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20년 단골 강남 목욕탕 세신사가 본 최씨 母女
[동아일보]
"때만 미신다고요?"
26일 오전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여성전용 목욕탕. 오래된 아파트 단지를 한참 헤매다 지도에도 나오지 않는 그곳을 물어물어 찾아 갔더니 주인이 고개를 갸웃했다. 한증막 하나, 1평짜리 탕 2개, 락커 23칸이 전부인 허름한 목욕탕엔 기자 외에 손님도 하나 없었다. 겸연쩍기도 하고 강남 부촌의 목욕탕이라곤 믿기지 않는 풍경에 "사람이 별로 없네요"라고 말을 건네자 "대중없어요. 여긴 다 예약으로 하니까…혼자보단 모임으로 많이 오고요"란다. 탕 입구 벽 선반에는 '성북동 사모님' '○○주택 사모' '△△엄마' 라벨이 붙은 개인 목욕용품들이 빼곡했다.
현 정부의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 씨(최서원으로 개명·60)와 딸 정유연 씨(정유라로 개명) 모녀가 지난해까지 거의 매일 드나들었다는 목욕탕을 찾았다. 이 곳 바로 맞은편에도 2년 전 문을 닫은 목욕탕이 하나 더 있다. "정부 실세로 소문난 최 씨에게 줄을 대기 위해 '사모님'들이 최 씨와 비밀스레 접촉하기 위해 자주 찾았다"고 알려진 곳이다. 2014년 청와대 문건유출 사건 당시 박동열 전 대전국세청장과 교분이 있는 여성도 그곳을 찾은 이들 중 하나였다. 인근에 사는 한 중년여성 주민은 "두 곳 다 그냥 때 밀러 가는 일반 '동네 목욕탕'이 아니다. 거긴 지위가 높거나 재력가 여자들이 정보 교류 차원에서 찾는 커뮤니티"라며 "최소 10만 원 이상 주고 마사지를 기본으로 하는 곳"이라고 전했다. 기사를 대동한 여성들이 차에서 내려 지하 사우나로 자취를 감추기 때문에 주차장이 별도로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정 씨가 어린아이 때부터 20년 가까이 최 씨 모녀의 세신(洗身)을 맡아 알고 지냈다는 세신사 A 씨는 "최순실은 참 '밸난(별난) 여자'였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철저히 예약제로 진행하는데 1시에 예약해놓고는 3시에 와서 세신 중인 손님을 밀어내고 먼저 밀어달라며 행패부린 적도 많았다는 것. 하도 안하무인이어서 다른 손님들과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싸우기 일쑤였다고 했다.
최순실 씨와 딸 정유연 씨(정유라로 개명) 모녀가 지난해까지 거의 매일 드나들었다는 목욕탕. 사진=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최순실 씨와 딸 정유연 씨(정유라로 개명) 모녀가 지난해까지 거의 매일 드나들었다는 목욕탕. 사진=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딸 정 씨에 대해서도 "인성이 덜 된 아이"라며 8살 때 일화를 들려줬다. 어린 정 씨가 세신을 하다가 자꾸 똑바로 일어서길래 "아줌마가 때 밀게 누워봐 유연아"라고 건네자 "뭐라고?"하며 자신의 뺨을 세차게 때렸다고 했다. A 씨는 "같이 온 유연이 사촌 언니는 자랑이랍시고 밖에 나가서 '유연이가 아줌마 때렸대요'하고 놀리더라"며 "최 씨도 그렇고 누구도 미안하단 말을 안 해서 속상했다. 때린 거야 아이니까 실수라고 쳐도 가정교육이 제대로 안 돼 있는 집안이었다"고 기억했다. "그렇게 공부도 안하고 못된 애가 이화여대도 들어가고 대단한 나라"라는 혹평도 했다.
세간에 알려진 대로 기업의 오너, 오너 부인, 교수, 재력가, 정권 실세 부인 등 '8선녀 모임'도 사우나에서 이뤄진다는 의혹을 물었으나 목욕탕 관계자들은 아는 바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최 씨 모녀는 주로 최 씨의 언니와 승마선수인 조카 장유진 씨(장시호로 개명)등 가족끼리만 왔다는 것. 목욕탕 관계자는 "최 씨 모녀가 안 온지 몇 달이 넘었다. 작년 가을까지 얼굴을 봤는데 그 이후 안 오더라. 뉴스를 보고서야 유연이가 애를 낳았고 독일에 간지를 알았다"고 말했다. 최순실게이트 관련 TV 뉴스를 보던 또 다른 세신사는 "박 대통령과 대통령이 되기 전부터 친분이 있다는 점을 여기 사람들은 다 알고 있었다. 한 정신 나간 여자 때문에 온 나라가 시끌시끌하다"며 혀를 찼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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