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아 수는 줄었는데도 출산율 증가 '기현상' 왜?.. 가임여성 빠른 감소 탓, 저출산 새 국면

권기석 기자 2015. 8. 27. 0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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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첫 '디커플링 현상' 경고등
1980년대 산아제한 포스터.

지난해 출산 통계에서 합계출산율과 출생아 수가 처음으로 ‘디커플링’(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임) 현상을 나타냈다. 출산율이 높아지면 출생아 수도 늘어나는 게 통상적인데 지난해는 출산율이 증가했음에도 출생아 수는 오히려 줄었다. 인구 전문가들은 “처음 보는 출산 통계 현상”이라며 이유를 가임여성 인구 자체의 감소에서 찾고 있다. 저출산 문제가 단순히 출산율만을 높여서는 극복하기 힘든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통계청이 25일 발표한 ‘2014년 출생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1.205명으로 전년에 비해 0.02명 증가했다. 반면 출생아 수는 43만5400명으로 0.2% 감소했다. 이처럼 합계출산율과 출생아 수가 서로 다르게 움직인 것은 전례를 찾기 어렵다. 2013년에는 합계출산율과 출생아 수가 모두 감소했고, 2010∼2012년에는 모두 증가했다.

출산율이 높아졌어도 출생아 수가 줄어든 이유는 가임여성이 줄었기 때문이다. 윤연옥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26일 “출산율 계산에서 분모에 해당하는 가임여성 모집단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신생아가 줄어든 것보다 가임여성이 더 많이 줄어 출산율이 높아졌다는 얘기다. 15∼49세 가임여성 인구는 2004∼2013년 1300만명대를 유지하다 지난해 1200만명대(1290만명)로 내려앉았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가임여성 감소를 “인구학적으로 심각한 상황”이라고 보고 있다. 이삼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태어나는 아이보다 아이를 낳아야 하는 엄마 수가 더 빠른 속도로 줄고 있다는 뜻”이라며 “출산율을 현재 수준으로 유지하거나 약간만 올려서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가임여성이 줄어드는 현상이 지금 본격화하는 이유는 과거에서 찾아야 한다. 1980년대의 근시안적 산아제한정책이 30여년이 지난 현재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1983년 출산율이 2.06명이 됐고 84년부터는 1명대로 떨어졌지만 정부는 산아제한 정책을 계속해 그 뒤 태어나는 아이의 숫자가 급감했다. 잘못된 정책의 레거시(유산)가 지금 발현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부는 1980년대 중반부터 가족계획을 ‘둘만 낳자’에서 ‘하나만 낳자’로 더 강력히 실시했다.

그 결과로 나타난 가임여성 통계를 보면 2009년의 25∼29세 여성(1980∼1984년생)은 193만9000명으로 2004∼2008년(190만명대)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2014년의 25∼29세 여성(1985∼1989년생)은 151만7000명으로 2009년에 비해 40만명 넘게 줄었다. 통계청 윤 과장은 “특히 1980년대 중반부터 20년간은 남아선호 사상으로 신생아 성비불균형이 최고조였던 시기”라면서 “산아제한정책으로 전체 인구가 줄었지만 여성 인구는 더 줄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출산율을 높이는 것보다 연간 출생아를 현 수준인 40만명대로 유지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다음달 공청회를 거쳐 10월 발표할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매우 강력하고 획기적인 출산정책이 나오지 않는 한 출생아 감소 현상을 막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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