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이식 연구' 김시윤 교수 "아직은 절반의 성공"

이후민 기자 2016. 2. 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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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 반드시 필요한 연구..서두를 것"
김시윤 교수가 서울 광진구 건국대학교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6.1.26/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이후민 기자 = 최근 중국에서 살아있는 원숭이를 대상으로 한 머리이식 수술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된 가운데 해당 연구에 참여한 한국 과학자가 아직 '절반의 성공'에 불과하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이 연구에 함께 참여하고 있는 김시윤(36) 건국대 의과대학 줄기세포교실 연구교수는 지난 26일 진행된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설명했다.

김 교수는 "원숭이를 대상으로 한 실험은 혈관을 연결하는 수술이 성공한 것이어서 머리이식 수술의 완성 단계가 아니다"며 "머리이식은 경추(척수) 신경을 연결했을 때 사지의 기능이 회복되는지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국제 과학전문지 '뉴 사이언티스트'는 지난 19일 중국 하얼빈 대학의 렌 샤오핑(任曉平) 교수팀이 두 원숭이의 총목동맥과 경정맥을 연결하는 수술에 성공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중국에서 행해진 실험은 서로 다른 원숭이의 머리와 몸통 사이의 혈관만을 연결한 것으로, 신체 기능을 할 수 없어 윤리적인 차원에서 약 20시간 뒤 실험 대상인 원숭이에게 안락사를 진행했다.

김 교수는 이탈리아의 세르지오 카나베로 박사, 중국의 렌 교수와 공동으로 머리이식에 관해 연구하고 있다. 카나베로 박사가 실험을 지휘하고 렌 교수가 혈관 연결에 관한 연구를 진행한다. 신경 연결에 관한 연구는 김 교수가 맡았다.

머리이식 수술에 관심이 많았던 김 교수가 카나베로 박사의 2013년 논문을 보고 직접 연락하면서 연구에 합류하게 됐다. 카나베로 박사는 당시 논문에서 사람 간 머리이식이 이론적으로 가능하다고 밝혔다.

2014년에는 렌 교수가 독자적으로 쥐의 혈관 연결을 통한 머리이식 수술 결과를 학계에 보고하면서 세 교수의 공동 연구가 추진되기 시작했다.

지난 2007년 충북대 수의대를 졸업한 김 교수는 2013년 차의과대학에서 태반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매질환 치료에 관한 연구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대학교 수의대에서 박사후과정을 거쳐 지난해 10월부터 건국대에서 연구교수로 재직 중이다.

줄기세포 분야 전문가인 김 교수는 머리이식 수술에서 신경을 연결하고 기능을 회복하기까지 줄기세포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김시윤 교수가 26일 서울 광진구 건국대학교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2016.1.26/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김 교수는 신경 연결 연구의 초기 단계로 주로 실험용 쥐나 랫드를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 중이다. 한 개체 안에서 신경을 끊었다가 다시 연결했을 때 신경전달과 기능회복이 가능한지에 관한 연구다. 아직 다른 개체끼리의 머리이식과 신경 연결 단계까지는 시도된 바가 없다.

김 교수는 "쥐의 신경을 끊었다가 다시 연결하고 뇌에 전기 자극을 주자 끊어졌다가 다시 이어진 신경을 통해 다리까지 신호가 전달된 것을 확인했다"며 "4주 넘게 생존하면서 부분적인 사지의 기능회복을 관찰한 사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김 교수의 연구 결과는 최근 국제적인 학술지에도 실리게 됐다.

한편 김 교수는 최근 머리이식 수술이 화제를 모으면서 과학적 접근이 아니라 자극적이고 엽기적인 소재로만 전해지는 데 대해 안타까운 마음도 전했다.

김 교수는 "기사 제목이 선정적으로 보도되면 독자들은 제목만 보고 오해를 하는 경우가 많아 아쉽다"며 "연구에 관심을 갖고 카나베로 박사에게 투자를 제안한 사람도 많았지만 오히려 박사가 이를 거절해 온 것으로 안다"고 강조했다.

현재 머리이식 수술에 관한 연구는 근육이 퇴화하는 희귀병을 앓고 있는 러시아 컴퓨터 과학자 발레리 스피리도노프(31)에게 직접 수술을 실시하는 것을 목표로 이뤄지고 있다.

김 교수는 연구의 윤리적인 문제에 대해 "머리이식이 어떤 누군가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수술일 수 있다. 그런 점을 배제하고 저 혼자 윤리적으로 옳다 그르다 평가할 수 없다"며 "스피리도노프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나 있는지 알수 없어서 렌 교수와 카나베로 박사 모두 서두르고 있다"고 말했다.

신경 연결은 섬세한 수술과 많은 실험 데이터를 요구한다. 따라서 많은 시간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김 교수는 설명했다. 또 자신의 본 연구로 인해 머리이식에 관한 연구에는 시간을 온전히 할애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머리이식에 관한 연구는 짜투리 시간을 내고 추가로 연구비를 투자해 진행하고 있다"며 "충분한 연구비를 지원받아 국내에서 지속적으로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주어지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신경 연결은 매우 섬세한 기술을 필요로 하고, 작은 동물을 대상으로 실험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며 "원숭이 같은 중형 동물을 대상으로 더 많은 의료진과 연구하기 위해 곧 중국의 렌 교수팀에 합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hm3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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