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다쳐 찾아온 환자 내치는 성형외과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사는 주부 배모씨(42)는 최근 얼굴을 다친 아들을 치료하려고 성형외과에 갔다가 거절당했다. 초등학교 3학년인 배씨의 아들 김모군(9)은 지난 4일 농구를 하다 넘어져 이마와 눈 주변이 3㎝ 이상 찢어지고 코뼈가 부어오르는 부상을 입었다. 교사는 김군을 황급히 인근 정형외과로 데려가 엑스레이를 찍고 상처를 소독하도록 했다. 병원 측은 얼굴에 흉터가 남지 않도록 꿰매는 수술은 성형외과에 가서 하라고 권했다. 꿰매는 치료는 10분이면 해결되는 비교적 간단한 수술이었다.
성형외과 찾기는 쉽지 않았다. 배씨는 아들을 데리고 집 근처 성형외과에 방문했으나 "예약이 꽉 차 있어서 어렵다"는 말을 들었다. 집에서 조금 더 떨어진 다른 성형외과도 마찬가지였다. 배씨는 강남 인근 유명 성형외과 2~3군데에 전화를 더 걸어봤으나 "우리 병원은 일반환자는 받지 않는다"는 말까지 들었다. 배씨는 결국 집에서 멀리 떨어진 대학병원 응급실에 가서 2시간가량 기다린 뒤에야 아들의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배씨는 "상처가 계속 벌어져 피가 흐르는 아들을 데리고 멀리까지 가면서 너무 속상했다"며 "대한민국에 성형외과가 이렇게 많은데 어째서 내 아들 상처 수술을 빨리 해줄 곳은 없느냐"고 물었다.
성형수술은 신체적 기형이나 흉터를 치료해 신체를 원상태로 회복시키는 재건수술에서 시작했다. 그러나 상처치료, 흉터 꿰매기 등 간단한 성형수술을 받기는 오히려 쉽지 않다. 성형외과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일부 성형외과는 돈이 안되는 치료는 해 주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대학원생 정모씨(31)도 배씨와 비슷한 경험을 했다. 지난달 27일 계단에서 넘어져 이마와 볼 등이 찢어진 이모를 위해 강남구에 있는 성형외과 3군데에 전화를 걸어봤으나 모두 퇴짜를 맞았다. "예약이 차 있다" "일반환자는 안 받는다"는 말을 들었으며, "상처치료라면 정형외과에 가라"는 병원도 있었다. 정씨의 이모 역시 대학병원으로 갔다. 정씨에게 정형외과로 가라고 권한 ㄱ병원은 "오랫동안 눈, 코 등 성형 전문 병원으로 활동해 일반 환자는 안 받은 지 오래돼 그렇게 말한 것"이라며 "이미 예약 손님이 꽉 차 있었다"고 해명했다.
의료법 15조는 '의료인은 진료 또는 조산의 요구를 받은 때에는 거절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보건복지부는 진료를 거부한 의료인에게 면허정지나 취소 처분을 내릴 수 있다. 하지만 예약이 차 있거나 의료시설이 부족해 환자를 받지 않는 것은 의료법상 '진료거부'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하지만 예약이 없는데도 완료됐다고 할 경우 환자가 확인할 방법은 많지 않다. 정씨는 "성형외과도 기본적으로 '외과'인데 수술을 안 받아줄 줄은 몰랐다"면서 "대학병원에서 비싼 치료비를 내고 진료를 받는 것은 환자의 권리를 침해받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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