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기평가 해보셨습니까?"..박원순식 '경청학 개론'

손대선 2014. 2. 5.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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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손대선 기자 = 가장 가까운 이와 대면하고서도 스마트폰으로는 끊임없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하는 사람. 먼 곳과 소통한다지만 정작 눈앞에는 단절이 도사리고 있다. 우리시대의 불통은 이처럼 일상에서 수시로 발견된다.

'소통'을 화두로 끌어안고 2년여 동안 서울시정을 이끌어온 박원순 시장이 소통을 이끌어내는 자신만의 노하우를 담은 '경청-박원순의 대한민국 소통 프로젝트'(휴먼큐브 刊)를 내놓았다.

책의 첫머리에는 놓인 경구는 '방민지구 심어방천(防民之口 甚於防川)'이다. '백성의 입을 막는 것은 강물을 막는 것보다 더 위험하다'는 뜻이다. 언로의 자유를 보장해야한다는 의미로 쓰인다.

'대한민국 소통령'이라 불리는 서울시장에 당선되고도 박 시장은 끊임없이 이 경구를 옥석처럼 여겨왔단다. 그동안 수시로 진행해온 청책토론회, 현장시장실 등을 통해 시민의 목소리를 귀담아 들었다. '소통의 달인'이라는 세간의 호의적 평가는 이 과정에서 나왔다.

박 시장은 책에서 "과거 인권변호사와 시민활동가로 살아오면서부터 우리 사회 각 분야의 많은 분들을 만났다"며 "결국 사람들이 함께 모여 행복하게 살기 위한 첫걸음은 소통이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소통을 잘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말을 잘 듣는 열린 마음, 경청이 필요했다"고 말했다.책의 제목은 소통을 위한 교두보인 경청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면서 '박원순식 경청학 개론'을 설파한다.

박 시장은 "학창 시절, 듣기평가 해보셨을 것"이라며 "국어든 영어든 아마 세상에서 그보다 더 열심히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을 때도 없을 것이다. 잘 들어야 정답이 나온다"고 단언한다.

박 시장은 책의 1부 '경청이 필요한 불통의 사회'에서 ▲말을 음미하라 ▲경청을 제도화하라 ▲편견없이 들어라 ▲효율적으로 들어라 ▲반대자의 의견을 들어라 ▲두려워하지 말고 그들의 가운데로 들어가라 ▲신뢰를 얻기 위해 때로는 용서를 빌어라 ▲절실하게 들어라 ▲ 말하는 사람을 신뢰하라 ▲말하는 것 이상을 들어라 등 경청을 위한 10가지 원칙을 제시하고 자신의 경험을 설명한다.

또한 2부 '불통의 시대, 어떻게 듣고 무엇을 바꿀 것인가'에서는 경청을 기본으로 시민과 소통하고 다양한 이해당사자들과 의견을 모으고 조율해서 실제 시정을 펼친 구체적인 사례를 전한다.

청책토론회, 현장시장실, 시민청, 갈등관리심의위원회, 구로 G밸리, 마곡지구 개발사업 등 경청을 통해 성공적으로 난제를 해결한 실례를 소개한다.

"눈은 떠야 보이는데 귀는 항상 열려 있으니 말하면 들린다고 착각하기 쉽죠. 귀도 떠야 들립니다. 간단한 일은 아닙니다. 악기를 배우고 외국어를 배우듯이 경청 또한 전략적으로 배우고 익혀야 얻을 수 있습니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잘 듣는 일은 말이라는 게 탄생하면서부터 항상 중요한 일이었습니다. 시대에 따라 그 중요성이 간과되거나 다른 말로 포장되었을 뿐이죠. 사실 최근까지도 우리 사회는 잘 듣는 일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고도성장의 사회에서는 굳이 묻거나 따지지 않아도 가야 할 길이 명확하기 때문이죠. 누구나 아는 목표에 대해 목소리를 크게 내는 사람이 환영받았습니다. 이를 '추진력'이나 '카리스마'라고 부르기도 했죠." 26p

"제가 선호하는 토론 방식은 가능한 선에서의 '총출동'입니다. 숨길 것이 없고 왁자지껄함을 굳이 피하지 않겠다면 듣고 싶은 사안에 대해서는 모든 사람이 참여하도록 만드는 데 아낌없이 시간을 투자하세요. 정말 필요한 사람이라면 쫓아다녀서라도 그 자리에 나오도록 하세요. 모든 사람이 모여서 제각기 하고 싶은 말을 하면 그 일의 문제점과 해결점이 한 번에 나올 수 있습니다. 지금 시대에 맞는 리더십이란 이런 게 아니겠습니까? 내 의견을 우격다짐으로 내세우는 게 아니라 모든 사람의 이야기를 잘 듣고 하나의 통일된 의견으로 이끌어낼 수 있는 통합지향적 마인드가 핵심이지요.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복잡하고 갈등이 많은 시대를 평화롭게 이끌어나갈 수가 없습니다." 38p박 시장은 책의 출간과 함께 자신의 SNS를 통해 "듣는 것이 가장 큰 소통"이라며 "단순하게 듣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듣는 것을 기억할 만큼 몰입해서 상대방의 말을 들어야 한다. 눈을 떠야 볼 수 있듯이 귀도 떠야 들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제 소통의 시간을 반성적으로 회고하고,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쓴 책"이라며 "모든 출발은 듣는 것에서 시작된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서울시 수장이 된 이래 2권의 책을 놓았다. 하지만 공동저서이거나 시장 당선 이전에 경험을 담은 책이어서 시장 당선 후 단독집필한 책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편 박 시장은 출판기념회 등 대형행사는 지양키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책은 17일날 정식출간되며 14일까지는 예약판매 접수를 받는다.sds1105@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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