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독주스로 창업 1년만에 매출 20억 원 "청년 위한 소셜프랜차이즈 만들 것"

정혜선|손인수 이로운넷에디터| 벼리커뮤니케이션책임에디터 2015. 11. 7.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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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머니, 우리 동네 히든챔피언]<7>서울 강남구 소셜벤처 '머시주스' 창업자 문정한 대표

[머니투데이 정혜선 이로운넷에디터, 손인수 벼리커뮤니케이션책임에디터] [편집자주] 나랏님도 풀지 못한다는 숙제를 척척 해결해 나가는 이웃들이 있다. 돈벌기는 기본! 우리 동네에 일자리를 만들고 어려운 이웃을 돕고 환경을 지키는 착한 기업들이다. 이들이야말로 진정한 ‘히든 챔피언’ 즉 대중한테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시장을 이끄는 우량기업의 새로운 모델이 아닐까? 머니투데이는 미디어 사회공헌의 일환으로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글쓰기 사회적기업 이로운넷과 공동으로 '우리 동네 히든챔피언'을 발굴해 그들의 활약을 소개한다. 더 자세한 인터뷰 내용은 서울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 블로그(sehub.blog.me)와 뉴스레터 '세모편지'를 통해서 볼 수 있다.

[[쿨머니, 우리 동네 히든챔피언]<7>서울 강남구 소셜벤처 ‘머시주스’ 창업자 문정한 대표]

“20대 후반 처음 창업해 쓴맛을 봤습니다. 그러나 그 쓴맛이 성공의 자양분이 됐죠. 이제 창업을 꿈꾸는 청년들이 저와 같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소셜 프랜차이즈 방식으로 지원할 겁니다.”

문정한 머시주스 대표(35)는 창업 1년여 만에 많은 것을 이뤄냈다. 지난해 6월 2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에 첫 점포를 낸 소셜벤처 머시주스(www.mercyjuice.com)는 이제 오프라인 매장 5개와 자체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는 어엿한 기업으로 성장했다. 직원은 60명으로 늘었다. 매출은 1년여 만에 20억 원을 넘어섰다. 문 대표는 창업 2년이 되는 2016년 6월쯤에는 연 매출이 30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문 대표의 다음 목표는 매출 100억 원 달성이나 점포 확장? 아니다. 그는 자본금이 없어 망설이고 있는 청년 창업가를 지원하는 한국형 ‘소셜프랜차이즈’를 만들 계획이다. 그가 만든다는 소셜프랜차이즈는 뭘까. 왜 이런 꿈을 품게 됐을까.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에 자리잡은 머시주스의 첫 점포 겸 본사를 찾아갔다.

소셜벤처 '머시주스'는 2014년 6월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에 첫 점포를 낸 이후 1년여만에 매출 20억원을 달성했다.

◇ 3000만원으로 시작해 창업 3개월 만에 백화점 입점패션의 거리로 유명한 가로수길 골목을 걷다 보면 신구초등학교 앞 수많은 커피숍 사이로 알록달록한 과일주스가 진열된 머시주스 점포를 만나게 된다. 빨강, 노랑, 초록 색깔에 이끌려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서면 익숙한 커피 향 대신 상큼한 생과일 향이 반긴다.

얼핏 보면 여느 생과일주스가게와 다를 게 없어 보이지만, ‘딸기 주스’나 ‘키위 주스’대신 ‘레인보우 스퀴즈’와 ‘그린 스퀴즈’라는 낯선 단어가 적힌 메뉴판부터 심상치 않다. 레인보우 스퀴즈는 생과일기반으로 영양소를 공급해주는 음료이며, 그린 스퀴즈는 채소로 만든 몸을 깨끗이 정화해주는 음료다. 맛이 다르다. 식품첨가제를 전혀 넣지 않아 과일과 채소의 새콤달콤함이 입안으로 그대로 전해진다.

문 대표는 해독 주스라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자비를 뜻하는 ‘머시(mercy)’를 브랜드로 정했다고 한다. 여기에는 ‘몸에 자비를 베풀자’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소셜벤처 '머시주스'는 2014년 6월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에 첫 점포를 낸 이후 1년여만에 매출 20억원을 달성했다.

그가 처음부터 창업 아이템으로 해독 주스를 염두에 둔 것은 아니었다. 원래는 스무디바를 열 계획이었다. 시장조사를 한 후 그는 국내 스무디 시장이 협소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이제 막 시장이 형성된 착즙 주스로 눈을 돌렸다.

이 아이디어로 2013년 6월, 그는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에서 개최하는 소셜벤처경연대회에 참가했다. 소셜벤처는 벤처기업처럼 혁신을 통해 사회 문제를 해소하는 창업기업을 말한다. 그는 영세농가의 과일과 채소를 직거래로 구매해 농촌경제를 활성화하고 소셜 프랜차이징 방식의 청년창업을 지원하겠다는 포부를 창업기획에 담았다.

대회는 경쟁이 치열했다. 창업부문에만 255개 팀이 참가했고, 이중 10개 팀이 선정됐다. 문 대표의 착즙주스 아이디어는 입상명단에 들지 못했으나, ‘2014년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대상자’에 선정돼 창업할 기회를 얻었다.

2014년 2월, 문 대표는 청년 사회적 기업가 지원센터인 사단법인 씨즈에 입주하면서 본격적인 창업 준비에 들어갔다. 머시주스는 창업육성 자금으로 3000만 원을 지원 받아 기업의 심볼과 패키지, 홍보인쇄물을 차례로 완성해 나갔다.

이때 가장 크게 고민했던 것이 매장 위치였다. 문 대표는 머시주스의 타깃을 서른 살 중반의 패션업계 종사하거나 다이어트에 관심이 여성으로 잡았다. 이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곳을 찾다 보니 신사동과 경리단길이 최종 후보에 올랐다. 근데 경리단길은 낮보다는 밤에 주로 상권이 형성됐다. 착즙주스를 알리는 데도 경리단길보다는 신사동이 더 유리해보였다. 머시주스의 주요 원재료인 사과는 경남 거창, 진주의 영세농가에서 직거래로 구매했다.

소셜벤처 '머시주스'는 2014년 6월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에 첫 점포를 낸 이후 1년여만에 매출 20억원을 달성했다.

머시주스는 입소문을 타고 빠르게 퍼졌다. 머시주스의 해독주스를 맛본 고객들이 자신들의 블로그에 포스팅하면서 해독주스를 마시려고 일부러 찾아오는 고객도 많아졌다. 문 대표는 “잘 될 거라는 확신이 있었지만 이렇게 반응이 빨리 올지는 몰랐다”고 말했다.

창업 3개월 만인 지난해 9월, 갤러리아백화점 압구정점이 매장 입점을 제안을 했다. 머시주스의 인기를 감지한 것이었다. 머시주스는 첫 안테나숍을 올 4월 갤러리아백화점 압구정점에서 열었다. 두 달 뒤인 6월에는 신세계백화점 죽전점, 7월에는 인천공항에 가게를 열었다. 그리고 지난 10월에는 현대백화점 판교점에 입점했으며, 자체 온라인 쇼핑몰도 만들었다.

머시주스는 늘어나는 수요에 공급을 맞추기 위해 올 4월 서울 성수동에 하루 평균 1500병을 생산할 수 있는 공장 설비를 갖췄다. HACCP(식품위해요소중점기준) 인증도 마쳤다. 하루 생산 규모는 평균 500병으로 늘었다. 착즙 과정에서 열을 차단해 영양소를 유지하는 ‘콜드 프레스(cold-press)’ 방식을 고수한다. “콜드 프레스로 만들어진 주스는 열손실을 줄여 영양소가 파괴되지 않은 원료 순수의 맛을 느낄 수 있다”고 문 대표는 설명했다.

◇ 2016년까지 소셜 프랜차이즈 매장 8개, 40명 청년 창업가 육성 목표

삼십 대 중반은 매장 창업으로 성공하기엔 젊은 나이로 보인다. 그러나 문 대표는 이 성공이 거저 얻어진 게 아니라고 말했다. 첫 창업의 실패와 지인의 배신에서 얻은 교훈의 열매였다.

문정한 머시주스 대표

문 대표는 2009년 회사에서 만난 동료 2명과 함께 온라인 의류쇼핑몰을 열었다. 여성용 레깅스가 주요 아이템이었다. 하루 200장 이상 판매될 정도로 사업이 잘됐다. 그러던 중 친한 선배에게 1억여 원을 사기 당했다. 그 여파로 쇼핑몰을 더는 운영할 수 없게 됐다. 3명은 어쩔 수 없이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 뿔뿔이 흩어졌다. 문 대표는 영어학원에서 강사생활을 하며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발굴했고 그게 머시주스였다.

그는 이러한 신산한 경험을 다른 청년 창업자들이 굳이 겪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생각한 게 청년 창업자들과 상생할 수 있는 새로운 창업 모델 '한국형 소셜 프랜차이즈'였다. 소셜 프랜차이즈란,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경제행위를 하는 '사회적 경제'라는 철학과 '프랜차이징'라는 경영 방식을 융합한 사회적기업의 한 분야다.

“소셜과 프랜차이즈가 서로 상충하는 면이 있어 한국에서는 아직 제대로 된 성공사례가 나오지 않고 있는 거 같습니다. 그런데 미국이나 파키스탄 등 다른 나라에서는 이미 소셜 프랜차이즈 기업이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우리가 그 사례를 만들고 싶습니다.”

문 대표가 구상한 소셜 프랜차이즈 방식은 이렇다. 1년 이상 근속자를 대상으로 자질, 성품 등을 평가해 5명을 선정한 뒤 이들에게 월 30만 원 가량을 저축하게 한다. 1년 후면 1인당 400만 원, 5명이면 2000만 원이 모인다. 여기에 본사가 8000만 원을 5년 상환 조건으로 무이자에 빌려줘 머시주스 점포를 창업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중요한 것은 꼭 머시주스가 아니어도 지원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직원이 다른 브랜드 창업을 원한다면 머시주스 본사가 브랜딩을 도와줄 예정이다. 그는 1억 원으로 점포를 내면 하루 평균 100만 원의 매출은 충분히 낼 수 있다고 봤다. 그렇게 되면 5명은 각각 250만 원 정도의 월급을 가져갈 수 있게 된다. 머시주스는 2016년까지 소셜 프랜차이즈 매장 8개, 40명의 청년창업가를 육성할 계획이다.

문현주 씨즈 이사는 “영세농가의 과일과 채소 직거래를 통한 농촌경제 활성화와 소셜 프랜차이즈 방식의 청년 일자리를 만들어가겠다는 것에서 머시주스의 사회적가치가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소셜 프랜차이즈라는 꿈의 씨앗은 이미 발아됐다.

소셜벤처 '머시주스'는 2014년 6월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에 첫 점포를 낸 이후 1년여만에 매출 20억원을 달성했다.

[팁]머시주스가 지향하는 소셜프랜차이즈이란?

문 대표가 창업 초부터 구상한 소셜 프랜차이즈는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낯선 용어다. 소셜 프랜차이즈는 기존 프랜차이징 경영 기법을 사회적경제에 도입한 것이다.
경영 전략은 기존 프랜차이징 시스템과 비슷하다. 가맹점 본사가 가맹 점포에 상표사용권과 설비, 상품 및 서비스, 직원 교육을 제공하는 대신 각 점포는 본사에 수수료를 지불한다. 소셜 프랜차이즈가 일반 프랜차이즈와 다른 점은 본사와 가맹점주가 ‘사회적 목적’을 공유한다는 데에 있다. 장애인이나 장기실업자, 청년백수 등 취약계층이 고용자의 대다수 차지하는 것도 특징 중 하나다.

파키스탄 기업인 ‘그린스타(Greenstar)’는 소셜프랜차이즈 성공 사례 중 하나다. 파키스탄의 의료보건 분야 취약계층 여성은 피임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그린스타는 1995년 창업 이래 취약계층 여성의 출산전후관리와 피임사업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여성 일자리를 만들었다. 지난해까지 그린스타는 전국 가맹점 7000여 곳 규모로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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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선 이로운넷에디터 , 손인수 벼리커뮤니케이션책임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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