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딸이 민중대회에.." 가족까지 압박하는 경찰
“11월14일 있잖아요. 민중… 따님이 거기 집회 참석을 해서 조사를 하는 거예요.”
대학생 조은별씨(21)의 어머니 서모씨는 지난달 24일 경찰 방문을 받고 깜짝 놀랐다. 딸이 지난달 14일 광화문 집회에 참여한 것 때문에 조사를 받고 있다고 했다. 경찰은 사전 통보도 없이 서씨 집을 찾아가 딸의 혐의를 알렸다. 조씨는 “어머니로부터 ‘모르는 두 사람이 아침부터 문을 두드려서 무섭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예고도 없이 불쑥불쑥 찾아가고, 내가 조사받는다는 사실을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는 경찰의 행동이 협박 메시지가 아니면 뭐냐”고 말했다.
조씨 등 10대·20대 광화문 집회 참여자들은 1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이 주소지로 찾아오고 부모에게 연락을 취하는 등 인권침해적인 수사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구에 사는 이모씨(22)는 11월26일 오전 대구 남부경찰서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조사가 끝난 뒤 경찰과 사적인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이씨 모친의 직장 이야기가 나왔다. 이씨는 “오후 1시쯤 경찰이 어머니 직장으로 전화했고, 어머니 동료들이 내 혐의 사실을 다 알게 됐다”고 했다. 고등학생 김한률군(18)은 11월24일 경찰이 학교까지 찾아왔다고 했다. 김군은 또 “그날 오후 경찰이 출석요구서도 없이 집에 찾아와 ‘학생이 한률이야?’식으로 반말을 하며 집 안으로 들어오려 했다”고 전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경찰 수사 방식이 경찰청 훈령을 어겼다고 말했다. 인권보호를 위한 경찰관 직무규칙 49조는 경찰관이 사실 확인을 할 때 사건관계인 외부에 알리지 않도록 돼 있다. 경찰청 범죄수사규칙 54조는 “신속한 출석요구”가 필요한 때가 아니면 피의자나 참고인에게 출석요구서를 발부토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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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광화문 집회 때 경찰이 쏜 물대포(살수차)에 맞고 중태에 빠진 백남기씨(69) 자녀들은 이날 서울 궁정동 주한 교황청대사관에 프란치스코 교황의 관심을 호소하는 편지를 전달했다. 백씨 맏딸 도라지씨는 “지난해 교황님이 광화문 광장에서 사랑과 평화를 말씀하셨는데 1년 뒤 그곳에서 아빠가 물대포를 맞고 쓰러지셨다”고 말했다.
경찰 수배를 피해 16일째 조계사에서 있는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은 조계사에서 6일까지 머물 수 있게 됐다. 대한불교조계종 조계사 신도회는 한 위원장 은신에 대해 “6일까지 참겠다”며 “그 전까지 대승적 결단을 해달라”고 밝혔다.
<백철·박용필 기자 pudmak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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