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고공농성..이번엔 서울 한복판 케이블 노동자

2014. 11. 12.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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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씨앤앰 협력업체 강성덕·임정균씨 대형 전광판 올라

"비정규직 109명 해고, C&M과 MBK가 책임져라"

이 시대 노동의 특징은 노동자가 어딘가를 향해 끊임없이 기어오른다는 사실이다. 억울한 일을 당했는데도 말문은 막혀 있고 귀 기울이는 이 없을 때 노동자는 오른다. 그것이 크레인이건 고압송전탑이건 광고판이건, 어딘가에 올랐을 때라야 지상에 있는 이들이 그나마 귀를 조금 연다.

2011년 1월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부산 영도의 한진중공업 85호 크레인에 올라 309일을 버틴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 2012년 10월 사내하청 노동자의 불법파견을 인정하고 정규직으로 전환시키라며 울산 현대자동차 공장 앞 고압송전탑에 올라 296일 동안 농성을 벌인 최병승·천의봉씨, 2009년 경찰의 무자비한 진압 속에 묻혀버린 정리해고의 진실을 찾아 2012년 12월 경기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 부근 고압송전탑에 오른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해고자 한상균·문기주·복기성씨, 노무법인 창조컨설팅의 지휘 아래 노조를 강경하게 탄압한 회사를 처벌해달라며 2013년 10월 충북 옥천 경부고속도로 옆 광고탑에 올랐다 259일 만에 내려온 이정훈 금속노조 유성기업 영동지회장…. 끝이 없다. 회사 분할 매각에 반대하며 지난 5월 경북 구미 공장 굴뚝에 오른 스타케미칼 차광호씨는 11일로 고공농성 170일을 넘겼다.

12일 노동자 두 명이 농성을 하러 하늘로 올라갔다. 이번에는 서울시내 한복판이다. 씨앤앰(C&M) 협력업체에서 케이블 설치·수리 노동자로 일하는 강성덕(35)씨와 임정균(38)씨는 12일 오전 9시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옆 20m 높이의 대형 전광판에 올라 무기한 농성에 들어갔다. 서울시내에서 노동자가 고공농성에 들어간 건 재능교육 해고자 여민희·오수영씨가 해고자 원직복직과 단체협약 원상회복을 요구하며 202일 동안 혜화동 성당 종탑에서 농성하다 지난해 8월 내려온 뒤 15달 만이다.

강씨와 임씨는 이날 고공농성에 들어가자마자 전광판에 대형 펼침막을 내걸었다. "비정규직 109명 대량해고, 씨앤앰과 대주주 엠비케이(MBK)가 책임져라" 등의 문구가 적혀 있다. 수도권에서 가장 큰 종합유선방송사업자인 씨앤앰이 지난 여름 협력업체를 바꾸는 과정에서 새 협력업체가 고용승계를 거부해 해고당한 노동자, 협력업체와 개인도급 계약을 맺고 있다가 계약연장을 거부하는 바람에 졸지에 실업자가 된 노동자 등 109명을 원직복직시키라는 게 이들의 요구다. 농성자 가운데 강씨도 당시 해고됐다.

해고된 이들은 공교롭게도 모두 노조원이어서 그동안 회사 쪽의 노조 탄압 의혹이 일었다.

아이 셋의 아빠이기도 한 임씨는 해고당하지 않았는데도 고공농성에 나선 이유와 관련해, 이날 부인한테 남긴 편지( ▶ 편지 전문)에서 "그사람들(해고자)과 얘기하며 느낀 건데, 회사에 대한 원망보다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배신당한 것 같대. 젊은 시절 회사를 위해서 누구보다 잘 하고 열심히 하려고 노력도 하고 했는데, 이제는 별로 필요없어서 버려진 것 같다고 많이들 아파해. … 해고 대오 사람들과 만나면 내가 죄인이 된 것 같아"라며 말없이 고공농성에 들어간 자신을 이해해달라고 적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 임정균씨가 부인에게 보낸 편지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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