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계모' 맨손 맨발 아동학대 살인죄 첫 적용

2014. 10. 16.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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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아동에게 어른 주먹·발은 흉기나 다름 없어"
피해자 변호인 "아동학대에 살인 고의 인정범위 넓어져"

재판부 "아동에게 어른 주먹·발은 흉기나 다름 없어"

피해자 변호인 "아동학대에 살인 고의 인정범위 넓어져"

(부산=연합뉴스) 조정호 기자 = 의붓딸을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울산 계모' 박모(41)씨의 항소심 결과는 재판부가 1심 판결을 뒤집고 살인죄를 인정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특히 흉기를 사용하지 않고 맨손 맨발로 아동을 학대하고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에서 처음으로 살인죄를 인정함으로써 아동학대 사건에 큰 획을 긋는 판결로 평가되고 있다.

부산고법 형사합의1부(구남수 부장판사)는 16일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박씨에게 살인죄를 적용해 징역 18년형을 선고했다.

1심과 마찬가지로 항소심에서도 살인죄 적용 여부가 최대 쟁점이었다.

1심 재판부는 고심 끝에 살인의 고의가 없다고 결론 내리고 상해치사죄를 적용, 징역 15년형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도 이 사건을 심리하면서 살인죄 인정 여부뿐만 아니라 양형까지도 상당히 고심했다.

결론은 "박씨가 자신의 폭행으로 의붓딸이 죽을 수 있다고 예견할 수 있었다"며 1심을 뒤집고 살인의 미필적 고의를 인정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박씨가 의붓딸에게 주먹과 발로 약 35분간 무자비하게 폭행을 가한 이후 얼굴에 핏기가 없어 창백해 보이는 피해자를 다시 주먹과 발로 피해자의 머리, 옆구리, 배, 다리 등을 폭행했다"며 "전문적인 의학지식이 없는 피고인이라고 하더라도 이 모습을 지켜보면 생명에 심각한 지장이 초래되었음을 충분히 인식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피고인이 자신의 폭행으로 피해자가 죽어가는 모습을 보고도 구호조치를 하기는커녕 더욱 흥분하여 피해자에게 계속 폭행을 가하였고, 결국 이를 견디지 못한 피해자가 바닥에 주저앉으며 쓰러지자 그제야 폭행을 멈춘 것으로 보인다고 재판부는 설명했다.

1심 재판부는 살인의 고의가 없다는 이유의 하나로 피고인이 마음만 먹으면 흉기나 위험한 물건을 사용할 수도 있지만 사건 당일 흉기나 위험한 물건을 사용해 피해자를 구타한 흔적이 없는 점을 들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비록 피해자를 폭행할 때 흉기 또는 위험한 도구를 사용하지는 않았으나, 뼈와 근육 등 신체가 온전히 발달하지 못한 7세 아동에게 성인의 주먹과 발은 흉기나 다름없다"며 "피고인이 집중적으로 공격한 피해자의 몸통 부위는 폐와 심장 등 생명을 유지하는 인체의 중요한 장기가 모여 있는 곳으로 어린이에게 몸통 부위에 대한 집중적인 공격은 매우 치명적이었음을 넉넉히 알 수 있다"고 살인의 고의가 있다는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항소심 재판부는 살인 이유와 관련, "피고인이 전남편과 이혼하고 그로 인한 가족들과 관계 단절, 동거인인 피해자 친아버지와 관계 등 자신의 처지에서 오는 스트레스와 울분을 표출하고 해소하는 방편으로 피해자를 지속적으로 잔혹하게 폭행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판결이 다른 아동학대 사건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울산 계모 사건 피해자 측 공동변호인단에 참여했던 황수철 변호사는 "흉기를 사용하면 당연히 살인죄를 적용하지만 맨손 맨발로 폭행해서 사망에 이르는 아동학대 사건은 지금까지 기계적으로 상해치사죄를 적용해 징역 3년 정도로 처벌해왔다"고 말했다.

황 변호사는 "'맨손 맨발 아동학대' 사건에 처음으로 살인죄를 인정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는 판결이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아동학대에 살인의 고의를 인정하는 범위가 넓어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함께 재판을 지켜본 아동학대 근절을 위한 시민모임 하늘소풍 공혜정 대표는 "아동학대 사건에 살인죄를 적용한 것은 의미있는 판결이지만 살인에 고의가 있고 엄중 처벌한다고 하면서 징역 18년을 선고해 법원의 양형기준이 미약한 것 같다"고 양형에 불만을 터뜨렸다.

정영태 부산고법 기획법관은 "재판부는 살인의 미필적고의를 인정했고 10년∼18년 6월인 양형기준에서 최고 범위인 18년형을 선고했다"고 설명했다.

c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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