 잡고 본회의장 밖으로 쫓아내는 ‘완력 행사’를 한 적 있습니다. 그때의 일화는 본인이 직접 자랑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지난 2009년 9월 22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언론관계법 표결을 막으려던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왼쪽 둘째)이 이은재 의원(맨 왼쪽) 등 한나라당 여성 의원들에 의해 멱살이 붙잡힌 채 끌려나가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여대야소였던 2010년 12월 4대강을 포함한 새해 예산안 날치기 때도 몸싸움으로 이름을 날렸습니다. 날치기 통과를 저지하려는 야당 의원들을 여당 의원들이 두세명씩 붙어 본회의장에서 끌어내고 자기들만의 국회를 열려 했는데요, 이 의원은 이때 의장석에 버티고 있던 민주당 최영희 의원의 가슴팍에 발길질을 했습니다. 2009년과 2010년에는 수적 우위를 앞세워 야당 의원들을 강제로 끌어내고 안건을 통과시키는 일이 비일비재했습니다. 세월이 흘러 당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이 ‘필리밥스터’ 등 혜택(?)을 입고 있으니 아이러니합니다.

그리고 이명박 정부 막바지에 기관장으로 임명된 뒤, 지난 4월 20대 국회의원 공천에서 ‘여성 우선추천’으로 강남 중에서도 대치동·삼성동을 비롯해 여권의 지지가 높은 강남병 지역구에 공천을 받으며 국회의원에 재선됐습니다. 당시에도 ‘방울토마토 공천’이라며 비꼬는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 의원실 항의 전화 시달려

20대 국회가 개회한 뒤 처음으로 열리는 이번 국정감사에는 사람들의 관심이 부쩍 컸습니다. 그중에서도 이 의원의 질의가 ‘무능 질의’ ‘황당 질의’로 공론화되면서, 의원실에 항의 전화가 쏟아졌다고 합니다. 부랴부랴 해명을 내놓고 있는 것도 사태의 여파가 컸기 때문입니다. 공개입찰을 거친 MS오피스와 달리, 아래아한글 프로그램의 경우 공개입찰에 응할 만한 업체가 한 곳밖에 없어 불가피하게 유찰 뒤 수의계약이 이뤄진 것은 사실이었는데 질문부터 헛발질을 하면서 맥이 빠졌다는 반응입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회의원 보좌진은 “보좌진 쪽에서 수의계약의 문제를 지적할 자료를 준비했는데, 급하게 말을 꺼내다 보니 (의원 쪽에서) 뒤엉켰을 수도 있어 보인다. 이런 일이 생기고 나면 보좌진들로서는 눈치가 보이는 게 사실이다. 국감이 끝나고 나면 보좌관들이 갈리는 경우가 많아 ‘장이 선다’고 표현하는데, 이번엔 보좌진 차원의 실수는 아닌 만큼 물갈이까지 가지는 않겠지만 항의 전화가 워낙 많아 주목된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해명으로 더 논란이 거세진 10일 오전, 이 새누리당 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송구스럽게 생각해서 오늘부터는 얌전하게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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