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끊는 사연들>"절망의 바다에서.. 아들 잃었지만 새딸 얻었어요"
"허망하게 내 아들을 잃은 바다에서 새로운 딸을 얻었네요."
23일 오후 5시 전남 진도군 임회면 팽목항에서 만난 실종자 가족 김정혜(여·44) 씨와 유미(여·30) 씨는 서로 팔짱을 낀 채 모녀 같은 모습이었다. 유 씨는 김 씨를 "엄마"라고 불렀다. 김 씨도 유 씨를 향해 "그래, 딸"이라고 응답하며 애틋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유 씨는 여객선 진도 침몰 참사 구조현장에서 활동 중인 개인 자원봉사자다. 김 씨는 이번 사고로 실종된 안산 단원고 안모(18) 군의 어머니다. 김 씨는 아들을 잃은 참사 현장에서 지난 18일 유 씨를 처음 만났다. 이들은 새로운 모녀의 인연을 맺고, 잿더미 속에서 피어난 여린 새싹 같은 '회복'의 희망을 키워가고 있다.
사고 발생 당일인 지난 16일 처음 팽목항에 내려온 김 씨는 이틀간 바다를 향해 아들의 이름을 목놓아 부르는 게 일이었다. "○○아 보고싶다. 엄마가 너무 보고싶어." 오열과 통곡으로 하루하루를 지새우다 보니 김 씨도 어지럼증과 가슴통증을 호소하는 등 건강이 급격히 안 좋아졌다.
그러나 유 씨를 만나면서 김 씨는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유 씨는 지난 18일 홀로 서울에서 팽목항을 향하는 버스를 타고 무작정 봉사활동을 왔다. 실종자 가족을 위한 배식활동을 하던 중 부둣가에서 아들의 이름을 목놓아 부르는 김 씨의 모습에 가슴이 아파 함께 울었다. 이때부터 유 씨가 김 씨 옆에 찰싹 달라붙어 친딸처럼 식사 등 건강을 챙겨 주기 시작했다. 먹고, 자고, 씻는 것은 물론 사고 초기에 언론에 과도하게 노출된 김 씨가 추가 피해를 입지 않도록 발벗고 나선 것도 바로 유 씨였다.
김 씨는 "그 누구보다 간절한 마음으로 우리 아들의 이름을 불러줬어요. 우리 아들이 그 목소리를 들으면 참 고마워하겠구나 싶었죠"라며 울먹였다. 유 씨는 "이후에도 자주 찾아뵙고 딸 노릇, 누나 역할 모두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진도 = 김다영 기자 dayoung817@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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