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대 폐렴 '세균'이 원인..'부실 환경·부주의'가 사태 키워(종합3보)

이영성 기자,음상준 기자 2015. 12. 8.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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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선균이 감염 원인 물질로 추정..환기시스템 문제도 겹쳐 실험실에서 주거생활..사태 확산에 큰 영향
건대 집단 폐렴 관련해 질병관리본부가 학생들이 실험실 안전 수칙을 지키지 않았다고 발표한 8일 오후 서울 건국대학교 동물생명과학관 출입이 전면 통제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이날 브리핑을 통해 건국대학교 동물생명과학대학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연구원)이 병원체가 있는 실험실에서 공부를 하거나 음식을 먹는 등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2015.12.8/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서울=뉴스1) 이영성 기자,음상준 기자 = 최근 발생한 건국대학교 55명의 집단폐렴 사태는 원인 물질인 방선균과 이를 확산시킨 실험실 내 부실 환경, 부주의 등이 종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다만 조사된 방선균에 의한 감염은 그 동안 국내에 없던 사례여서 현재로선 추정이고 정밀조사가 추가 진행될 계획이다. 나머지 사안은 역학조사 결과 명확히 확인됐다.

8일 질병관리본부(본부장 양병국)와 민간역학조사자문단(자문단장 고려대학교 천병철 교수)은 그간 진행된 분석을 바탕으로 전파경로 추정원인에 대해 이 같은 결과를 발표했다.

◇방선균이 원인으로 추정...제3요소도 염두해 분석 중

조사결과 이번 집단폐렴 발생을 일으킨 원인 물질은 토양과 식물체에서 발견되는 ‘방선균(S.rectivirgula)’이 유력하다고 제기됐다. 환자검체 현미경 소견에서 방선균으로 추정되는 미생물이 관찰됐고 동물실험실 환경검체에서도 동일한 방선균이 검출됐기 때문이다.

방선균은 주변에 흔히 접할 수 있는 세균이지만 이번처럼 방선균으로 집단폐렴을 발생시킨 사례는 국내 최초라는 게 당국의 설명이다. 방선균은 세포가 실모양으로 연결돼 있고 그 끝에 포자가 있어 형태학적으로는 곰팡이(진균)와 유사하나 세균류에 속한다.

그 동안 방선균에 의한 호흡기질환은 알레르기 면역반응에 의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번처럼 감염에 의한 염증반응을 나타낸 경우는 처음이다. 이에 따라 당국은 일단 유력 원인으로 방선균을 꼽으면서도 제3의 원인 가능성 역시 염두에 두고 분석 중이다.

반면 일반적으로 폐렴을 잘 일으킨다고 잘 알려진 병원체는 검출되지 않았다. 예컨대 인플루엔자 등 호흡기 바이러스 8종과 레지오넬라 등 호흡기 세균 5종, 메르스, 브루셀라 등 기타 폐렴유발 병원체 5종에 대한 검사에선 모두 음성이 나타났다.

천병철 고려대의대 예방의학과 교수가 8일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 공용브리핑실에서 건국대 호흡기 질환 역학조사 결과 및 후속조치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질본은 브리핑에서 이번 호흡기 질환이 사람 간 전파는 없으며 수일내 임상증상이 호전되는 비정형 폐렴이었으며, 현재까지 폐렴을 일으킨다고 흔히 알려진 병원체는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천 교수 오른쪽은 양병국 질병관리본부장. 2015.12.8/뉴스1 © News1 장수영

◇부실한 환기시스템으로 감염 확산

폐렴을 유발시킨 원인 물질이 세균이라면, 실험실 환경과 주의의식 부족은 이번 사태를 키웠다.

이번 건대 동물생명과학관 호흡기질환은 지난 10월 19일 최초환자 발생 이후 10월 26일 정점을 보였다. 건물폐쇄 뒤 환자 발생이 급격히 감소해 11월 2일까지 총 55명에서 폐렴 증상이 나타났다. 사람간 전파는 없었으며 이후 추가 환자 발생은 없었고 11월 6일까지 모두 증상이 호전돼 퇴원했다.

결국 건물을 폐쇄하면서 감염 사례가 사라졌다는 얘기로 사태 확산 문제는 건물 내부에 있었다는 설명이다. 당국은 건대 동물생명과학관의 실험실 안전점검에서 다수의 안전관리 위반사항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특히 환기시스템의 문제가 컸다. 동물생명과학관에는 ‘흄후드’라는 장치를 통해 바깥으로 내부 공기를 배출시키고 그에 상응하는 외부 공기를 들여보낸다.

겨울에는 따듯한 공기를 만들어 넣어줘야 하지만 2013년 겨울, 지열을 통한 따뜻한 공기 공급이 잘 안되기 시작하면서 그때부터 작동을 중단시켰다. 그러면서 가동 중단 환기시스템을 통해 내부 공기가 타 실험실에도 확산됐다. 실제 이번 집단폐렴은 동일 건물 4~7층에서 발생했는데 각 층에서의 폐렴 발생 위치도 서로 비슷했다. 별도의 가스 확산 실험결과로 확인된 부분이다.

이상원 질병관리본부 현장조사반장은 “여러 방에서 검사를 해본 결과 503호에서 가스가 전체로 확산됐다”며 “실험결과대로 503호와 504호에서 가장 많은 환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번 폐렴이 발생한 55명 중 503호와 504호에 있었던 사람은 총 18명으로 33%에 해당한다.

건대 동물생명과학관 5층에서 가장 많은 폐렴 환자가 발생했다. /뉴스1 © News1

◇실험실에서 공부하고 밥먹고...부주의도 도마

인재(人災)의 부분도 부각됐다. 이상원 질병관리본부 현장조사반장은 “실험실과 학생들이 공부하는 책상은 사실 분리돼야 한다. 칸막이라도 쳐져 있어야 하는데, 실험실이 공부방이 돼 있었고 음식을 먹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이상원 반장은 이어 “미생물 실험 뒤에는 냉장고나 배양기 등 적당한 보존 장소가 있지만 책상서랍에 방치돼 있었던 것도 미흡했던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이번 방선균이 나온 것으로 추정되는 사료도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 반장은 “사료 분쇄실험은 가능한 별도 장소에서 안전하게 취급돼야 하는데, 구분없이 여러 실험실에서 동시 진행되고 있었던 사실도 발견했다”고 말했다. 실험시 개인보호구 착용도 잘 지켜지지 않았다.

이상원 반장은 “실험실에도 등급이 있다. 보통 2·3·4 등급 이상에선 규정이 엄격히 적용되지만 이러한 1등급 시설에선 명시규정이 딱히 존재하지 않는다”며 “그렇더라도 실험실이라면 당연히 상식적으로 지켜야 될 부분들이 그렇지 못해 유감”이라고 전했다.

질병관리본부는 건대 요청사항을 검토해 내년 새학기 시작(3월) 이전까지 건물내 오염원 제거작업과 시설개선을 완료한 후 재사용토록 했다.

후속조치로는 건물 내부 전체 소독 및 집진, 그리고 급기 공조 시스템 상시 가동을 위한 효율적인 급기공기 가열설비 마련, 사료 분쇄 및 처리 전용 실험실 지정 관리, 실험실내 흄 후드 상시 가동 상황을 모니터링하는 시스템 마련 등이다.

건물 재사용 후 학생 및 근무자들의 안전을 재확인하기 위해 최소 6개월간 학생 및 근무자의 이상증상 여부도 모니터링 할 계획이다.

또한 교육부, 미래창조과학부 등 실험실 안전관리 담당 부처와 협의체(교육부 주관)를 구성‧운영해 내년 2월까지 대학 실험실의 안전환경 개선방안 마련에 협력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폐렴환자들은 모두 건국대학교 동물생명과학대학 실험실 근무자였으며, 동 건물의 전체 실험실 근무자 254명 중 21.7%인 55명이 환자로 확인됐고, 남성이 69.5%, 평균 연령은 27.2세였다.

lys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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