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남편 시신과 7년 가까이 동거한 아내, 법의 판단은..

2014. 5. 22. 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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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남편의 시신을 집 거실에 두고 6년9개월을 '함께' 생활했다. 남편은 '미라'가 된 채 발견됐다. 남편이 죽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다는 아내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검찰 판단은 '죄가 없다'였다.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안권섭)는 사체유기 혐의로 입건된 약사 조모(47·여)씨에 대해 무혐의 처분했다고 21일 밝혔다. 사회적·종교적 측면에서 용인되는 통상의 절차에 따라 장례를 치르지는 않았지만, 그간 정성을 다해 남편 시신을 보존해 온 사실이 인정된다는 취지에서다.

검찰에 따르면 고위 공무원이던 남편 신모(당시 42세)씨는 2006년 11월 간암 말기로 6개월 시한부 진단을 받고, 가족들의 간병을 받다가 이듬해 3월 사망했다. 그러나 조씨는 장사를 지내지 않고 서울 서초구 자택 거실에 남편을 그냥 눕혀 뒀다. 남편이 갑자기 움직이지 않고 음식물도 먹지 않아 평소와 다르다고 여기긴 했지만, 심장 뛰는 소리가 들리고 체온이 남아 있는 것 같아 사망했다고는 생각지 않았다고 한다. 조씨는 신씨의 친누나(시누이)와 매일 시신의 손과 발을 씻겨 줬고, 정기적으로 옷을 갈아입히거나 목욕을 시켰다. 한 집에 사는 두 아들과 딸 역시 거실에 누워 있는 시신 옆에 앉아 얘기를 나누고 식사를 하는 등 아버지 사망 이전과 다를 바 없이 생활했다.

이들의 '기묘한 동거'는 '시체를 집안에 유기했다'는 첩보를 입수한 경찰이 지난해 12월 26일 자택을 압수수색하면서 막을 내렸다. 경찰이 집안으로 들어갔을 때 시신은 거실 카펫 위에 이불을 덮고 누운 채로 발견됐다. 사망한 지 7년 가까이 지나도록 부패하지 않고 수분이 모두 빠져 미라가 된 상태였다. 경찰은 시신을 부검한 뒤 장례를 치르도록 했다. 부검 결과 명확한 사인은 나오지 않았다. 경찰은 신씨 사망과 이후 사체 관리 과정 등에 배후가 있는지 여부도 조사했으나 역시 밝혀지지 않았다. 경찰은 신씨가 병사한 것으로 결론내고, 다만 조씨를 형법 161조 1항의 사체유기 혐의로 입건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조씨는 검찰 조사에서 "경찰이 올 때까지 단 한번도 남편이 죽었다고 생각한 적 없다. 다시 깨어나길 바랐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누이나 자녀들 역시 비슷한 취지로 진술했다.

검찰은 최근 이 사건을 검찰시민위원회에 회부해 조씨의 처벌 여부를 물었다. 시민들이 죄가 안 된다고 결론내자 검찰도 이를 수용했다. 사체유기에 대한 범의(犯意)가 없었으며, 특별한 약품 처리를 하지 않고도 부패하지 않을 정도로 시신이 양호하게 보존됐다는 점도 중요 판단 근거가 됐다.

검찰 관계자는 "사체 발견 당시 현장 모습과 사체 보존 상태 등을 종합하면 아내가 그동안 사체를 지극히 돌보며 보존·관리한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며 "사체를 유기하거나 방기·은닉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고 말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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