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해철 닷새간 두 번의 퇴원, 누구의 뜻이었나

2014. 10. 3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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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토요판] 뉴스분석, 왜?

신해철 의료사고 의혹

▶ 30일 아침에 찾은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은 낯설게도 조문객 하나 없이 조용했습니다. 지금은 떠들썩하지만 언젠가는 잊혀지겠지요. 그래도 사회적 발언을 서슴지 않던 신해철씨는 세상을 떠나면서 우리에게 또다른 숙제를 안겼습니다. 유족과 병원이 말하는 진실은 엇갈립니다. 의료적 목적을 넘어서는 '과잉진료'와 환자를 짧게 보는 '5분 진료'가 횡행하고 의사와 환자의 불신은 깊어갑니다. 무엇이 진실이든 의료사고를 줄이기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할 때입니다.

그가 떠나자 말의 성찬이 시작됐다. 가수 신해철의 죽음은 그의 노래와 발언과 함께했던 한 세대에게 허탈과 허무를 안겼다. 에스엔에스(SNS)는 그의 노래와 발언과 함께했던 기억들로 가득 찼고, 그가 헤쳐온 1990~2000년대의 외로운 걸음이 뒤늦게나마 추앙됐다. 신해철은 갑작스럽게 숨졌다. 종합편성채널 제이티비시(JTBC)의 새 프로그램 <속사정쌀롱>의 진행을 맡아 첫 회 녹화를 마치고 10월23일 제작발표회를 앞둔 상태였다. 22일 '신해철이 심정지로 서울아산병원으로 이송됐다'는 소식이 언론을 타고 전해졌다. 닷새 뒤인 27일 저녁 8시19분 그는 세상을 떠났다. 사인은 '저산소 허혈성 뇌손상'이었다. 사람들은 죽음에 의문을 던졌다. 유가족과 소속사는 장례식을 치르면서 침묵을 지키는 가운데 증권가 정보지, 트위터의 발언 등 의혹을 제기하는 내용이 인터넷 뉴스로 전파됐고, 적어도 인터넷 공간에서 그의 죽음은 '의료과실'과 결부된 추리극이 되어가고 있었다.

발인 하루 전인 30일 저녁, 신해철씨의 유가족과 소속사는 그를 처음 치료한 서울 가락동 ㅅ병원에 대해 의료과실과 관련한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고인의 소속사인 '케이시에이(KCA)엔터테인먼트'는 이날 기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ㅅ병원 측은 조문은 고사하고 공식적인 사과조차도 없기에 그 울분은 더욱 커져만 갔다"며 "ㅅ병원을 상대로 민형사상 책임을 묻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중이 의혹을 제기한 의문이 법정에서 결론이 나게 된 것이다.

위 축소 성형술 정말 했는지가 열쇠

신해철씨 죽음의 원인을 밝혀내기 위해선 10월17일부터 22일까지 닷새 동안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가 핵심이다. 17일 고인은 ㅅ병원에서 장협착 수술을 받은 뒤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다가 22일 심정지로 쓰러져 서울아산병원으로 이송됐다. 강용호 케이시에이엔터테인먼트 실장은 "17일 위경련인 줄 알고 경기 분당의 한 대형병원에 갔으나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길어져 ㅅ병원으로 가게 됐다"고 말했다.

17일 ㅅ병원은 신해철씨에게 장협착 수술을 진행했다. 장협착은 장유착과 같이 오기도 한다. 장유착은 내장과 복막이 붙는 현상으로 개복수술 후유증으로 나타날 수 있다. 장이 강한 압박을 받으면 장유착은 장 구멍이 좁아지는 장협착으로 진행된다. 장 구멍이 완전히 막히면 장폐색이다. 이날 장협착 수술은 환자에게 부담이 덜한 복강경으로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장협착 수술은 일반적으로 개복수술을 하지만, 복부에 구멍을 뚫은 뒤 의료도구를 넣어 수술하는 복강경 수술로도 가능하다.

이튿날인 18일 신해철씨는 퇴원한다. 그러나 이틀 뒤인 20일 새벽 가슴과 복부 통증을 호소하며 이 병원 응급실로 이송된다. 간단한 처치 뒤 집에 돌아간 신해철씨는 이날 오후 다시 열을 동반한 통증으로 재입원했고 몇 가지 검사를 한 뒤 이튿날 퇴원한다. 22일 새벽 신해철씨는 다시 통증을 호소하며 같은 병원으로 이송돼 입원한다. 낮 12시께 그는 병실에서 심정지로 쓰러진 채 발견된다. 대학병원인 서울아산병원에 옮겨진 것은 이때였다. 서울아산병원 의료진은 장유착과 복막염 등을 확인하고 장 일부를 잘라냈다. 장을 잘라냈다면 장이 괴사했을 가능성이 크다. 일부 염증 물질은 횡격막(배와 가슴을 가르는 막)을 뚫고 심장에 염증을 일으킨 것으로 보였다.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가까워졌던 것이다. 그는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의료과실 여부를 가리는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장협착 수술 말고도 다른 수술을 추가로 받았는지, 둘째는 이 수술 뒤에 의료적 조처가 적절했는지다.

첫째, 유가족과 소속사 쪽은 ㅅ병원이 장협착 수술을 하면서 환자 동의 없이 고도비만 수술을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소속사 관계자는 30일 전화통화에서 "같이 있던 매니저의 증언에 따르면, 수술이 끝난 다음 의사로부터 나중에 위 축소 수술을 했다는 얘길 듣고 신해철이 화를 냈다고 한다. 보자기처럼 위를 접어 작게 만드는 수술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부인 윤원희씨도 이날 <연합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환자 동의 없이 수술을 했다며 남편이 화를 냈다고 밝혔다. 윤씨는 "주치의는 자기 판단에 필요할 것 같아서 수술을 했다는 식이었다. 남편은 너무 아프다고 통증을 호소했고, (심지어) 위를 접었으면 다시 펴는 수술을 해달라는 말도 했다"고 말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서울의 한 외과 전문의는 "환자 동의 없이 추가적으로 수술을 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 병원은 고도비만 수술을 전문적으로 하는 병원이다. 고인은 과거 이 병원 의사에게 고도비만 수술의 일종인 '위밴드 수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위와 식도의 경계부 1~2㎝ 아래를 실리콘 밴드로 묶어 식욕을 조절하는 위밴드 수술은 고도비만 환자에게만 시행돼야 한다. 신해철씨 쪽이 이번에 새롭게 받았다는 '보자기처럼 위를 접어 작게 만드는' 위 축소 성형술(위 주름 성형술)도 마찬가지다. 이 수술은 위의 일부를 접은 뒤 스테이플러로 봉합해 위를 작게 만든다. 작은 위 때문에 환자의 식욕이 줄어든다.

ㅅ병원은 기자들을 직접 응대하지 않고 고문 변호사에게 인터뷰를 넘겼다. 박진석 변호사(메디로 법률사무소)는 "원장님이 (언론에) 말한 대로 '장협착 박리술'을 시행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진료기록부를 봐야 안다. 환자 동의 없이 개인정보인 진료기록을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장협착'이 '심정지'되기까지닷새간 ㅅ병원에선 무슨 일이?가족 "동의없이 위 축소술 했다"병원 "장협착 수술만 했다"증상 지속됐는데 입퇴원 반복뇌부종 환자 보호자 없이 수술한1997년의 보라매병원사건환자 부인 나타나 퇴원 요구인공호흡기 떼자 5분만에 사망담당 의사에게 살인죄 선고해

'보라매병원 사건'이 보여주는 것

둘째, 17일 장협착 수술의 사후조처와 이어 생긴 후유증에 대한 응급조처가 적절했느냐 여부다. 신해철씨는 17일 장협착 수술 이튿날 바로 퇴원했다. 이례적인 일이다. 그리고 심정지가 일어난 22일 오후까지 닷새 동안 ㅅ병원을 세 번이나 드나들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외과 전문의들은 ㅅ병원이 수술 직후 신씨를 퇴원시킨 것이나 다시 찾았는데 돌려보낸 점, 대형 대학병원에 전원 조처를 하지 않은 점에 대해 의아해했다. 27일 서울의 한 외과 전문의가 말했다. "장협착 수술을 복강경으로 했더라도 2~3일 지켜보는 게 일반적이다. 이틀 뒤 열을 동반한 통증을 호소해 다시 병원에 돌아왔다면, 가장 가능성이 높은 상황은 세균 감염이다. 그렇다면 마땅히 입원시켜 고단위 항생제를 투입하면서 염증의 추이를 지켜보는 게 정석이다."

ㅅ병원이 수술 후유증으로 찾아온 환자를 굳이 두 번씩이나 퇴원시킨 이유는 무얼까. 수도권의 한 외과 전문의는 이렇게 추정했다. "의사와 환자 사이에 (치료 방식과 시기를 두고) 작은 타협들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번 사건은 스케줄 등을 조절하는 과정에서 툭 터졌을 수도 있다."

만약 환자가 의사의 지시를 따르지 않고 병원에서 나가려고 할 때, 의사는 이를 분명히 하기 위해 '의학적 권고에 반하는 퇴원'(DAMA: Discharge Against Medical Advice) 각서를 받는다. 이에 대한 책임을 환자가 감수하겠다는 각서다. 결과는 종종 비극적으로 끝난다. 이에 대한 판례는 사건마다 다르다. 1997년 12월 이른바 '보라매병원' 사건의 재판 결과는 의사에게 많은 책임을 요구한다.

'술에 취한 50대 남성이 시멘트 바닥에 머리를 찧고 서울 신대방동 보라매병원 응급실로 이송됐다. 뇌부종이 커지는 위급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의료진은 보호자 없이 9시간 수술을 마쳤다. 이튿날 나타난 환자의 부인은 자신의 동의 없이 수술했고 입원비를 감당할 수 없다며 환자를 퇴원시켜 달라고 요구한다. 막무가내로 달려드는 보호자의 요구에 의료진은 디에이엠에이 각서를 받고 환자를 앰뷸런스에 태워 집으로 옮겼다. 인공호흡기를 떼자 환자는 5분 만에 숨졌다. 2006년 대법원은 담당 전문의와 전공의에게 살인방조죄를 선고했다.'

극단적인 사례인 보라매병원 사건을 이번 사건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장협착과 뇌부종은 응급의 정도가 다른 점도 있다. 그러나 양쪽의 말은 미묘하게 엇갈린다. 신해철씨 소속사 관계자는 30일 "가족에게 전해 듣기로는 수술이 어려운 게 아니어서 이튿날 퇴원할 수 있다고 (병원으로부터) 들었다고 했다"고 말했다. 반면 ㅅ병원은 앞서 24일 낸 입장에서 "수술을 받은 뒤 의료사고를 당해 생명이 위독하게 됐다는 내용의 찌라시는 근거 없는 낭설"이라며 "환자 본인이 아무래도 연예인이라는 직업을 가진 만큼 병원 측에서 주의를 당부한 사항에 소홀했을 가능성은 있다"고 밝혔다.

ㅅ병원은 100병상의 입원실과 응급실, 각종 검사기기를 갖춘 종합병원으로, 고도비만 수술을 전문으로 내세우고 있다. 고도비만 수술은 외과적인 방법으로 위를 절개하거나 변형해 체중 감소 효과를 노린다. '위풍선, 위보톡스, 위밴드, 위소매절제술 등 비만의 모든 수술이 가능하다'고 이 병원은 홍보하고 있다. 이 병원 원장은 고도비만 수술과 관련한 한 학회의 회장을 맡았으며, '스타 의사'들이 벌이는 토크 프로그램인 제이티비시(JTBC) <닥터의 승부>에 출연해오다가 최근 논란이 불거지자 출연을 중단했다.

국내 대학병원의 약 3분의 1에서 고도비만센터를 설치해 관련 수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다이어트 열풍이 불면서 종합병원급의 시설을 갖춘 민간 전문병원도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런 병원이 서울에 다섯 곳, 지방에 두 곳이다. 고도비만 수술은 원칙적으로 체질량지수(BMI)가 지나치게 높은 환자에게 의료 목적으로만 시행돼야 한다. 건강보험급여에 포함되지 않아 정확한 통계자료는 없지만, 2013년 기준으로 고도비만 수술은 약 1600명이 받은 것으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약 20%가 수술 기준에서 벗어난 환자인 것으로 학계는 추정한다. 허윤석 대한비만대사외과학회 부회장(인하대병원 외과 교수)이 말했다.

"고도비만 수술은 중증질환인데도 보험급여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정확한 정부 통계가 없고 (다이어트 목적의 수술에 대해) 정부가 강력한 규제를 가할 수도 없는 실정입니다. 고도비만 수술 대상자는 사실 저소득 계층이 대부분이어서 보험급여가 시급한데, 이번 사건으로 다이어트 수술이라는 이미지만 더 굳어질까봐 걱정입니다."

31일 오전 신해철씨의 발인이 엄수됐다. 예정된 화장은 취소됐다. 소속사와 동료 연예인 이승철, 싸이, 윤종신 등은 이날 서울 원지동 서울추모공원 화장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고인의 시신 부검을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신씨의 부인인 윤씨는 이날 ㅅ병원에 대한 고소장을 서울 송파경찰서에 제출했고, 경찰은 이날 고소인 진술을 듣는 등 수사에 착수했다.

죽어서까지 소비되는 몸

신해철씨에 대한 추모 열기와 별개로 이번 사건은 연예인의 '죽은 몸'을 소비하는 우리 사회의 한 방식을 보여준다. 의료과실 의혹으로 시작된 그에 대한 몸의 탐구는 과잉으로 치달았다. 신해철이 2009년 받은 다이어트 수술은? 그의 키는? 몸무게는?… 인터넷에서는 위밴드 수술에 이어 담낭염 수술이 검색어로 떠올랐다. 장협착의 원인이 위밴드 수술에서 담낭염 수술로 추정되면서다. 네이버 뉴스에서 '신해철 의료과실'로 검색하면, 고인이 쓰러진 22일부터 30일 유가족이 법적 대응 뜻을 밝히기 전까지 모두 692건의 기사가 쓰였다. 확인되지 않은 신씨의 수술 내용이 '증권가 정보지에 따르면'이라는 외피를 둘러 소개됐고, 고인의 옛 동료인 가수 신대철이 ㅅ병원에 '복수'를 경고하는 트위터 멘션,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고인의 사망 원인을 개인적으로 추정한 글도 인터넷 뉴스로 갈무리되어 유통됐다. 환자의 질환과 진료 내용은 엄격한 의미에서 개인정보에 해당한다.

우리는 연예인의 몸을 통해 추함을 느끼지 않으려고 한다. 갑자기 심정지를 일으키고 사라진 그의 몸을 통해서도 우리는 우리의 몸을 투사한다. 거기에는 아름다움에 대한 욕망, 욕망의 실현에 따르는 위험, 이윤을 추구하는 의료산업, 의사에 대한 불신 등이 난마처럼 얽혀 있다. 어쩌면 연예인은 다이어트 권하는 사회의 시제품이자 가장 큰 피해자인지 모른다. 이런 점에서 고인이 트위터를 통해 대중에게 남긴 마지막 말은 참 아이러니하다.

'다요트(다이어트) 3주간, 1주 프로그램 종료'.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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