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스트 뜻은 '여성에 친절한 남자' 국립국어원 '바뀐 뜻풀이'에도 그대로
국립국어원이 최근 ‘페미니즘’과 ‘페미니스트’ 두 단어의 표준국어대사전 뜻풀이를 바꿨다. 그러나 당초 개정 의견을 냈던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여성계는 이전과 별반 달라진 것이 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국어원은 지난 15일 두 단어의 뜻풀이를 바꿔 웹사이트에 올렸다. ‘페미니즘’을 ‘사회·정치·법률 면에서 여성에 대한 권리의 확장을 주장하는 주의’에서 ‘성별로 인해 발생하는 정치·경제·사회 문화적 차이를 없애야 한다는 견해’로 바꿔 풀이했다. ‘페미니스트’는 ‘① 여권신장 또는 남녀평등을 주장하는 사람 ② 여성을 숭배하는 사람. 또는 여자에게 친절한 남자’에서 ‘① 페미니즘을 따르거나 주장하는 사람 ② 여자에게 친절한 남자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고쳤다.
여성계는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반발했다. 페미니스트 뜻풀이에 ‘여자에게 친절한 남자’가 그대로 남은 것에 대한 비판이 특히 거세다. 여성연합 추천으로 국어원 회의에 자문차 참석한 중앙대 사회학과 이나영 교수는 “국어원이 1970~1990년대 신문기사를 근거로 들면서 용례가 있다는 입장만 되풀이했다”면서 “시대가 변했다고 계속해서 지적했지만 통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국어원의 바꾼 뜻풀이에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한 이용자는 “여자에게 친절한 남자라는 용례 자체가 오해에서 나온 것인데 이를 그대로 싣는다면 사전의 역할을 포기한 것 아닌가”라고 적었다. 또 다른 이용자는 “국어원에 따르면 페미니스트조차 남자만 될 수 있다”고 적었다.
여성연합은 지난 1월 두 단어의 정의가 잘못됐다며 개정을 요구하는 의견서를 냈다.
터키에서 잠적한 이후 ‘이슬람국가’(IS)에 가담한 것으로 알려진 김모군이 SNS에 ‘페미니스트가 싫다’는 글을 올려 논란이 되던 때다. 당시 여성연합 관계자는 “김군의 메시지로 페미니스트가 포털 검색어 상위권에 오르는 등 관심이 집중됐으나 표준국어대사전의 정의에 한계가 있어 이 같은 의견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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