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만난 사람]바람과 파도가 빚어낸 대서사시, 돗토리사구

2014. 9. 5.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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돗토리사구는 하나의 거대한 산과 같이 장막처럼 펼쳐져 있는데, 남에서 북으로 2.4㎞, 동에서 서로 16㎞로 길게 펼쳐져 있다.

모래는 어디서 오는가? 일본 돗토리현 모래언덕을 바라보며 드는 생각이다. 장대한 모래언덕을 바라보며 불현듯 떠오르는 것은 모래의 생성과 소멸이다. 모래는 자연에 의해 풍화되어지며 누적된 시간의 마지막 입자이자 최소의 단위이다. 모래가 쌓여 사구가 되기까지는 수십만년 동안의 시간이 필요했으며, 이 장대한 사구는 거친 풍랑의 흔적일 것이다. 거대한 자연과 시간 앞에서 '인간 존재에 대한 물음'을 선명히 마주한다.

10만년 동안 바람과 파도가 빚어낸 돗토리 모래사구의 장엄한 풍경.

해안국립공원으로 특별보호지구

모래의 생성에는 시간이 관계한다. 모래는 커다란 바위 덩어리들이 풍화에 의해 나누고 또 나누어진 최소 단위의 입자이다. 모래는 생물체처럼 출생되어지지 아니하고, 바위의 소멸과정을 거쳐 다시 최소의 단위로 소생하여 재탄생하는 과정에 가깝다. 사구는 이러한 최소 단위의 입자들과 수십만년 동안의 시간이 이루어낸 장엄하며 숭고한 자연의 역사이다. 돗토리사구(Tottorisakyu, 鳥取砂丘) 역시 그 자체가 생성과 소멸의 순리에 의하여 형성되어진 자연의 서사시다.

돗토리현은 일본 혼슈(本州) 북쪽에 위치한 작은 도시이다. 동해를 접하고 있어 자연적으로 사구가 발달하였다. 돗토리현은 일본의 43개 현 중에서 가장 작은 현으로 인구 역시 60만에 못 미친다. 때문에 생태적 자연환경과 전통, 문화가 비교적 보존·유지되고 있는 도시다. 때문에 일본 내국인의 관광수요가 가장 높은 곳이다. 이 돗토리현 돗토리시의 동해 해안에 위치한 모래언덕이 돗토리사구이다. 센다이강 하구의 동쪽으로 펼쳐진 면적 약 545헥타르의 하마사카사구(浜坂砂丘)를 일컫는다.

이 사구는 일본 서쪽 주고쿠 산지의 화강암이 풍화하며, 강으로 흘러내려 해안에 쌓이면서 형성된 대표적인 해안사구이다. 바닷속의 모래를 파도가 밀어내고, 해안선에 퇴적된 모래를 다시 바람이 내륙으로 쌓아올리면서 언덕을 형성한 것이다.

개미들의 행렬처럼 줄을 지어 사구의 정상으로 오르는 사람들. 정상으로 올라갈수록 모래와 하늘의 경계가 신기루같이 흐려진다.

이 사구는 일본의 3대 사구 중 하나로 일본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산인해안국립공원(山陰海岸國立公園)의 특별보호지구로 지정되어 있으며, 1955년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고, 2007년 일본의 지질 백선에 선정되었다. 때문에 연간 약 180만명의 관광객이 찾고 있는 지역관광의 명소이다.

돗토리사구는 하나의 거대한 산과 같이 장막처럼 펼쳐져 있는데, 남에서 북으로 2.4㎞, 동에서 서로 16㎞에 달한다. 특히 이곳은 크게 3개의 사구가 행렬로 이루어져 있는데, 동해의 푸른 바다와 거의 수평을 이룬다. 이를 해안 쪽에서부터 제1, 제2, 제3 사구열(砂丘列)이라고 부른다. 이 중 가장 높은 모래언덕은 60m에 이른다. 최대 높낮이 차이는 90m로, 일본의 전통 바리때인 스리바치와 비슷한 꼴로 움푹 파인 지형도 유명하며, 특히 '큰 스리바치'라고 불리는 지형의 높이는 40m에 달한다.

돗토리사구는 수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돗토리현의 대표관광지다.

수십만 년의 시간이 만든 장엄한 결과물

계단에 올라서니 눈앞으로 모래의 대지가 넓게 펼쳐지고, 수령이 오래돼 보이는 해송 한 그루가 입구를 지키고 서 있다. 입구에서부터 먼눈으로 바라보니 사구에 의해 바다에서 분리되어 생성된 호수인 다네가이케 늪이 동남쪽에 위치해 있다.

사구는 그 자체가 자연이 빚어낸 거대한 예술품이다. 풍랑에 풍화된 모래입자들이 수십만년의 시간 동안 이루어낸 결과물은 경이롭고 장엄하다. 사람들은 장대하게 펼쳐진 모래언덕을 바라보는 순간, 발걸음을 멈추고 만다. 그리고 누구나 거대한 자연 앞에서 '나는 누구인가?'라는 인간 존재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우주의 순환과 자연의 관능 앞에 압도되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우주와 자연의 순리 앞에 다시 평온해진다. 사막과 같이 드넓게 펼쳐진 사구의 모습이 사막의 막막함과는 또 다르기 때문이다. 같은 모래로 이루어졌지만 파도가 빚어낸 바닷가의 사구는 바람만으로 형성된 사막의 모래무덤과 같지 않음이다. 사막이 수분의 증발과 거친 바람으로 생명을 잃어버린 것이라면, 해안선에 가까운 모래언덕은 부드럽고 따스하다.

현지인들은 오래 전부터 사구의 형태를 스리바치라 부르고 있다. 둥그렇게 보이는 사구의 모양은 마치 가운데가 움푹 파여 그 모양이 막자사발과 닮았다 하여 불리는 이름이다. 펼쳐진 모래밭은 둥그런 분지의 형태로 가운데가 푹 꺼져 있는 형태를 이룬다. 사구는 마치 어머니의 자궁처럼 아늑하고 모래의 입자들은 부드럽고 포근하다.

천천히 사구를 산책하듯이 둘러본다. 돗토리사구에서는 신발은 벗어버리고 매우 고운 모래 입자를 발바닥으로 느끼는 것이 좋다. 사람들은 장대한 자연의 서사시에 족적을 남기고 싶어하며 신발을 벗는다. 하지만 안내인은 "모래를 채취하거나 모래 위에 글씨를 쓰는 행동에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바위건 모래건 흔적을 남기기 좋아하는 관광객들로부터 자연 그대로를 유지하기 위함이다.

돗토리사구에서 낙타를 타는 관광객들의 모습.

거대한 모래 조각상 전시한 모래미술관

본격적으로 사구의 형태를 이루는 언덕까지는 대략 300여m를 걸어야 만날 수 있다. 평지가 끝나는 지점에 이르면 가파른 모래언덕이 병풍처럼 좌우로 펼쳐져 앞을 막아선다. 사람들은 마치 개미들의 행렬처럼 줄을 지어 사구의 정상으로 오른다. 정상으로 올라갈수록 거친 바람 덕분에 모래와 하늘의 경계가 아슬아슬 신기루같이 흐려진다.

수억만 번의 바람과 수억 번의 파도에 의해서 쌓여진 대자연 앞에서 인간은 그저 미약한 존재이다. 정상에 오르니 바로 눈앞에 거친 바다가 펼쳐진다. 10만년 동안 쌓여진 시간의 퇴적 위에 올라선 인간은 작은 피조물에 지나지 않는다. 바다의 소리, 바람의 소리, 모래의 소리가 어우러진 자연 앞에 마음이 열리는 순간이다.

모래알 하나의 입자에는 바람과 파도와 오랜 동안의 시간이 누적되어 있다. 어쩌면 모래의 입자 단위는 시간 단위를 셈하는 자연의 계산법인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거대한 바다를 마주하며 '존재'의 물음을 던지고, 상념과 일상의 부스러기들을 내려놓는다.

사구에서 내려오면 10분 거리에 '모래미술관'이 자리하고 있다. 거대한 크기의 모래 조각상이 전시되어 있는데, 올해는 러시아를 주제로 모래 조각상을 '대국의 역사와 예술의 도시를 찾아서'란 테마로 전시하고 있다. 한편, 돗토리현은 국립공원 2곳과 세계지질공원, 람사르조약 등록 습지 등을 품고 있는 일본의 대표적인 청정자연 지역이다. 돗토리사구 이외에도 작은 후지산이라 불리는 다이센(Daisen·大山), 가이케온천, 미사사온천, 하와이 도고온천 등의 온천여행과 100년 된 고택 민박을 하며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일본의 멋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글·사진 이강 여행작가·콘텐츠 스토리텔러 leeghang@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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