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치매관리사가 뭐야? 자격증 사기단 검거

박은하 기자 2013. 12. 4.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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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 후 1년 계약직으로 일하던 ㄱ씨(58)는 지난해 5월 신문에서 노인심리상담사 자격증 광고를 발견했다. 계약만료가 코 앞에 다가와 앞날을 고민하던 ㄱ씨는 "자격증을 취득하면 복지관에서 일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시험을 보기로 마음먹었다. 70만원을 들여 교재도 구입했다. 며칠 후 자격증을 손에 넣었지만 찜찜한 마음을 지울 수 없었다. 자격증 따는 과정이 너무 쉬웠기 때문이었다. 알고보니 자격증은 가짜였다.

서울 광진경찰서는 고용노동부 산하기관으로부터 등록불가 통보를 받은 자격증을 공인자격증인 것처럼 속여 시험을 치르게 하고 응시료 등을 가로챈 혐의(사기 및 자격기본법 위반)로 전모씨(56) 등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4일 밝혔다. 전씨 등은 주부·노인 등 9277명에게 노인복지사 등 국가 공인을 받지 못한 자격증 1만3596매를 발급하고 응시료와 발급비 명목으로 1인당 7만원씩, 총 9억 5000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전씨 등은 민간교육기관을 운영하며 중앙일간지에 노인복지사, 산후관리사, 채권법무관리사, 노인치매관리사, 식이요법관리사 등 그럴듯한 명목의 자격증 11종의 광고를 냈다. 주로 은퇴한 노인들이나 맞벌이를 원하는 주부들이 연락했다. 전씨 등은 연락해 온 이들에게 "자격증을 취득하면 복지센터나 기관 등에 취업해 110만~250만원을 벌 수 있다"고 독려했다. 실제 전국 곳곳의 중·고등학교를 빌려 연 4회 시험을 실시하고, 자격증을 발부했다.

하지만 전씨 등이 발급하는 자격증은 지난 2008년 한국능력개발원에 민간자격증 등록 신청을 냈으나 모두 법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등록 불가 판정을 받던 것들이었다. 전씨 등은 시험이 어렵다고 소문이 나면 응시자가 줄 것을 우려해 시험 성적에 상관없이 응시자의 70∼80%에게 자격증을 발급하는 식으로 합격선을 관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등록된 민간자격증이 5500여종에 달해 유사 피해가 우려된다"면서 "한국산업인력공단이나 한국직업능력개발원 등에 공인 자격증 여부를 확인하는 등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특히 "자격기본법상 국민의 생명, 건강, 안전 및 국방에 직결되는 분야는 민간의 자격증 신설·운영이 금지되기 때문에 관련 분야의 민간 자격증을 표방한다면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경찰은 교재를 출판·판매하고 이익을 챙긴 업자 8명에 대한 수사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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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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