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예수병원 사유화 논란]<하> 부조리한 병원 운영.. '수사 요청' 탄원

심회무 2016. 3. 4.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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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뉴시스】심회무기자 = 지난 2014년 전주예수병원은 공인 ‘회계법인’으로부터 존속 능력이 불확실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병원장은 이를 숨기고 본인 임기 연장에 몰두했고, 빚을 내 각종 건설 사업을 펼쳤다. 사업은 병원장 고교 친구가 맡아 진행했다. 여기에 병원 운영을 감시해야 될 ‘감사’는 병원장의 ‘친동서’가 맡았다. 특히 직원 내부 반발을 막기 위해 기존 노조에 맞서는 별도 노조를 만들어 인사권을 무기로 직원을 양분시키고, 상식을 뛰어넘은 각종 계약서가 남발되기도 했다. 뉴시스는 [전주예수병원 사유화 논란] 기획기사 <하>편을 통해 전주예수병원의 부조리한 현장을 고발했다.

◇공인 회계법인 ‘파산’ 진단 …병원장 이 사실 숨기고 원장 임기 연장 시도

2014년 2월 7일. 서울 여의도에 소재한 ‘S 회계법인’은 ‘전주예수병원 회계감사보고서’를 제출했다. 전주예수병원 유지 재단이 요청한 것이다.

S회계법인은 ‘보고서’를 통해 “병원의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능력에 중대한 의문을 불러 일으킬만한 중요한 불확실성이 존재 한다”고 진단했다.

2013년 12월 말 기준으로 유동부채가 유동자산보다 226억원, 병원의 총부채는 총 자산보다 446억이나 많다고 지적했다. 회계 전문가들은 이 진단은 사실상 병원 경영의 파산을 경고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나 이 같은 사태를 책임져야 할 권창영 병원장은 보고서를 숨기고 곧바로 자신의 임기 연장 작업에 나섰다.

◇부채 1500억원 … 3~4년내 대위기설

이후 부채는 눈덩이처럼 늘었다. 전주예수병원 관계자들에 따르면 부채는 현재(2015년말) 1500억원에 달한다. 직원퇴직금 부담금 250억원과 각종 임대보증금 등을 제외한 금융 부채만 1100억원이 넘는다는 것이다.

이 부채 중 600억~700억원은 권 병원장 재임 기간(2010~2015년)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1년에 100억원 이상씩 빚이 늘어난 것이다.

전주예수병원과 공동으로 서남대 인수에 나섰던 건설 회사들은 “전주예수병원의 재정 상태가 알려진 것보다 심각했다”며 “이 같은 재정 악화가 서남대 공동 인수를 무산시키는 원인 중 하나였다”고 말했다.

최근 전주예수병원 재정 상태를 진단한 모 컨설팅회사는 “병원은 앞으로 3~4년내 큰 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병원장, 빚내 대규모 건설 공사 5건 발주

이런 상황에서 전주예수병원은 최근 130억원대 주차장 공사를 시작했다.<사진> 모두 빚으로 진행됐다. 권 병원장은 2010년 취임하자마자 장례식장과 사무실 등의 건설사업을 비롯 재활센터, 두 곳의 주차장 공사 등 수 백 억원대의 5개 공사를 추진했다.

◇건축 친구에게 맡기고 5번 설계변경 …30억대 사업이 100억대로

2013년 9월 전주예수병원은 재활센터 건립 공사를 공개 입찰했다. 권 병원장은 1차 지명 된 중견의 ‘S건설’을 거부하고 자신의 고등학교 친구가 사장으로 있는 업체에 공사를 맡겼다.

S건설은 “병원장이 가격을 팩스로 본인 사무실에서 받아 업체를 결정했다”며 “완벽한 사기극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업을 맡은 A씨는 당초 큰 사업을 할 수 있는 건축 면허가 없었다. A씨는 공사 발주 직전 작은 건설회사(경기도 소재) 하나를 헐값에 인수했다. 그리고 첫 공사로 병원 공사를 수주한 것이다.

문제는 다음이다. 병원은 이 공사와 관련해 5번의 설계변경을 시도했다. 이 과정을 통해 실제 공사금액은 100억원을 훌쩍 넘었다. 공사금액이 계약금액의 3배를 넘은 것이다. 모두 빚으로 이뤄진 사업이었다.

2015년 완공된 ‘제4주차장 건설공사’는 50억원이 넘는 돈이 들어갔다. 건설전문가들은 많아야 20억원 규모로 평가하고 있다.

병원 모 간부는 30억원 정도가 증발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 주차장은 본관과 거리가 멀어 사실상 빈 채로 운영되고 있다.

◇국가 감사가 요청된 장례식장 계약서

전주예수병원과 관련된 일부 기독교인들은 지난 1월 전주예수병원 장례식장 계약에 대해 사정 기관의 수사를 요청하는 탄원서를 정부에 제출했다.

권 병원장은 지난 2010년 취임 하자마자 병원 사무실을 짓는다며 기업은행으로부터 110억원 규모의 빚을 냈다. 장례식장과 사무실이 같이 있는 8층짜리 건물이 들어섰다.

3층까지가 장례식장이고 그 위가 사무실이다. 장례식장이 본관이고 사무실은 옆 문으로 다니도록 지어졌다. 정확한 공사 금액은 알려져 있지 않지만 회계상 200억원에 가깝다.

현재 3층 규모의 전주예수병원 장례식장은 교회 장로 직분을 내세운 H씨가 운영하고 있다. 종합병원에 딸린 특급 장례식장이다.

H씨는 병원과 50억원짜리 계약서를 쓰고 장례식 운영권을 넘겨 받았다. 계약의 명분은 H씨가 병원 사무실 공사비로 50억원을 지출했다는 것이다. 50억원 중 30억원은 임대 보증금이고 20억원은 월세 선급금이다.

병원과 H씨는 월세로 1500만원을 책정, 향후 10년간 월세를 면제해 20억원을 상환키로했다. 따라서 H씨는 특급 장례식장을 운영하면서도 현실적으로 단 한 푼의 월세도 내지 않고 있다.

H씨는 당초 권 병원장이 취임하기 이전부터 장례식장 운영권을 넘봤다. 전주예수병원은 이미 자산 평가 20억원 규모의 장례식장을 병원 외곽에 건설, 운영하고 있었다.

H씨는 장례식장을 새로 개보수해 일정 기간 운영하고 기부 채납하겠다는 의사를 꾸준히 밝히며 로비에 나섰고 이 사안에 대해 2008년과 2009년 이사회까지 열었다. 그러나 당시 병원장은 “장례식장은 병원 수익에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며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거부했다.

그런데 권 병원장이 취임하자마자 기존의 장례식장을 헐어버리고 새로 지으면서 H씨와 50억원 계약이 성사된 것이다.

당시 업무를 맡았던 핵심 관계자와 노조는 공히 “공사비 자체는 물론 H씨와 계약된 50억원 은 문서상 허수”라고 말하고 있다. 건설비는 부지 비용이 없기 때문에 100억원을 넘지 않았고 H씨는 많아야 25억원 안팎에서 자금을 투입했을 것이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이 사업으로 병원은 20억원의 병원 자산이 잃고 30억원의 빚을 떠안고 월세 한 푼 없는 신세가 됐다. H씨는 월 수억대 흑자를 내고 있다. 병원이 30억원을 돌려주지 않는 한 장례식장은 영원히 H씨가 운영한다. 장례업자들에 따르면 장례식장 평균 임대료(3층규모)는 보증금 10억원에 월세 9000만원선이다.

◇감사는 ‘친동서’, 식당 운영은 ‘친누나’, 이사들은 딸-사위 채용

권 병원장은 취임과 동시에 병원 감사를 새로 선임했다. 감사 C모씨는 권 병원장의 친동서다. C씨는 4년 임기를 마치고 물러났다. 현재 이사는 권 병원장의 고등학교 2년 선배인 L씨가 맡고 있다. 각종 공사장의 식당 운영자는 병원장 ‘친누나’다.

L 이사는 자신의 딸과 사위를 병원에 취직시켰고, 또 다른 이사는 식품학을 전공한 자신의 딸을 ‘미술치료사’로 임명해 사실상 의사로 만들었다.

◇병원장, “난 모르는 일, 건축위원회와 이사회가 한 일”

권 병원장은 각종 건설 사업과 병원 운영에 대해 “나는 관계없다”는 입장을 내놓은 상태다. 더욱이 건설과 설계변경에 대해서도 모두 ‘건축위원회’에서 결정하고 임기 연장과 인사는 모두 이사회에서 결정한 사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럼에도 권 병원장은 “각종 건설 사업을 통해 병원이 수익 사업에 나설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나는 병원장 임기 연장에 관심이 없지만 이사회가 병원 발전에 공이 있다고 생각해 연장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병원 일부 관계자는 “병원장은 힘으로 모든 것을 누르고 있다”며 “곧 모든 것이 조만간 천하에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shim2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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