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어서 해외로 휴가가요"..'국내 휴가' 안먹히는 이유

이재윤 기자 2015. 8. 4. 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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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이재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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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3년째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정슬기씨(27·가명)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해외에서 여름휴가를 보내기로 했다. 국내여행에서 휴가를 보낼까도 생각했지만 1년에 한번뿐인 휴가인데 아쉬운 생각도 들고, 주변에서도 해외를 추천한다.

무엇보다 금전적인 면에서도 해외로 가는 편이 오히려 더 저렴해 보였다. 휴가일정이 급하게 잡히면서 3박4일 일정으로 인터넷을 뒤졌다. 우선 일본 오사카를 자유여행으로 간다면, 왕복 항공료는 1인당 25만~30만원. 호텔도 2~3성급에 1박에 6~8만원이면 해결이 가능했다. 10만원 가량이면 4성급 호텔까지 가능했다. 체류비는 하루 8~10만원으로 정해 경비는 1인당 70만~90만원.

반면 같은 날짜에 제주도를 알아보니 항공료는 5~10만원 안팎으로 절반가량이었지만 비슷한 호텔 숙박비가 10만원을 훌쩍 넘었고, 눈을 낮춰 봐도 6~8만원 선이었다. 체류비도 휴양지임을 고려하면 일본과 크게 다르지 않아 3박 4일 경비는 비슷했다. 10만원 가량의 항공료만 부담하면 국내가 아닌 일본에서 여름휴가를 보낼 수 있는 셈이었다.

8월 본격 휴가철을 맞아 해외에서 여름휴가를 보내려는 이들이 증가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내와 비슷하거나 비교적 저렴한 금액대로 해외여행을 즐길 수 있게 되면서 해외로 떠나려는 젊은층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정부는 지역경제 활성화 등을 목적으로 국내 휴가를 당부하고 있지만 '애국심'에만 호소할 뿐인 탓에 휴가철 북적이는 인파와 바가지 요금을 꺼리는 여행자들의 구미를 당기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돈 없어서 해외로(?)…저렴한 해외로 떠나는 2030

국내여행과 비슷한 금액대로 여름휴가를 보낼 수 있는 해외여행이 직장인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전통적으로 물가가 싼 휴가지로 꼽히는 중국, 동남아 등으로 향하는 발길이 꾸준하고, 엔저 현상으로 일본의 체감 물가도 낮아졌기 때문이다. 저가항공 프로모션 등으로 항공료도 저렴해지고 있다. 저유가로 항공권 유류할증료가 폭락한데다 일부 외국 저비용항공사(LCC)는 유류할증료를 아예 폐지한 경우도 많다.

한 대형 여행사 관계자는 "항공편만 저렴하게 확보하면 제주 등의 국내보다 일본이나 중국 등을 저렴하게 다녀올 수 있다"며 "같은 등급 호텔이나 서비스를 비교해도 제주에 비해 중국은 2분의 1, 일본에 비해 20~30%가량 싸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여행을 하며 체감할 수밖에 없는 '교통체증'과 '바가지요금' 등도 해외로 눈길을 돌리는 이유다. 지난해 전국경제인연합이 '휴가특성에 관한 조사'를 실시한 결과, 국내 여행지의 불편사항(복수응답)으로는 도로·교통불편(37.8%)과 바가지요금(32.1%), 공중화장실 부족·청결불량(20.8%), 숙박시설 부족·시설불량(17.7%) 등이 꼽혔다.

◇정부는 여전히 '애국심'…떠나는 젊은이들

여행객들을 국내에 붙잡아 두고자 정부와 각 지자체마다 캠페인을 벌이며 안간힘을 쓰고 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까지 국내 여행을 떠나 SNS에 글을 올리며 캠페인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전경련 조사 결과, 해외에서 휴가를 보낸 응답자들은 그 이유로 '국내관광보다 체험할 것이 더 많아서'(63.4%)를 꼽았다. 같거나 비슷한 값이면 해외를 선호하는 젊은이들의 발길을 돌리기 힘든 이유다.

실제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21~30세 내국인 출국자는 지난해 249만443명으로 2009년 163만5335명 이후 50%가량 급증했다. 올해 역시 6월 말까지 138만70명이 해외로 여행을 떠나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2만8000명) 증가했다. 전 연령대의 해외 여행객 역시 2009년 949만명에서 2011년 1269만명, 2013년 1485만명, 지난해는 1608만명으로 늘어났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메르스 사태 등으로 침체된 내수를 활성화시키고자 발길을 되돌리기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연택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단순히 애국심과 경제 살리기에만 호소하는 것은 효과가 적을 뿐 아니라 단기적인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또 "국내는 각 지역별로 특색없이 비슷한 모습의 여행지만 있다"며 "중앙정부와 지자체 등이 협력해 새로운 컨텐츠를 개발하고 생활과 관광이 융합된 여행지를 만드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윤 기자 트위터 계정 @mton16]

이재윤 기자 m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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