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검정고시는 '내신 경쟁의 탈출구'?

최홍열 기자 2015. 7. 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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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고·특목高서 내신 불리하자 자퇴하고 수능·논술 공부 집중 검정고시 새내기 7년새 37% 늘어

지방의 비평준화 고등학교에 다니던 김모(18)군은 1학년 말 자퇴를 하고 검정고시를 거쳐 올해 서울의 4년제 대학에 진학했다. 김군은 "모의고사는 전국 5% 성적이 나오는데 내신 성적은 4~5등급에 그쳐 자퇴하고 학원에서 수학능력시험을 준비했다"며 "고등학교 졸업장을 포기하는 게 마음에 걸렸지만 내 실력을 최대한 발휘하기 위한 선택이었다"고 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않은 검정고시 출신 대학 신입생들이 늘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4년제 일반대학(교육대학·산업대학 포함) 신입생 37만804명 중 검정고시 출신은 5518명으로, 2007년(총원 37만295명) 4020명에 비해 37% 증가했다. 전체 입학생 중 차지하는 비율도 1.1%에서 1.5% 가까이 늘었다.

김경애 한국교육개발원 초·중등교육연구실 연구위원은 "4년제 대학 신입생은 2011년 38만1663명을 정점으로 매년 줄어들고 있는 데 비해, 검정고시 출신 신입생은 꾸준한 증가세"라며, "이들은 입시학원, 대안학교, 홈스쿨링 등을 거치거나 외국 유학에서 돌아와 검정고시를 거쳐 대학에 진학하고 있다"고 했다.

최근 대학입시 경향은 내신성적을 중시하는 수시 비율이 70% 정도까지 늘어 검정고시 출신이 응시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드는 추세지만, 검정고시 문을 두드리는 수험생들은 늘고 있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검정고시 출신은 수시 전형 중 학생부가 필요 없는 논술과, 수능 위주의 정시 전형으로 기회가 제한되지만, 중상위권 주요 대학들은 논술 선발에 큰 비중을 두는 등 실력만 있으면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놓고 있다"며 "특히 외고·과학고 등 특목고나 비평준화 학교의 학생들은 내신이 불리할 경우 자퇴한 후 검정고시를 통해 대입에 도전할 수 있다는 유혹을 받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그는 "최근 몇 년 사이 우수한 학생들이 많이 몰리는 자사고가 늘어나면서 내신이 불리하게 된 학생들이 많아진 것도 검정고시 응시생 증가에 한몫을 했다"고 했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이사는 "내신이 불리해 자퇴한 학생들은 논술과 수능 준비에만 전념하면 되기 때문에 더 효율적으로 준비할 수도 있다. 학원도 많고 인터넷 강의 시스템이 잘되어 있는 것도 검정고시 출신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했다.

이 이사는 또 "예술이나 과학 등의 방면에서 자신의 꿈을 키우려는 학생들이 일반고에 진학하지 않거나 중간에 자퇴해 대안학교를 거쳐 대학에 진학하는 사례도 많아지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교육계에서는 "원래 경제 형편 등으로 공부의 때를 놓친 만학도들을 위해 도입된 검정고시가 대학 입시에서 불리한 내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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