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고 날벼락.. 고향에서 밀려나 4시간 통학"

2014. 3. 1.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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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윤근혁 기자]

27일 오후 충남 아산지역 고교에서 밀려난 자녀를 둔 학부모들이 충남도교육청을 찾아와 항의하고 있다.

ⓒ 윤근혁

하루 4시간. 오는 3일부터 충남 아산지역 중학교 졸업생 81명 가운데 상당수가 3년 동안 날마다 다녀야 하는 고교의 통학 시간이다.

"남의 지역 아이들을 위해 왜 우리 아이들이 희생을 당해야 하냐?"

"삼성자사고 신설 날벼락에 아산에 살고 있는 서민 아이들은 혹독한 벌을 받게 생겼다."

지난 2월 27일 오후 아산지역 학부모 10여 명이 충남교육청 1층 로비에서 분통을 터뜨렸다. 아산지역 고교에서 다른 지역 고교로 밀려난 학생의 부모 가운데 일부다.

81명의 어린 학생들, 고향에서 퇴출 신세

충남도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아산지역 중학교 졸업생 가운데 81명이 아산지역이 아닌 천안 등지에 있는 미달 고교로 배정됐다. 이들 가운데 66명은 아산시내에서 버스와 전철로 갈아타면 2시간쯤 걸리는 천안 목천고에 가야한다.

이런 아산지역 고교생의 유례를 찾기 힘든 퇴출현상의 원인에 대해 아산지역 학부모들은 "올해 문을 연 삼성고(자율형사립고)와 안일한 충남교육청의 대응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박준영 아산 평등교육학부모회 집행위원장은 "올해 3월 개교하는 삼성고에 아산지역 중학교 졸업생이 많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한 도교육청이 아산지역 전체 6개 고교 정원을 지난해에 비해 크게 줄였기 때문에 이런 일이 터졌다"고 설명했다.

지난 27일자 < 오마이뉴스 > 보도(관련 기사 : 삼성 자사고 특혜에 봉변당한 아산 학생들)에 따르면 충남교육청은 올해 중학교 졸업예정자가 지난해에 비해 139명 늘어났는데도 아산지역 일반인문계 고교 신입생 정원을 240명 줄였다. 대신 삼성고에 350명(정원비율 11%)의 정원을 새로 줬다. 일반인문계에서 줄어든 정원을 삼성고에 넘겨준 셈이다.

하지만 삼성 임직원 자녀들에게 정원의 70%를 할당한 삼성고에 들어간 아산지역 학생은 152명(43%)에 그쳤다. 다른 지역에 있는 삼성 직원의 자녀와 외지인 자녀가 갑절 이상 합격한 것이다.

반면, 충남교육청 관계자는 이같은 지적에 대해 "올해 아산지역 학생이 외지 고교로 많이 배정된 이유는 예년과 달리 천안지역 학생 150명이 아산지역 고교로 유난히 많이 지원했기 때문"이라면서 삼성고 관련성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피해 당사자인 학부모들은 이같은 충남교육청의 태도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지난 2월 27일 오후 4시 20분부터 1시간에 걸쳐 이들 학부모 5명을 인터뷰했다. 다음은 학부모들의 답변을 한꺼번에 정리한 것이다.

"타지 고등학교 배정 학생... 약을 11알이나 먹었다"

개교를 코앞에 둔 지난 27일 충남 아산의 삼성고 본관에서 바라본 건물들.

ⓒ 윤근혁

- 통학 거리가 얼마나 되는 학교에 배정됐나?

"목천고에 가려면 도고지역에 사는 아이는 3번씩이나 버스와 전철을 갈아타고 가야 한다. 새벽 5시에 일어나야 지각을 안 한다는 얘기다. 이 정도면 어른들도 출퇴근이 어렵다. 그런데 아이들한테 이렇게 하라는 것은 혹독한 벌을 주는 것이다. 삼성고를 만드는 건 좋은데 왜 아산지역 아이들이 희생양이 되어야 하냐?"

- 삼성고 신설과 자녀의 외지 고교 배정이 관련이 있다고 보는 것이냐?

"삼성고는 우리랑은 상관없는 곳인 줄 알았다. 한해 1000만 원이 넘는수업료에다 공부를 잘 해도 삼성직원이 아니면 거의 아이를 보낼 수 없는 학교란 걸 알기 때문이다. 그런데이런 학교 때문에 우리 아이가 손해를 봤다는 생각을 하면 울화가 치민다. 도교육청은 우리가 갈 수도 없는 학교가 생긴다고 아산지역 인문계 고교 배정인원을 240명이나 줄였다고 한다. 말이 되지 않는 행동이다."

- 지금 자녀들의 상태는 어떤가?

"상처를 많이 받았다. 부교육감이라는 분이 '불합격한 학생들은 공부를 못해서 경쟁에서 진 것'이라고 말해 상처를 더 크게 했다. 교육청이 우리 아이들을 낙인찍은 것이다. 이런 상처받은 아이들에게 잘못은 너희들이 한 게 아니라고 말하면서 다독이고 있다."

- 한 학생은 잘못된 선택을 하려고 했다는 소리도 들리는데….

"외지에 있는 고교 소집일 직전에 한 여학생이 약을 11알이나 먹었다. 다행히 더 나쁜 일은 없었지만 부모들은 정말 불안하다. 해당 고교는 이런 사실을 알지도 못하고 있다. 지금 부모들은 속상해서 잠도 못 자고 있다."

- 지금 학부모들이 크게 걱정하는 것은 무엇인가?

"무엇보다 하루 4∼6시간씩 통학시간을 버리면서 아이가 어떻게 공부할 수 있을지 걱정하고 있다. 도교육청은 목천고에 기숙사를 지어준다고 하는데 그건 내년에나 완공되는 것이고 해결책도 아니다. 고교생은 또래끼리 어울리는 것도 중요한데 이렇게 통학시간을 소비하면서 어떻게 생활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여학생의 경우 새벽이나 밤늦은 통학시간에 너무 위험하지 않겠나. 통학비용만 해도 한 달에 20∼30만 원이 든다."

- 이 상황에서 도교육청에게 요구하는 것은 무엇인가?

"아산지역 고교의 학급당 학생수를 35명으로 계획했다는 게 도교육청의 설명이다. 외지로 배정된 아이들을 고향인 아산지역으로 재배치하길 요구한다. 학급마다 의자 하나씩만 더 놓아주면 된다. 그래봤자 학급당 36명이 되는 것이다. 정원을 잘못 배정한 교육청이 책임을 지라는 것이다. 그런데 교육청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기준을 넘기기 때문에 안 된다고 한다. OECD 어느 나라가 고교생한테 4∼6시간 통학하는 걸 방치하나? 충남교육청이 OECD 기준을 도대체 얼마나 생각했기에 교육감부터 줄줄이 비리를 저질러서 재판을 받고 있나?"

덧붙이는 글 |

인터넷 < 교육희망 > (news.eduhope.net)에도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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