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유출 8년..생태계 복원되는 태안

원호섭 2015. 6. 10.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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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2~3년 후부터 사라졌던 새우·게 돌아와물놀이·낚시 즐기려는 인파 다시 바다로 몰려
8년 전 기름 유출 악몽 이겨낸 태안 해변.
2010년 이후 수년 동안 멕시코 걸프해 남쪽 해안에서 1300마리의 돌고래가 떼죽음을 당한 채 발견됐다. 지난 5년간 과학자들은 돌고래의 떼죽음 원인을 과학적으로 밝히기 위해 노력해 왔다. 결국 지난달 말 미국 연구진이 원인을 밝혀냈다. 석유였다.

미국국립해양포유류재단과 미국 일리노이대 어바나섐페인캠퍼스 등 공동 연구진은 멕시코만 북부에서 발생한 돌고래 떼죽음의 원인이 2010년 4월 영국의 석유업체 BP의 원유 유출 사건 때문이라고 밝혔다.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인 '플로스원' 최신호에 게재됐다.

이와 관련해 성균관대 생명과학과 이재성 교수와 원은지 연구원은 간단한 실험을 진행했다. 유리 수조에 바닷물을 담고 2007년 태안에서 발생한 허베이스피리트 사고에서 유출된 '이란산 원유'를 섞은 뒤 파도와 같은 흔들림을 줬다. 이후 기름을 완전히 걷어냈다. 바닷물은 평소와 같아 보였다. 하지만 이 해수에 동물플랑크톤과 바다 퇴적물에 살고 있는 갯지렁이를 넣은 뒤 유전자를 분석하자 유기오염물질의 체내 대사와 산화 스트레스에 관련된 유전자가 발현됐다. 이재성 교수는 "독성물질에 노출됐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기름을 거둬낸 해수에서는 동물플랑크톤이 성체로 자라나는 시기가 3~4일 정도 지연됐으며 성체가 낳는 유생의 개체도 7개에서 4개로 줄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기름에 오염된 바다 생태계가 회복되는 데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할까. 태안은 해수욕을 즐기거나 어류를 섭취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로 회복됐다. 8년 동안 이를 추적해온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연구진의 분석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왔다. 연구진에 따르면 회복 징후는 사건 발생 2~3년 뒤부터 나타나기 시작했으며 사라졌던 새우와 게를 포함한 어류도 개체수가 늘어나고 있다. 국외에서는 10~20년 동안 유출된 기름이 영향을 미치지만 태안은 습지가 적고 모래와 자갈이 많아 빨리 정화됐다는 설명이다. 사고 한 달 안에 120만명의 자원봉사자들이 태안을 찾아 기름을 제거한 것도 큰 도움이 됐다. 심원준 해양과기원 남해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많은 사람들이 한번에 해안에 들어가 기름을 닦으면서 생태계에 미치는 문제도 있었겠지만 땅속으로 흘러들어가는 잔존기름을 제거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며 "태안에서 물놀이나 낚시를 마음껏 즐겨도 된다"고 말했다.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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