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아들 다닐 학교 수업 참관했을 뿐인데.. 시각장애 아들 둔 엄마의 죽음

2014. 12. 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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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아들 다닐 초교 수업 참관했다

'공문도 없이 어떻게 들어갔느냐'

장학사로부터 '추궁' 전화받아

'억울하다' 말 남기고 목숨끊어

조사결과 '공문 송수신' 확인돼

7살 시각장애(3급) 아들의 엄마가 아들이 내년 입학할 초등학교를 미리 둘러본 일로 교육청의 경위 파악 전화를 받고 이튿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공문 한 장이 부른 비극이었다.

울산 북구에 사는 김아무개(35)씨는 지난 2일 오전 10시 아들이 배정받은 초등학교가 어떤 곳이고 어떻게 수업이 진행되는지 미리 알아보기 위해 1시간가량 학교를 둘러봤다. 그는 학교 방문 직후 울산 강북교육지원청 담당 장학사로부터 사전에 공문도 보내지 않고 어떻게 학교에 들어가게 됐는지 따져 묻는 듯한 전화를 받고는 무척 억울해하며 울분을 참지 못했다고 가족이 전했다.

김씨의 이날 초등학교 방문은 취학을 앞둔 장애 어린이를 위한 초등학교 적응훈련 프로그램으로, 울산시 육아종합지원센터가 사전에 학교 쪽에 방문 요청 공문을 팩스로 보냈다. 육아종합지원센터에서 장애 학생을 지도하는 특수교사와 김씨 아들이 다니는 어린이집 특수교사가 동행했다. 또 방문 전날 김씨가 초등학교 특수교사에게 전화해 방문 계획을 알렸고, 학교를 방문해서는 이 특수교사의 안내로 장애아 특수반 수업을 참관했다. 김씨 아들처럼 시력이 매우 약한 학생들이 볼 수 있게 특별 제작된 교과서도 받아왔다.

이날 오전 11시께 학교 방문을 마친 김씨는 오전 11시17분과 오후 2시20분께 잇따라 교육지원청 장학사로부터 학교 방문 경위를 묻는 전화를 받았다. 김씨의 학교 방문에 동행했던 이들은 "김씨가 '사전 공문과 전화 등을 통해 정당하게 학교를 방문했다'고 해명해도 담당 장학사가 '학교에선 공문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한다'며 김씨가 외부인에게 노출되기를 꺼리는 장애 학생들이 공부하는 특수반 교실에 함부로 들어가 수업을 보고 교과서를 갖고 나온 듯이 따져 몹시 억울해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2일 저녁 남편 최아무개(39·회사원)씨와 함께 집에서 술을 마시다 남편이 먼저 잠든 사이 3일 아침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집에서 발견됐다. 최씨는 "술을 마시며 아내는 '억울하고 분해서 못 살겠다' '내가 죽거든 꼭 누명을 벗겨달라'고 했다. 술김에 한 말로 대수롭지 않게 들었는데 이런 선택을 할 줄은 몰랐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에 대해 교육지원청 담당 장학사는 "교육행정을 하는 위치에서 해당 초등학교로부터 '신분 확인도 안 된 사람들이 신상 보호가 필요한 장애아들의 특수반 수업을 보고 갔다'는 보고를 받고 경위를 알아보기 위해 (김씨에게) 전화했을 뿐 추궁 같은 것은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특수반 수업 참관은 사전에 해당 학교 교감·교장과 사전 협의가 필요하다. 학교 쪽이 받지 못했다고 주장하는 육아종합지원센터의 방문 요청 공문은 김씨가 숨진 뒤 지난 3일 경찰 조사 과정에서 학교 팩스의 송수신 이력에서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울산/신동명 기자 tms1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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