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의 일깨움'..한국식 병문안 문화 대변화 조짐
명찰 달기, 명부·방명록 작성 등 병원 면회 통제
병원 "메르스 파장 컸던 만큼 국민 협조 기대"
(전국종합=연합뉴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충격을 계기로 미풍양속으로 여겨진 우리의 '병문안 문화'가 확 바뀌고 있다.
상당수 대형 병원이 '환자 1명당 간병 보호자 1명'이라는 원칙을 세웠다. 메르스 확산 이후 감염병 예방을 위해 면회객을 통제하려는 조치다.
일부 면회객은 병원 통제에 불만을 터뜨리지만, 대부분은 수긍하는 듯하다.
메르스가 병원에서 급속도로 퍼진 것으로 확인되면서 우리의 병문안 문화가 감염병 확산의 주원인일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한 덕분이다.
서울 지역 대형 병원들은 대부분 메르스가 전국으로 퍼지기 시작한 지난달 초부터 병실 면회를 제한했다.
강남 세브란스병원은 간병을 담당하는 보호자 1명 외에는 면회객의 병실·응급실 방문을 사절한다.
이 병원 관계자는 3일 "초기에는 화를 내며 방문 제한 표지판을 찢는 면회객도 있었지만, 지금은 메르스 우려 때문인지 통제에 잘 응해 준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이나 강북삼성병원, 서울성모병원, 고려대 안암병원 등 대형 병원도 면회 시간을 정하고 문병객은 1명으로 제한했다.
지방의 대형 병원도 중환자실이나 응급실에만 적용한 면회 규칙을 일반 병실로 확대했다.
통제 방법도 출입증 발부, 명찰 달기, 방명록 작성 등 다양하다.
단국대 천안병원은 지난달 18일부터 출입증을 발급받은 보호자 1명에 한해 면회를 허용한다.
수원 아주대병원과 충북대병원, 경북대병원, 부산 고신대병원은 면회객에게 명찰을 나눠줬다가 회수한 뒤, 다음 면회객에게 넘겨주는 식으로 병실 방문을 관리한다.
강원 원주 세브란스기독병원과 울산대병원 인천 길병원, 제주대병원은 면회객의 이름과 연락처, 방문 목적 등을 기록하는 방명록을 운영한다.
면회객을 쉽게 통제할 수 있는데다 메르스 같은 감염병이 다시 확산하는 사태가 발생할 때 역학 조사를 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병원들은 면회객 제한·통제가 메르스 사태 진정에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판단한다. 하지만, 이런 조치를 언제까지 유지하느냐를 놓고 고심한다.
이렇다 할 감염병이 없는데도 면회객을 계속 통제하면 불만이 커질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메르스 사태가 종식되더라도 당장 면회객 통제를 푸는 것이 옳지 않다는 시각도 적잖다.
간병인 제도가 보편화한 상황이므로 감염병을 엄격히 통제해야 한다는 인식이 자리 잡으면서 차제에 병문안 문화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기 때문이다.
대형 병원들을 중심으로 메르스 종식 후 면회객 통제 해제 여부를 검토 중이라거나 병원협회의 결정에 따르겠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지만, 통제 조치를 유지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분당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단체 문병을 당연하게 여기는 게 지금의 문화지만 국민 스스로 자제할 필요가 있다"며 "앞으로 면회 방법을 개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키웠다.
미국과 영국, 독일 등 주요 선진국은 간호사 중심의 간병 체계가 자리 잡으면서 가족과 보호자의 병문안 시간을 엄격히 제한한다.
우르르 몰려가 환자를 위로하는 한국의 병원·병실 문화와는 크게 비교되는 모습이다.
충북대병원 관계자는 "메르스가 종식된 이후 국민 정서상 면회 통제가 제대로 이뤄질지 걱정이지만 개선책은 필요하다"며 "메르스 사태에 따른 파장이 컸던 만큼 면회 통제에 협조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대희, 김소연, 이정훈, 이영주, 임보연, 김용태, 한무선, 최영수, 신민재, 김형우, 차근호, 변지철, 심규석)
k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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