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참사-단독] "배 떨림 너무 심하다" 문제 제기.. 회사측 해고 협박

2014. 4. 23. 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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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의 원래 선장인 신모(47)씨는 지난 2월 인천항만 관계자와 식사하며 이런 얘기를 했다. "세월호가 오하마나호보다 안정성이 크게 떨어진다. 배의 떨림이 너무 심하다. 그래서 승객들의 불만이 많다. 일본에서 들여와 개조하면서 램프를 떼버려 그렇다."

오하마나호(6322t)는 세월호와 함께 인천~제주 노선을 운항하는 청해진해운 여객선이다. 세월호처럼 일본에서 수입됐고 비슷한 크기에 구조도 유사하다. 25년 전 건조돼 선령(배의 나이) 20년인 세월호보다 오래됐다. 신 선장은 세월호가 '5년 더 늙은' 배보다 불안정하다고 말한 것이다.

그는 세월호가 취항한 지난해 2월부터 이 배를 몰았다. 1년간 선박을 총괄하며 감지한 세월호의 문제는 '운항 중 떨림' 현상이었다. 배가 떨린다는 건 무게중심이 흐트러졌다는 뜻이다. 신 선장은 구조변경을 원인으로 지목했고, 더 구체적으로 뱃머리 오른쪽 측면에 있던 '사이드램프'(현측문) 철거 문제를 꼽았다. 인천항만 관계자에게 털어놨던 이런 얘기를 회사에도 여러 차례 했다고 한다.

철거된 우측 사이드램프

1994년 건조된 세월호의 일본 이름은 '나미노우에호'였다. 2012년 8월 청해진해운이 사들여 이듬해 2월까지 전남 목포 조선소에서 개조 작업을 벌였다. 원래 4층까지만 객실이 있었는데 선미 갑판을 객실로 증축해 5층이 생겼다. 무게는 건조 당시보다 239t 늘어 6825t이 됐고 여객 탑승 인원은 804명에서 921명으로 117명 증가했다.

이 과정에서 나미노우에호에 있던 사이드램프가 철거됐다. 사이드램프는 차량과 화물이 배에 들어가는 출입구로 육중한 철문과 이를 여닫는 크레인 장비까지 설치된 한 덩어리의 구조물이다. 화물트럭 등이 드나들기에 이를 지탱하도록 다른 부위보다 훨씬 두꺼운 강판을 쓴다.

선박에 따라 다르지만 무게가 보통 50t 가까이 돼서 배의 균형에 영향을 미친다. 국내 대형 조선업체 관계자는 "배를 설계할 때 한쪽 측면에 사이드램프를 설치하면 반드시 맞은편에 비슷한 무게의 구조물을 배치해 평형이 유지되도록 한다"고 말했다. 이런 구조물이 개조 과정에서 사라진 것이다. 이후 차량과 화물 선적은 선미 램프를 이용해 왔다.

해양수산부가 고시한 '카페리 선박의 구조 및 설비 기준'에도 '현측문 강도는 해당 선측외판의 강도 이상이어야 하고 현측문이 설치된 주위는 적절한 보강이 이뤄져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운항 중에 배가 떨렸고 선장이 사이드램프 철거를 원인으로 봤다면 이 구조물을 철거하면서 그 자리에 균형 유지를 위해 충분한 보완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얘기가 된다. '부실 개조'였다는 것이다.

이 사이드램프를 떼어낸 건 돈 때문이었다. 금융감독원에 제출된 감사보고서를 보면 청해진해운은 2009년 288억원이던 매출이 2011년 261억원까지 떨어지자 화물운송 비중을 늘리기 시작했다. 화물은 여객보다 많이 남는 장사다. 인천항만 관계자는 "2013년 세월호를 투입하며 사이드램프를 없앤 것도 화물 적재 공간을 늘리기 위해서였다"고 말했다. 객실을 증축하고 사이드램프까지 철거한 효과를 봤는지 2013년 매출은 320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영록 의원이 22일 한국선급(KR)의 검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세월호는 구조변경 뒤 무게중심이 11.27m에서 11.78m로 51㎝ 높아졌다. 객실 증축에 무게중심이 높아진 세월호는 균형 유지에 필요한 사이드램프까지 떼어낸 채 '덜덜' 떨리는 상태로 운항하고 있었다.

선장의 경고…거듭된 묵살

지난 2월 신 선장에게 이런 얘기를 들은 인천항만 관계자는 22일 국민일보 기자와 만나 "신 선장이 당시 '임시방편으로 배에 물(평형수)을 30t 더 싣고 다닌다'고 했다"고 전했다. 신 선장은 그에게 "배는 처음 건조된 대로 운행해야 한다. 설계된 대로 해야지, 이거(사이드램프) 떼면 안 되는 거다. 램프 제거 문제를 아는 건 회사에서도 몇 명 안 된다"며 심각하게 우려를 표명했다.

신 선장은 1년여 세월호를 몰면서 이런 문제를 회사에 여러 차례 제기했다. 하지만 회사에서 돌아온 답변은 "자꾸 그런 소리 하면 잘라버리겠다"는 '협박'이었다고 한다. 인천항만 관계자는 "신 선장이 회사에 배 떨림 현상과 사이드램프 철거 문제를 수차례 얘기했는데 회사에서 해고해버리겠다는 투로 나와 더 이상 말을 꺼내지 못했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 9일 청해진해운의 임원 및 간부직원들과 만날 기회가 있었다. 신 선장에게 세월호의 문제를 들은 터라 조심스럽게 얘기를 꺼냈다. "세월호가 운항할 때 좀 많이 떨린다더라…" 하면서 승객들의 불만 등을 전했더니 청해진해운 측은 펄쩍 뛰었다.

그는 "내 얘기를 듣던 회사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고 조목조목 설명하는 게 아니라 '누가 그런 소리를 하더냐. 선장이냐 갑판장이냐. 당장 찾아내 가만두지 않겠다'며 엄청 흥분했다"고 말했다.

그러고 꼭 1주일 만인 지난 16일 세월호가 침몰했다. 청해진해운은 세월호 취항 후 1년여 동안 배의 총책임자인 선장에게 수차례 '경고'를 받았고 사고 1주일 전 외부 인사에게 같은 지적을 듣고도 번번이 묵살한 것이다.

좌측으로 기울어 침몰

세월호 침몰 원인 중 확실한 것 하나는 '외부 충격은 없었다'는 점이다.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지난 18일 "사고 당시 외부 충격이 없었고 배가 방향을 트는 변침 상황이었다"며 "변침이 유일한 원인인지, 유지·관리상 하자가 있었던 건지 다각도로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특별한 외부 충격 없이 방향을 트는 상황에서 균형을 잃었다면 선박에 구조적 문제가 있었다는 뜻이다. 균형을 잃은 세월호는 왼쪽으로 기울며 침몰했다. 좌측부터 가라앉아 해저에 닿았고 우측은 수면을 향해 놓였다.

이런 상황은 신 선장이 우려하고 경고한 내용과 상통한다. 사이드램프는 배 우측에 있었고 이를 철거한 뒤 좌우 균형이 흐트러져 급선회 과정에서 좌측으로 급하게 기울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대형 조선업체 관계자는 "램프가 임의로 철거됐다면 배가 기울어질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세월호는 이 같은 구조적 문제를 안은 채 이번 항해에서 과적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선급은 구조변경 승인 당시 조건을 달았다. 적재 화물량을 개조 전 2437t에서 987t, 여객은 88t에서 83t으로 줄이고 평형수는 1023t에서 2030t으로 늘려야 복원성이 유지된다고 했다. 하지만 세월호는 실린 화물과 차량 등의 총중량은 987t보다 3배 이상 많은 3608t이나 됐다.

이렇게 과적하면 출항 허가를 받지 못하는 수가 있다. 그럴 때 선사들이 쓰는 방법은 물(평형수)을 빼서 만재흘수선(배가 물에 잠기게 허용된 한계선. 이 선 이상 잠기면 과적으로 본다)을 맞추는 것이다. 세월호도 이 항해에서 평형수를 한국선급의 승인 조건보다 훨씬 적게 실었을 가능성이 크다. 사이드램프 철거로 균형이 흐트러진 세월호는 평형수를 더 실어 버텨 왔다. 이 물이 필요한 만큼 실리지 않았다면 치명적이다.

김삼열 전 목포지방해양항만청장은 "무리한 구조변경을 한 데다 무게중심이 높아진 만큼 평형수를 더 넣었어야 했는데 이를 무시한 채 과적하고도 경솔하게 변침하는 등 복합적 요인으로 침몰한 듯하다"고 말했다.

인천=조성은 전수민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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