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 구조시스템 '구멍'>"살려주세요" 2명 침몰중에도 119에 5번이나 SOS

정우천기자 2014. 4. 25.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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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박했던 순간

기울어가는 세월호 안에서 승객들이 31분간 119에 23건의 구조요청 전화를 건 사실은 승객들이 얼마나 극심한 생명의 위협을 느꼈는지, 배 안의 상황이 얼마나 긴박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25일 전남도 소방본부에 따르면 사고 당일인 지난 16일 오전 8시 52분 52초 안산 단원고 고 최덕하(17) 군으로부터 걸려온 최초 신고 전화가 끊기기 전에도 3건의 추가 신고 전화가 세월호 승객들로부터 걸려왔다.

특히 119가 최 군과 통화 중이던 오전 8시 55분 55초에 다른 회선으로 걸려온 전화는 다급한 목소리로 "살려주세요. 배가 기울었어요"라고 했으며, 접수요원이 "지금 해경에서 갈 거예요"라고 해도 안심이 안 된 듯 "살려주세요. 점점 더 기울어요. 빨리 와주세요. 살려주세요"라고 간청했다.

세월호 선원이 제주해상관제센터(VTS)에 처음 위급상황을 알린 것도 오전 8시 55분으로, 이 시각엔 이미 선원과 승객 모두가 체감할 정도로 배가 기울어진 것으로 보인다.

오전 8시 56분 18초에 걸려온 전화의 주인공은 "인천에서 제주도 가는 페리호인데요. 갑자기 배가 기울었고 지금 난리 났어요"라고 알렸다. 8시 56분 41초에 걸려온 전화도 배가 기운 상황을 다급하게 전했다. 오전 9시 7분 2초에 전화를 건 사람은 "배가 45도 정도 기울었다. 무슨 고등학교 10개 반이 타고 있으니까 승객수가 500명쯤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날 신고자 중 한 차례 전화를 한 사람은 5명, 2차례 전화를 한 사람은 2명, 4차례 한 사람은 1명, 무려 5차례나 한 사람은 2명으로 분류됐다.

몇 차례 전화를 한 것으로 추정되는 한 승객은 오전 9시 21분 55초에 다시 전화를 걸어 "세월호인데요. (구조대가) 어디쯤 왔어요"라고 물은 뒤 접수요원이 위치를 확인하는 동안 "도착했어요. 도착했어요. 감사합니다"라고 말하고 끊었다.

23건의 신고 전화 가운데, 119 전 회선(총 9개)이 모두 통화 중이어서 자동응답시스템(ARS)으로 돌아간 것이 7건에 달하는 것은 당시 신고 전화가 얼마나 폭주했는지와 승객들이 느낀 생명의 위협 정도가 얼마나 컸는지를 짐작케 해준다.

소방본부 관계자는 "해경의 현장 출동 계기를 만든 최 군의 최초 신고 전화 이후에도 많은 사람이 신고를 해왔지만 결국 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것이 매우 마음 아프다"고 말했다.

무안 = 정우천 기자 sunshin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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