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에게 듣는다] 인하대병원 소화기내과 김형길 교수-궤양성 대장염

2016. 3. 10. 16:3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환자를 내 몸에 업고 갈 수 있어야 좋은 의사"

(서울=연합뉴스) 왕지웅 기자 = "대표적인 희귀난치성 질환으로 꼽히는 궤양성 대장염 환자라고 해도 의사에 대한 신뢰가 크면 경과가 좋아지는 경우를 자주 보았습니다. 의사를 믿는 사람들이 치료를 열심히 받을뿐더러 긍정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남들은 잘 안 걸리는 몹쓸 병에 걸렸다고 체념하는 환자에게 신뢰를 주기가 상당히 어렵습니다. 통증과 불편함뿐 아니라 마음의 위로도 중요한데 인생이 끝날 때까지 함께 잘 지내자는 마음이 전달되면 환자들이 마음의 문을 열어주더군요. 결국 환자의 고통과 힘겨움을 내 등에 짊어질 수 있다는 신뢰를 주는 사람이 좋은 의사인 것 같습니다."
궤양성대장염 최고의 명의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인하대병원 소화기내과 김형길 교수에게 좋은 의사란 어떤 의사인지에 대해 물었더니 돌아온 답이었다. 김형길 교수가 생각하는 좋은 의사, 그리고 좋은 병원에 대한 철학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김형길 교수는 환자 입장에서 좋은 치료에 힘쓰는 의사로 유명하다. 말기 십이지장암에 걸렸던 50대 시한부 환자가 김 교수의 치료를 받아 예정된 시간보다 훨씬 오랜 기간을 살면서 여러 커뮤니티에 감사의 글을 남긴 사연은 두고두고 회자된다.
"환자 자신이 얼마나 무섭고 힘들고 아픈지 알아주는 의사가 고마웠다며 열심히 치료받겠다는 내용의 투병기를 병원 게시판 등에 올렸는데 이를 다른 환자들이 보고 먼저 마음을 열어주어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환자의 아픔을 공감하는 노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확신을 심어준 고맙고 안타까운 환자였지요."
김형길 교수는 시한부 인생을 사는 말기 암 환자의 죽음조차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기적이 일어나서 낫는 사람도 있는데 왜 내가 치료하는 환자에겐 기적이 일어나지 못하는지 가슴 아파한다.
"대장암 수술 후 재발해 치료를 받던 환자가 폐렴으로 급격히 악화하면서 사망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어쩔 수 없는 경우라고 다들 얘기했었지만, 환자는 저를 많이 원망했습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은 의사들의 얘기일 뿐 환자 입장에서는 이해하기 어렵겠지요. 이후부터 말기 암 환자라고 해도, 원래 예정된 죽음이라고 해도 의사에 대한 원망은 많을 것이라고 늘 생각했습니다. 그 후 더욱 환자들의 속마음을 읽는 세심한 의사가 되자고 결심했고요."
김형길 교수가 환자의 입장을 좀 더 깊게 공감하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본인도 많이 아픈 환자이기 때문이다. 젊었을 때 운동을 좋아해서 수영과 헬스 등을 즐겼는데 무리한 운동 때문에 허리 디스크 수술을 받았고 현재는 재발해서 이차 수술을 고민하고 있다.
"허리가 조금만 아파도 힘들고 귀찮은 게 매우 많죠. 궤양성 대장염 환자들은 혈변을 동반한 만성 설사와 복통으로 너무나 고통스러워합니다. 또한 대변을 참기 어려운 대변절박증이나 변을 보고 나서도 계속 화장실에 가고 싶은 느낌이 남는 뒤무직증, 자다가 화장실에 가는 야간 설사나 구토, 발열, 전신 쇠약감 등 말로 표현하기조차 어렵지요. 심한 경우 면역계가 장 이외의 부분을 공격하면서 관절과 눈, 피부 등에 이상이 발생하기도 하는데 조기치료가 정말 중요합니다."
궤양성 대장염은 우리 몸을 보호하는 면역체계가 자기 자신, 특히 장의 점막을 공격하면서 발생하는 일종의 자가면역성 질환이다. 아직 그 원인이 뚜렷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유전적인 요인 및 환경적 요인, 장 내 세균의 불균형, 감염 등으로 생기는 면역체계의 이상 반응이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다.
"궤양성 대장염은 질병을 앓은 기간과 병변의 범위가 주요한 위험인자가 됩니다. 국내 연구에 따르면 궤양성 대장염 진단 후 누적 대장암 발생률은 10년째에는 0.3%, 20년째 3.4%, 30년째 9.4%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범위에 따라 우측 대장까지 침범한 전대장염의 경우 증상 발생 8-10년 후부터 대장암 발생률이 일반인보다 높아지며 좌측 대장염은 15-20년 후부터 증가하기 때문에, 영국 및 미국 소화기학회에서는 이 시점부터 대장암 감시를 위한 대장 내시경 검사를 시작할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이 과민성 장 증후군으로 오해해 병을 키우는 경우가 있는데 설사 증상이 주로 나타나고 설사 때문에 수면 방해를 받는다면 궤양성 대장염을 의심해야 한다. 또한 궤양성 대장염은 구토, 발열, 전신 쇠약감 등의 동반 증상이 나타나지만 과민성 장 증후군에서는 이런 증상이 동반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과민성 장 증후군은 치료하지 않아도 큰 문제가 없는 질환인데 반해, 궤양성 대장염은 내버려두면 증상 악화로 장 천공이나 독성 거대결장 등 심각한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꼭 치료를 해야 하는 질환이라는 겁니다. 궤양성 대장염을 완치할 수 있는 치료법은 아직 없지만, 지속적인 약물치료를 통해 염증을 줄이고 증상이 없는 관해기로 들어가도록 유도할 수 있는 만큼 조기에 발견해 단시간 내에 관해기에 들어가면 향후 수술 가능성도 낮출 수 있습니다"
한편 그동안의 궤양성대장염의 치료는 증상을 없애는데 초점을 주었지만 최근에는 생물학적 제제를 이용한 약물치료가 등장해 치료에 큰 진전을 이루었다. TNF-α억제제 라고 하는 것인데 장 내 염증을 일으키는 화학물질인 TNF-α를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생물학적 제제로 증상뿐 아니라 점막 치유가 가능해 졌다.
"특히 유병 기간이 짧은 환자를 조기에 치료할수록 증상 개선과 점막 치유, 더 나아가 합병증 예방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증상이 없는 관해기 에도 꾸준히 약물을 복용해야 하는 만큼 환자 스스로 약을 끊어선 안 되고 주치의와 상담해 끊는 시기를 조절해야 합니다"
새로 나온 논문 탐독은 기본이고 국외의 신기술이나 시술법이 있으면 꼭 직접 가서 배워오려는 애쓰는 김형길 교수. 아팠던 환자가 나았다고 웃음 지을 때가 가장 행복하고 두 번째는 아내와 함께 안양천을 걸을 때라고 얘기하는 모습에서 20년 이상 정성껏 환자를 치료해온 의사의 품격이 느껴진다.
◇ 일문일답 질문
▶ 궤양성 대장염이란 어떤 질병인가?
▶ 주로 발병하는 연령과 성별은?
▶ 과민성 장 증후군과의 차이점은?
▶ 혈변의 의미가 휴지에 묻는 것인가?
▶ 궤양성 대장염을 조심해야 하는 음식은?
▶ 궤양성 대장염을 의심해야 하는 증상은?
▶ 장 이외에서 나타나는 증상은?
▶ 궤양성 대장염의 진단은?
▶ 궤양성 대장염의 치료는?
▶ 생물학적 제제는 어떤 작용기전의 약물인가?
▶ 궤양성 대장염 환자가 조심해야 할 것은?
▶ 마지막으로 환자들에게 한 마디
jwwang@yna.co.kr

☞ 젖먹이 딸 학대사망…"시끄럽게 울어 짜증나 때렸다"
☞ 수하물 가방에 4살아이 숨겨 파리행 여객기 태웠다가 들통
☞ 자녀 출가 후 도둑질로 외로움 채운 50대女 쇠고랑
☞ 평창 일가족 사망…'가스 점검에 협조했다면 막을 수도'
☞ "유커들이 태국 해변서 집단 나체춤? 알고보니 일본인들"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