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非장애인·백인이 중심' 초등 교과서 내의 '삽화 차별'

김다영 기자 2016. 3. 2.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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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권 분석' 논문 보니
초등 4학년 1학기 사회 교과서에 실린 삽화로, 보령 머드축제를 즐기는 백인 외국인의 모습. 김지애 씨 제공

장애인 등장 0.2% 불과

흑인·아시아인도 ‘배제’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린 삽화 속 등장인물이 ‘남성·비장애인·백인’ 중심으로 구성돼 소수자에 대한 차별이 심각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성공회대 NGO대학원 시민사회단체학과 김지애 씨는 석사논문 ‘2015학년도 초등학교 국정교과서 삽화의 소수자 차별성 분석’을 통해 “소수자 차별적 고정관념이 교과서를 통해 초등학생들에게 전달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2일 논문에 따르면 김 씨가 2015년 사용된 117권의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린 삽화를 분석한 결과, 교과서 삽화의 성인 여성 출현 비율은 35%에 머물렀다. 성인 여성 인구 비율은 51%(2014년 주민등록 인구 기준)이지만, 교과서 삽화에는 남성보다 여성이 적게 반영된 것이다. 경제활동 관련 삽화 속 여성 비율도 22%에 머물러, 실제 경제활동을 하는 여성 인구 비율 42%(2015년 3월 통계청 기준)에 못 미쳤다.

김 씨는 장애인 배제 실태도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인구의 약 5%에 해당하는 장애인이 초등학교 교과서 삽화에 등장하는 것은 0.2%에 불과했다. 또 현실에서 장애인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40%였으나 교과서 삽화에서 성인 장애인이 직업인으로 등장한 비율은 19%에 그쳤다.

특히 교과서 삽화 속 외국인은 철저히 백인 중심으로 그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체류 외국인 중 백인은 약 12%로 추정되지만, 초등 교과서 삽화의 외국인은 69%가 백인인 것으로 드러났다. 흑인과 아시아인은 실제 체류 비율이 무색할 만큼 배제된 채 그려지고 있는 것이다.

김 씨는 “조사 대상이었던 초등학교 국정교과서의 삽화를 하나의 사회로 본다면 그 속에 등장하는 9만5000여 명의 인구 구성이 실제 우리 사회와 큰 차이가 있는 것”이라며 “250만 명에 이르는 장애인이 삽화에 212회 등장하는 동안, 20만 명뿐인 국내 체류 백인들은 삽화에 장애인보다 15배가 많은 3523회나 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소수자 차별적인 고정관념이 학생들이 배우는 초등학교 교과서 속에 담겨 있다는 것은 차별을 지양하려는 변화마저 지체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다영 기자 dayoung817@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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