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들 세월호 항적 복원..'사라진 29초' 찾아내

2014. 10. 15.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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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4개월 넘는 노력끝에

1차 급변침 8시49분13초 '직전' 확인

진상규명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겨레' 군 레이더 자료 분석8시50분께 2차 급변침 드러나

참사 6개월 만에 사고 당일인 4월16일 세월호의 항적이 복원됐다. 4개월이 넘는 노력 끝에 세월호 유가족들이 이뤄낸 결과물이다. 항적 복원과 함께 세월호 침몰 원인으로 추정되는 급변침 시각도 8시49분13초 '직전'(1~2초의 오차 고려)이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한겨레>가 입수한 군 레이더 자료를 바탕으로 세월호의 급변침이 8시50분께 한번 더 있었다는 분석도 나왔다.

항적도의 정확한 복원이 중요한 이유는, 사고 원인 등 진상조사에 필요한 모든 사실관계의 기본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세월호가 급변침하기 전인 29초(8시48분44초~8시49분13초) 동안의 항적은 명확하게 특정되지 않았다. 사고의 직접 원인인 급변침의 시간이 명확히 특정되지 않은 것 자체부터 여러 의혹을 낳았고, 일부에서 '좌초'나 '충돌' '지그재그 운항' 등 이런저런 의문을 제기한 것도 이런 사정과 관련이 있다.

잃어버린 29초를 찾아내 진상규명의 첫 단추를 끼우기 시작한 것은 세월호 유가족들이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원회'(이하 가족대책위)는 합법적인 절차를 통한 진상규명을 위해 대한변호사협회(대한변협)의 도움을 받아 법원에 각종 자료에 대한 증거보전 신청을 했다. 이번 항적 복원은 지난 6월 광주지법에 진도 브이티에스(VTS) 로그데이터에 대한 증거보전을 신청하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가능했다. 진도 브이티에스의 저장 기록은 통상 보존기간이 60일이어서 가족대책위의 보전절차가 없었다면 각종 데이터의 확인은 장담할 수 없었다.

대책위는 항적 자료를 확보한 뒤 법원이 결정한 전문감정인(데이터 전문가)을 통해 데이터를 복원하는 포렌식 작업을 거쳤다. 그 뒤에도 법원에 공문을 요청해 브이티에스 관리업체 협조를 구한 뒤 자료를 복원했다. 여기까지 걸린 시간만 4개월이다. 잃어버린 29초의 데이터는 거기에 있었다.

세월호가 급변침을 나타내기 시작한 시각이 8시49분13초 '직전'이라는 사실도 이 과정에서 명확해졌다. 전문가들은 8시49분13초에 비정상적인 급변침을 의미하는 선회율(ROT)값이 127을 나타냈으며, 오차가 1~2초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향후 급변침의 원인을 규명할 때도 이 시각을 기준으로 사실관계가 확인돼야 한다는 의미다.

세월호가 알려진 급변침 외에도 추가적인 급변침이 있었다는 점도 새롭게 드러났다. <한겨레>가 진성준 의원실을 통해 해군 레이더가 탐지한 세월호의 항적을 추가로 입수해 분석한 결과다. 군 관계자는 "군이 보유한 세월호의 레이더 항적을 분석해보면 8시50분께 결정적인 급변침이 한번 더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급변침의 시작은 8시48분께"라고 말했다. 군의 설명대로라면 급변침이 최소 2번 있었으며, 세월호 침몰의 결정적 원인이 된 급변침의 시각도 달라져야 하는 셈이다. 지금까지 정부와 검찰이 발표한 것과는 차이를 보여 정밀한 조사가 필요한 대목이다.

가족대책위가 항적, 급변침 시각 등을 밝혀내는 4개월여 동안 해양수산부, 해경, 검찰, 국방부 등 누구 하나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는 점은 정부가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해양수산부는 참사 당일인 4월16일부터 네 차례에 걸쳐 선박자동식별장치(AIS)의 지피에스 기록으로 항적을 복원해 공개했지만, 세월호의 시간과 항로가 달라 혼란만 가중됐다. 해수부는 참사 직전 선박자동식별장치 데이터가 일부 소실됐다고 발표해 의혹을 부추겼다. 데이터 소실 시간도 애초 3분36초라고 했다가, 36초, 29초, 35초 등으로 혼선이 생기면서 의혹을 자초했다.

참사 뒤 꾸려진 검경합동수사본부나 이후 수사를 주도한 검찰도 관제 부실의 진도 브이티에스 직원과 해경의 처벌에만 관심을 기울였을 뿐 기본적인 데이터 확보는 관심 밖이었다. 국방부 또한 해군 레이더를 통해 세월호의 항적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국회의 합법적인 자료제출 요구에 지난 수개월 동안 응하지 않았다. 복수의 해양전문가들은 "사소한 해양사고라도 진상조사를 위해서는 인근 브이티에스의 데이터를 확보해 선박이 발신한 선박자동식별장치 기록과 브이티에스에서 선박을 탐지한 레이더 자료를 종합해 항로를 분석하는 게 기본인데, 해수부, 해경 등을 포함한 수사당국이 이를 몰랐을 리 없다. 레이더를 빼고 항적을 복원한 것은 항적의 불완전성을 자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항적 복원 과정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또다른 문제도 있다. 군이 탐지한 세월호의 항적이 8시3분부터 8시26분까지 무려 23분이나 비어 있기 때문이다. 군은 "세월호가 지나는 구간이 군 레이더가 탐지할 수 없는 음영구역이기 때문"이라는 해명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사라진 23분이 사고 원인과 직접 관련이 없다고 하더라도 연안을 지나는 6000톤급 여객선을 탐지하지 못하는 군 레이더의 성능을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세월호 항적 복원과 급변침 시각 확정은 진상규명의 첫걸음일 뿐이다. 향후 △급변침의 고의 또는 과실 여부 △선박자동식별장치 데이터 손실이 기기 결함인지 의도적 훼손인지 여부 △데이터의 송수신 시각, 군 레이더의 시각 등 각종 자료 불일치 이유 △조타기 및 브이티에스 기기 고장 여부 등이 차례로 규명돼야 한다. 해군, 해경, 해운업계 등 복수의 전문가들은 "급변침이 확인된 것만으로 기기 고장이나 조타수의 과실을 속단할 수 없다. 물체를 피하기 위한 급변침이나 충돌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사고 순간에 대한 좀더 정밀한 시뮬레이션과 재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어영 김규남 기자 haha@hani.co.kr, 자료분석 서규석 quixote7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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